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한미정상회담, 한중∙한러 관계에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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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한중 관계, 한러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더 굳건한 한미일 3각 공조의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는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정상회담 이후 한중 갈등 심화 가능성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는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현안은 북한 문제를 비롯해 한미 양국의 대중국 및 대러시아 정책, 다자주의, 그리고 군사와 첨단 보안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등입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을 코앞에 앞두고 사실상 논의가 확정된 사안들로 미뤄, 이번 회담이 결과적으로 한국과 중국, 한국과 러시아 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Robert A. Manning) 특별연구원(Distinguished Fellow)은 지난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특히 한국은 중국과 관련해 어려운 위치에 놓인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의 강화된 협력을 통해 세계적 질서에서 중심이 되려는 중국의 노력을 견제하는 여러 주제들이 한중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대만 문제는 반드시 의제에 포함될 것이고, 여기서 나오는 대만에 관한 어떤 발언도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매닝 연구원은 한미 간에 기술에 관한 공급망 안보가 주요 의제 중 하나일뿐 아니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역시 한국과 상당 부분 논의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Frank Aum) 선임연구원도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데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자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보복 가능성, 그리고 중국이 북한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 때문에 대중 압박 참여를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주요 첨단 기술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중국 투자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

또 엄 연구원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 ‘쿼드’를 비롯한 기타 다자적 기구에 한국을 지금보다 더 깊이 관여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선임연구원도 지난 21일 RFA에 “한국과 미국은 원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보호하고자 하는 믿음을 바탕으로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이에 대립하는 사안들에 대항하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 양국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마찰에 대해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과 전략적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권위주의 국가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사안입니다.

그는 “이러한 긴장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본다며, “특히 한국은 미국을 안보 파트너로 두고 있지만, 여전히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 경쟁의 틀에서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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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

한편, 신미안보센터(CNAS)의 조슈아 핏(Joshua Fitt) 인도태평양프로그램 연구원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며 협력, 우정, 축하의 분위기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정상회담에서는 차이점을 강조하기보다는 협력을 위한 공감대(시너지)를 찾고 이를 확대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핏 연구원은 “중국의 도전에 서울과 워싱턴의 전략적 사고 간격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중국에 대한 집중보다는 각 나라의 2022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명시된 계획에 기반한 상호 간의 협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러한 계획에는 우크라이나 방어 지원 협력과 한미일 삼자 관계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워싱턴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한국 간 공급망 회복력과 경제 협력 개선 등으로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 의존도가 약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한국과 미국이 더 긴밀히 협력할 수 있겠지만, 중국 역시 이런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문제 , 억지력 측면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의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립니다.

로버트 매닝 특별연구원은 “한미동맹의 주요 전략적 초점은 여전히 북한”이라며 “한미일 3자 간의 안보, 정보 및 경제 안보 협력을 계속 강화하는 방안이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이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 내에서 미국의 확장억지에 대한 불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북한은 한국이 당면한 가장 즉각적인 도전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윤 대통령이 미국의 확장억지에 대한 보장과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확보하길 원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와 확장억지에 대한 전반적인 안보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프랭크 엄 연구원은 “이제 한미 양국은 과거와는 달리 (대북)관여를 추진하는 면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할 의향이 없고, 주로 억제력 측면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초점은 예전보다 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을 회유하는 것보다 북한에 대한 억제력 강화 방안이 우선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교류 노력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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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A-18, F-35B, F-16 전투기, KC-135 탱커, 한국 공군 F-15K, KF-16, F-36A 전투기가 2023년 4월 21일 한국에서 열린 연합공중훈련 중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AP (AP)

조슈아 핏 연구원은 북한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심각한 안보 위협과 불안정 요인으로 남아있고, 전례 없는 횟수의 미사일 발사로 기록적인 해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우선순위로 삼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을 거부하고 무시해왔기 때문에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신냉전 구도 더 강화할 가능성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 미국, 일본 대 북한, 중국, 러시아가 더 대립하는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더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에 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날선 비판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년 간 국경을 굳게 닫아 온 북한이 중국 측 대사를 가장 먼저 국내로 불러들이고, 러시아와는 무기와 식량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중 또는 북러 간 유대 관계가 더 공고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매닝 연구원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은 한국의 외교정책이 계속 조정해야 하는 요소라고 평가했으며,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비판,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비판에도 한국 정부가 ‘옳은 것’을 하고 있다는 가치를 위해 당당하게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이처럼 일부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한미일 연합을 공고히 하기 위한 하나의 장으로 마련됐다는 분석도 제기합니다.

결국,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현안을 조율하느냐에 따라 정상회담의 결과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