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은 최근 (16일) 태양절 행사에 맞춰 평양 송화거리에 '80층 고급 아파트' 단지를 선보였습니다. 아파트에는 14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조선중앙텔레비전(조선중앙TV)이 보도한대로, 새로운 입주자 중 김정은 총비서로부터 아파트 한 세대를 선물 받은 리춘희 아나운서가 눈에 띄었는데, 이분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리춘희 씨 이름이 유명해진 계기가 1994년 7월에 김일성 주석의 사망을 전달하는 보도였습니다. 그때 리춘희 씨는 울면서 김일성 주석의 사망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리춘희 씨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도 보도했습니다. 리춘희 씨의 직책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아나운서이지만, 북한에서 각 부문마다 가장 우수한 인물에 인민이라는 직책을 수여하는데 리춘희 씨도 아나운서 최대의 명예인 '인민 방송인'이라는 직책을 받은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리춘희 씨의 나이를 80세에 가깝다고 표현했습니다. 늘 치마저고리를 입고 큰 소리로 보도를 전달하는 게 리춘희 씨의 특징입니다.
슈칸킨요비(주간 금요일, 일본 시사주간지)의 문성희 편집장은 ‘조선신보’의 평양 특파원이었던 1996년 당시에 평양시 교외에 있는 조선중앙TV에서 리춘희 씨를 인터뷰한 바 있다고 합니다. 그때 리춘희 씨는 뉴스를 보도할 때와 달리 조용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리춘희 씨는 평양에 있는 연극영화대학교 출신이고 대학교에 있을 때는 여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졸업한 후 학생들의 진로를 정부에서 지시하기 때문에 본인이 희망하는 직업에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리춘희 씨는 본인은 여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아나운서가 됐고, 역으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동창이 여배우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리춘희 씨는 최고지도자 소식을 전달할 때는 '어떻게 격조 높이 위엄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신경 쓴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문성희 편집장이 어떤 질문을 해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높은 분이라고만 답했기 때문에 인터뷰하기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가 특별히 리춘희 아나운서에게 고급주택을 선물하고 또 이를 국영 매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리춘희 씨에 대해서 50여년간 당의 '혁명의 마이크'처럼 살아왔다고 소개하면서 '나라의 보물'이라고 격찬했습니다. 그 이유로서 "우리 당과 주체조선의 목소리를 만방에 울리고 노동당의 정책과 위대한 우리 국가의 지위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김정은 총비서 스스로 '북한 매체는 전부 북한 정부의 홍보 기관'임을 인정했다는 말입니다. RFA가 앞서 보도했듯이, 리춘희 씨가 받은 아파트는 특권층이 사는 평양시 중구역에 있습니다. 북한 인구는 한 2천500만 명 정도인데 그 중 평양 시민은 약 2백만명이라고 하는데요. 진짜 특권층은 60만 명 정도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이번의 대대적인 보도는 60만 명 정도의 특권층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이런 선물을 받고 싶으면 최고지도자를 결사방위해야 한다는 거죠. 적어도 지방 도시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무시한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의 선물로 제공되는 아파트는 가구와 가전제품 등이 갖춰졌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조선중앙TV에서 보도한 이번 선물 공세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선물은 북한 특권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일반 주민들과는 관련 없습니다. 이러한 차별은 오래전부터 계속돼왔고, 지방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서 부럽다거나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면, 자기들이 사는 세상과 특권층의 세상은 별개이고 관련 없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특권층이 너무 부럽다, 당국을 비판해야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단속당할 수도 있고 인생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보도를 비방하기보다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게 실상인 것 같습니다. 다만 북한은 오랜 시간 동안 대북제재나 신종코로나비루스 방역 조치를 위한 봉쇄 조치로 경제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양 시민 중에도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이 쌓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리춘희 아나운서가 있는 조선중앙TV는 당의 지시 하에 운영되는 북한의 국영 방송사죠. 북한의 조선중앙TV는 해외 국영 방송사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TV는 1963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 컬러 방송도 시작했고요. 그러나 경력과 프로그램 콘텐츠가 모자란 사정 때문에 평일이나 토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그리고 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따로 방송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조선중앙TV는 일본, 미국, 한국 방송국과는 다른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뉴스 방송은 보통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한 시간 단위, 10분 단위로 방송 시간이 통일되는데 조선중앙TV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해마다, 분마다 방송 길이가 좀 다르다는 말이죠. 가끔 방송 사이에 비는 시간이 생기면 음악으로 대체하기도 합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여러 TV 방송은 노동당 선전선동부나 국가보위성에서 반드시 검열한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당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장면은 삭제하거나 아니면 역으로 영상을 추가하기 때문에 방송 시간의 길이가 또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검열된 프로그램이 많아 조선중앙TV는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없습니다. 북한 당국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리춘희 씨가 전달했던 최고지도자의 사망이나 2017년 11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발사 등 당국이 반드시 전달하고 싶은 뉴스가 있을 때는 아나운서들이 “오늘은 몇 시부터 특별 보도가 있다”고 하면서 예고를 되풀이합니다.
그리고 조선중앙TV에는 광고 방송이 없습니다. 2009년에 한때 대동강 맥주나 평양 옥류관 메추리요리 광고를 방영한 바 있었지만 불과 수개월 만에 사라졌습니다. 광고 방송은 후원자들로부터 자금을 제공받아 제작하는 건데 북한에는 그런 체계가 없는 거죠. 그리고 북한에서는 기업 간에 경쟁할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광고를 만들 필요가 없고요. 또 시민들이 광고 방송을 보고 새 제품이 출시된 것을 안다고 해서 바로 그 물건을 살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따라서 광고 방송을 해야 할 필요성이 북한에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러시아 국영 TV 뉴스 생방송 중, 한 러시아 기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국영 방송사에서 정부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조선중앙TV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TV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이 녹화 방송입니다. 이는 국가보위성에서 방송내용을 검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국영 TV 같은 생방송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방송 사고는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TV가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은 진실을 알 수가 없습니다. 조선중앙TV는 북한이 '지상의 낙원'이라고 선전하고 이에 반하는 사실은 전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요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시민들을 학살한다는 뉴스가 있지만, 조선중앙TV는 그런 뉴스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있다는 뉴스도 보도하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가 북한 정권에 문제 되지 않는 뉴스만 보도하고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조선중앙TV 보도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RFA에서도 라디오 뉴스를 보도하고 있지만, USB나 CD에 담겨있는 한국과 미국의 뉴스 및 드라마들이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미국과 한국의 인권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USB와 CD를 북한에 전달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