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3일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화성 18형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당시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초 일본에서는 해당 미사일이 북해도에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었고, 일본 정부는 비상경보체계를 작동하는 등 일시적으로 떠들썩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낙하 지점을 사전에 잘 판단하지 못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일본 정부는 13일 아침에 북해도(훗카이도 주변)에 미사일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제이-알러트'(J-ALERT), 즉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을 발령했습니다. 그 당시 북해도의 고속도로 등이 폐쇄되고 철도운행과 은행업무도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십 분 후에북해도에 낙하할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발표가 나와 일본 국내에서는 해당 경보 시스템이 정말 정확한 것인지, 일본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등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부스터는 정상 각도,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부스터는 고각 발사였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나왔던 것 같은데요. 일본 정부는 정상 각도에서 화성-18형이 비행하는 상황에서 당시 미사일의 속도를 생각하며 떨어진다고 계산했던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일본까지는 수십 분 걸리기 때문에 즉각 제이-알러트를 발령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화성-18형이 이러한 복잡한 궤도를 취한 이유는 엔진 부담을 줄이거나 한미일 당국의 레이더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지적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 북한은 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질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일시적으로 한미일을 긴장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 발사에서 주변국의 안전을 고려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조선중앙통신은 "시험발사가 주변국가들의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어제(18일)는 김정은 총비서가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에서 지도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한미일을 협박하기 위해 이런 복잡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국가의 안전을 생각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진짜 생각했다면 유엔 결의가 금지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면 안 되고요. 또 발사한다면 사전 예고나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왜 협박하고 있는가'란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렸던 미북정상회담이 실패한 다음부터 외교 방침이 바뀌었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 등 북한 고위층은 이제까지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협상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협상은 하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외교 방침을 기반으로 한 미북협상은 북한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나 핵 보유국 인정 등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제안하는 조건 없는 대화와 같은 그런 제안을 무시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새로운 외교 방침을 인정하지 못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협박의 빈도나 강도를 올리면서 군사 도발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 총비서의 국가우주개발국 시찰도 똑같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너무나 자신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고 여유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에 그런 협박의 빈도와 강도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북한은 군사 정찰 위성을 발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통신 위성이라고 했는데요. 그때는 사전에 김 총비서가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했다는 얘기는 안 하면서 그냥 담당 국제 기관(ITU, IMO)에 예고만 하고 그렇게 발사했다는 말입니다. 이번에 일부러 김 총비서가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일일이 우리가 무엇을 완성했다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제 사회를 협박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여유가 없는 사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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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화성-18형을 발사한 다음날인 14일에 북한 관영 매체는 미사일 발사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것을 알 수 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에 발사한 방식을 보면 북한이 주장한 대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이미 KN-23이나 KN-24 등의 단거리 미사일에서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ICBM에서는 처음으로 보입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3일 시점에서 이미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것은 아마 정찰 위성이나 고고도 정찰기 등의 정보에 따라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을 발사할 때 나타나는 징후, 예를 들어 연료 운반 차량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여러 장소에 터널이나 지하 시설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설을 출발해 발사할 때까지 한 시간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북한 미사일을 모두 선제 공격하기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북한 병사들이 전투복을 입고 헬멧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실전적인 훈련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월 28일에 핵탄두를 장착한 지대지 전술 탄도 미사일 두 발로 핵 공중 폭발 타격 방식의 교육 모범 사격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지상 500m에서 폭발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거리는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이 폭파된 지상 600m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고도에서 폭발시키면 열선이나 방사선으로 살상 능력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공격적인 폭발도나 실전 형식을 강하게 의식하는 배경에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미국이나 한국을 협박하고 싶은 의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미사일 발사에는 김정은 총비서를 비롯해, 그의 딸 김주애와 아내 리설주, 그리고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도 참관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 총비서 딸 김주애는 조선중앙통신이 17일에 보도한 내각과 그 방송의 체육경기대회에서도 김 총비서와 함께 관람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그리고 어제 국가우주개발 시찰 때도 김 총비서와 함께 나왔고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화성-18형 발사 사진도, 체육경기대회 사진도 김주애와 김여정을 비교하는 사진이 포함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작년 화성-17형 사진이나 체육경기 관람 사진, 올해 2월 8일 군사 열병식 영상에서도 김주애와 김여정을 비교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나와 있습니다. 역시 북한 고위층, '로얄 패밀리' 안에서 김주애가 김여정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싶은 그런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김주애의 등장은 북한 일반 시민 사회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주 북한 소식통에게 김주애에 대해서 당국이 어떤 설명을 하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아직 일반 시민에 대해서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존귀한 자제분' '사랑하는 자제분' 그런 정도로 설명만 하고 더 이상의 강연회나 학습회는 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김 총비서의 경우는 그가 공식적으로 등장하기 전에도 2009년에 북한에서 ‘발걸음’과 같은 그에 대한 노래가 유행하거나 청년대장이라는 말을 쓰는 강연회 등이 많이 열렸습니다. 김주애에 대해서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요. 일본 총련에 대해서도 역시 전혀 설명은 없다고 합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고위층 안에서 나오는 권력 투쟁을 해결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는 것 같고,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지금 김주애 씨가 김여정 씨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싶은 노림수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애가 작년 11월에 처음 등장한 뒤로 5개월 정도 지났는데요. 일반 시민들에 대해서 뭔가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학습회나 강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전혀 없다고 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을 의식한 행동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의 화성 14형 발사 이틀 뒤인 4월 15일은 김일성 전 주석의 탄생 111주년인 태양절이었습니다. 북한 시민들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RFA도 보도했지만, 특별한 큰 행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혀 감동도 없는 냉랭한 분위기가 흘러나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7월 27일 정승절 70주년이나 구국절 80주년이 가장 큰 행사인 것 같습니다. 당국은 2월 8일에 열병식도 했고 몇 차례 시민들을 동원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총련도 과거 4월 15일을 맞아 기념 행사를 해왔습니다. 총련이 힘이 셀 때는 그 행사에 약 2천 명 정도가 모였다고 하는데, 올해는 200명 정도밖에 모이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총련은 몇 명 정도가 모였는지에 대한 보고는 하지 않았고, 그냥 평양에서 행사를 진행했다고만 보고했던 것 같습니다. 북한 소식통은 북한 시민들이 가족들이 학대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북한 당국에 대해 무리한 저항은 하지 않는다는데, 그래도 생활이 너무 어렵고 당국의 지시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택건설이나 농촌지원으로 시민들을 동원하고 싶어도 시민들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동원에 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말입니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상황만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게 대규모 동원을 시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