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지난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방안과 경제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마키노 기자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한미 두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니라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 간 확정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을 이번에 나온 '워싱턴 선언'에 담았다고 강조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 역시 관심 사안은 확장억지력입니다. 미국도 이번에 한국에서 나오는 독자적 핵무장론을 무마시키려고 많이 애썼습니다. 그러면 한국이 원하는 핵 공유나 운영에 관한 공동 계획 등을 지원했는지를 살펴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한국이 핵이나 전략무기의 운영 계획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고도한 군사전력이나 미국의 핵전력을 같이 하는 공동작전을 계획하거나 실시하는 방법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핵무기 운영에 관한 정보를 한국과 공유한다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라들과도 핵 공격에 대한 운영 계획을 만든 적이 없거든요. 아마 이번에도 그런 점에서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공동성명에 포함된 것이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SSBN을 한반도에 파견한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한반도의 전략적 핵잠수함이 파견되는 것이 1980년대 이후 40년 만이라고 합니다. 다만 전략적 핵잠수함의 가장 큰 힘은 핵 보복 능력입니다. 이 잠수함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핵 보복 능력의 의미가 있거든요.
그리고 미국의 오하이오 전략적 핵잠수함에는 ‘트라이던트’라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트라이던트는 사정거리가 1만 1천km 정도 되니까 충분히 북한을 공격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항시적으로 한반도 주변에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아마 한국이 많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하나의 선물로서 보내줬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미 양국은 새로운 확장억제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핵협의그룹을 창설하기로 했는데, 북핵을 대응하는 데 있어 핵협의그룹의 창설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 일단 미국과 한국은 핵협의그룹이란 협의체를 새로 만든다고 하지만, 양국은 이미 2012년부터 확장억지 협의를 계속해왔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갑자기 바뀌었다거나 그런 것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도 역시 한국이 원했던 것을 별로 얻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런 사안은 미국과 한국의 협력 관계가 든든해야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나 중국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될 테니 전체적으로 한미동맹 70주년을 축하하고 동맹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경제 부분에 대한 합의 내용은 어떻게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 일단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윤석열 정권 입장으로서는 너무 중요시하고 있었던 회담입니다. 그건 3월에 있었던 한일 정상회담 때문에 진보나 야당 진용에게서 비난을 많이 받아서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3월 첫째 주는 40% 이상을 기록했던 지지율이 4월 둘째 주에는 33.6%까지 떨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방미 직전에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 러시아와 대결 자세를 선명하게 했다는 것은 역시 보수층을 결집시키면서 중간층 등의 지지를 확대하고 싶은 노림수가 있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정상회담에서 얻어내야 했을까라고 생각할 때, 제가 보기로는 일단 경제 분야와 안보 분야 이 두 가지에 있었습니다.
경제 분야부터 말씀드리면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CHIPS(반도체지원법)입니다. IRA에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이 다 미국산입니다. 한국이나 일본, 독일 등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니까 자동차는 한국이 대미 주력 수출 상품이고, 역시 이번 회담에서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 한국 기업도 포함해달라고 이야기해야 했는데, 결과는 그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경제 분야는 CHIPS인데, 반도체에 대해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얻어내려고 하면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에 대한 규제가 제한되거나 기업비밀을 미국 정부에 알려줘야 한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 삼성전자가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지만, 보조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거나, 조금 예외시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번에는 미국과 한국 사이에 핵심 진흥 기업체에 대한 공동 워킹그룹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한국이 중국 시장에서 퇴장해야 한다는 것 같아서 삼성전자도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퇴장하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서로가 노력을 했다는 말은 있었지만, 너무 추상적이거든요. 그러니까 구체적인 경제분야에서 한국이 얻어낸 것은 없고, 미국이 압승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은 이번 한미회담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도 역시 관련 정보를 많이 수집하고 냉정하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한국의 노태우 정권이 북방외교를 했는데, 북한이 싫어했던 것은,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관계가 좋아지면 북한에게는 손해거든요. 물론 한미관계가 나빠지면 그것도 북한에겐 좋은 일이지만, 윤석열 정권은 한미동맹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이미 계산하고 있고, 오히려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관계가 나빠진다는 것은 북한이 환영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계속해서 러시아, 중국과 관계를 이용하면서 한반도를 압박하려 하지 않을까라고 저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