앵커 :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수혜국은 북한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미 강력한 유엔 제재를 직면하고 있는 북한에 신냉전이 도래하면서 사회주의 국가 간 '신동맹'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한국 부산외대 이신욱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 양국이 국제 제재를 뛰어넘는 협력을 통해 특히 북한의 미사일 첨단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이신욱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최고 수혜국은 북한”
[기자]안녕하세요 이신욱 교수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50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교수님의 견해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현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의 입지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요?

[이신욱]냉전 붕괴 이후 고립된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큰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소련의 붕괴로 인한 사회주의경제 체제인 코메콘의 붕괴로 직격탄을 맞았고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난민과 경제 붕괴로 국가존립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1990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제24차 조소(북러)경제과학기술 협력위원회에서 양국의 무역을 국제가격 기준으로 계산, 결제하도록 하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는데요. 어떻게 보면 조소(북러) 경제관계가 무너지면서 1990년대 그리고 2010년까지 북한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기자]사회주의 경제시스템, 코메콘(COMECON, Council for Mutual Economic Assistance)의 붕괴 탓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는 거군요.
[이신욱]코메콘이 무너져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겁니다). 북한 경제 자체가 사실 구소련시대 때 소련에 종속된 경제였는데요. 코메콘 같은 경우, 사회주의 국가 간 킬로그램 혹은 톤 당 계산을 하는 건데요. 바나나 1kg와 석유1kg를 같은 무게로 바꿔서 (물물교환 식) 거래를 하는 겁니다. 그랬던 시스템이 무너지고, 국제 시세로 결제해달라고 하니 북한이 돈이 있어야 결제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완전히 붕괴된 겁니다. 그때 당시 북한은60%의 전력을 소련에서 받았어요. 그리고 철강 33%, 석유 40%를 의존하고 있다가 갑자기 끊기게 되니 고난의 행군을 할 수 밖에 없죠 북한은.
[기자]그렇군요. 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오히려 북한의 입지강화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신욱]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신냉전이 도래함에 따라 동북아에서 북∙중∙러 동맹은 사회주의권 경제 동맹체인 새로운 코메콘의 등장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고, 최고 수혜국은 북한이라고 생각됩니다.
제재 뛰어넘는 협력으로 북한군 현대화 가능성 높아
[기자]하지만 군사강국 러시아가 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며 한반도에서도 쉽게 전쟁을 생각하지 못할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신욱]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안보적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경제 붕괴 상태인 북한은 미사일과 핵무기에 집중하여 한국과 세력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현시점에서 당장 북한의 제7차 핵실험으로 2017년 있었던 한반도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사실 앞으로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됩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다시금 동맹 수준의 관계 복원을 이루어 낸다면 러시아로부터 각종 무기와 기술지원, 에너지 협력으로 인해 북한 경제는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고 북한 경제의 정상화는 북한군의 현대화와 첨단화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핵무기를 가지고 현대화, 첨단화로 무장한 북한군의 등장은 10년후 한반도의 세력균형과 안보 지형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고, 한반도는 새로운 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됩니다.
[기자]네, 북한이 러시아와 각종 협력 가능성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북한과 러시아의 신안보동맹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신욱]아마도 (북·러 간 신안보동맹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 정부에 의해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됩니다. 신냉전이 시작되는 시점, 러시아는 북한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고립된 북한도 강력한 우방국이 돌아온다는 것은 국제적 고립 탈피, 경제 안보 파트너 확보, 에너지와 생산노동 협력 등 다양한 방면에서 북한에게 큰 기회라고 생각되고, 북·러 양국은 국제 제재를 넘어서는 강력한 협력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기자]현재 전범 이미지가 강한 러시아인데요. 이미 심각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하게 된다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신욱]러시아의 기술과 식량, 에너지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최신예 전투기 도입, 킨잘과 같은 신무기기술 등 군비 현대화 사업과 영변 원자로 현대화 사업, 전기공급 같은 에너지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련 시대와 같은 협력이 예상됩니다. 러시아는 춘궁기(보랫고개) 북한에 밀가루를 지원하는 등 인도적 협력을 하고 있어 아마도 러시아가 대규모 식량지원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러시아가 북한에 킨잘 미사일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이신욱]북한이 현재 주목하는 기술은 핵기술과 함께 최신예 미사일 기술입니다. 핵과
미사일은 김정은 위원장의 권위와 집권의 명분을 주고 있는, 북한의 중요한 정책인데요. 특히 미국과 일본을 목표로 하는 전략 핵기술의 고도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3월 순천 비행장에서 한 미사일 시험 발사 실패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까지 북한의 ICBM 기술은 미흡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최신 기술이 필요합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기술과 함께 핵탄두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확보한다면 북한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최신예 핵보유국이 됩니다.
북 , 러시아에게 킨잘 기술 받으면 한국 방어체계 위험
[기자]그렇군요. 최신예 핵보유국이 된다면,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이신욱]새로운 전술 핵미사일의 등장은 한국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킨잘 미사일 기술입니다. 2019년 북한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기술(KN23)을 확보했고, 만약 핵탄두의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방공 시스템으로 요격하기 힘들다고 평가됩니다. 만약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러시아가 북한에 유출한다면 한국군의 대공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소형핵탄두와 이스칸데르 미사일 또는 소형핵탄두와 킨잘 미사일은 북한에게 단번에 전략, 전술적 우위를 주는 무기기 때문입니다.
[기자]그렇다면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신욱]지금까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는 구소련의 미사일 시스템인 스커드 계열과 다양한 러시아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지만, 2019년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KN23)을 개발한 이후 위기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재래식 탄두 뿐만 아니라 소형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항속거리 280km)을 보유하여 SPU(이동식발사차량)에 싣고 이동하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초음속(마하 2~6)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로도 요격하기가 힘들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킨잘은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초음속 미사일(마하 5~10)로 항속거리가 2천km로 대표적인 비대칭 전술무기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킨잘을 제공한다면 이스칸데르와 함께 대표적인 비대칭 전술무기가 될 것이고 일본과 대만까지 폭격이 가능한 무기가 생긴다는 점에서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매우 위협적인 무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하지만 지금 북한은 강력한 제재에 직면한 상황이 아닌가요. 이러한 사실이 진짜라면 제재 위반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들이 직면할 결과는 무엇일까요.
[이신욱]당연히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입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에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즉 국제사회의 대응이 힘들다는 점이죠. 아마도 러시아는 북한과 같은 국제적인 '문제아'로 낙인 찍히면서 제재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국제 제재 기간에 북한과 신안보동맹을 체결하고 강화하여 동북아 전체에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을 더욱 지원하고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동맹과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냉전은 시작되었고 러시아와 북한과의 신안보동맹에 중국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 주목해 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북·중·러 신안보동맹 일지 아니면 북·러 신안보동맹체의 시작이냐는 오직 중국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자]네, 이신욱 교수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부산외대 이신욱교수로부터 우크라이나 사태가 향후 북한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