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과 중국 간 무역박람회가 7년만에 재개됐다는 소식입니다. 2022년 조중(북중)국제상품전람회가 지난달 28일 온라인으로 개막했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밝혔습니다. 문 박사님, 북중 양국 간 상품 전람회, 먼저 어떤 행사인지 짚어볼까요?
문성희 7년만이라면 마지막에 진행된 것이 2015년이었다는 말이지요. 제가 북한을 방문하던 당시 북중 박람회를 직접 본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국제적인 상품전람회는 매해 열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각국이나 각 기업들이 상품을 전시하고 그것을 북한 기관이나 기업들이 보러 가는 그런 형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 주민들도 박람회를 보러 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북중 양국 간 상품 전람회라는 것도 그런 방식으로 진행이 됐다고 봅니다. 결국 좋은 상품이 있으면 북한도 중국도 자기 나라에 수입을 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 입장으로 보면 중국 상품 등을 직접 보고 그것을 본따서 직접 생산하려는 그런 목적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두가 중국에 자유로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박람회 등은 직접 상품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도 중국의 상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그런 좋은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박람회는 중국의 유엔대북제재 결의 동참 뒤 중단됐다가 이번에 재개됐는데요, 양국 관계가 그만큼 끈끈해지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최근에 북한이 ICBM(대룩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중국도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이사회에서 북한에 일정하게 이해를 표명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나라들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고 중국도 대만 문제 등을 안고 있다는 그런 국제적인 정세도 배경에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김정은 총비서가 '핵선제공격'까지 주장하면서도 이런 박람회가 열린다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끈끈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만 중국으로선 북한의 ICBM발사까지는 용납하겠지만 핵실험을 재개하게 되면 좀 문제가 다르다고 봅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달리 보고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이 제재에 동참할 때도 국경에서의 거래 같은 것은 눈감아 주고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과 북한과의 경제 관계가 완전히 끊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에서 이번에 4월 15일 김일성주석 생일에 즈음해서 보통강 구역에 고층아파트거리가 새로 생겼습니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김주석 생일110주년에 즈음해서 인민들에게 눈에 보이는 선물을 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 아파트거리라고 보는데 그렇다면 시멘트나 건축자재 등은 어디서 조달할 수 있었던가. 물론 시멘트 생산량을 보면 북한도 나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세계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국입니다. 모자란 양을 조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멘트 뿐만이 아니라 유리창이나 가구 등 비품 같은 것을 어디서 조달할 수 있었던가 그런 것을 생각하면 북한에 있어서 중국은 경제적으로 가장 기댈 수 있는 상대라고 봅니다. 이런 박람회를 가지고 서로의 상품 등을 주고 받는 것 자체가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하나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자> 이번 전람회는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 이후 처음 재개된 북한의 국제무역행사이기도 한데요, 양국 간 교역 재개를 위한 양국 기관 차원의 가시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군요.
문성희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이미1월 16일에 단둥-신의주간 북한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최근에 중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단둥에서도 확진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북한측에서 중단을 요청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103일만에 운행이 중단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게 되면 재개되겠지요. 북한이 완전 국경봉쇄를 한 것이 2020년 1월인데 그때부터 이제 3년째가 되지 않습니까. 북한도 이제 국경을 열어야 할 시기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같으면 "위드(with) 코로나"라고 하면서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북한이 이대로 국경봉쇄를 계속해도 좋겠는가 다시 고심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바깥에서 물자가 안 들어오는 그런 현상을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야겠지요. 그 측면에서도 가장 빨리 무역을 재개할 수 있는 상대가 중국인 것입니다. 화상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이런 박람회를 재개하는 것 자체가 북한과 중국의 교역 재개를 가시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선은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세계적으로 알리면서 이것을 일부러 조선중앙통신에서 보도한 것을 보면 "우리도 무역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의도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도 국경봉쇄를 언제까지 계속하긴 어렵습니다. 코로나가 무섭다고 하더라도 물자나 사람이 안 들어오면 여러모로 지장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그렇지만 한편에선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이 중국 단둥지역의 코로나 19 확산으로 29일 잠정 중단됐는데요,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로선 반갑지 않을 소식일 듯합니다.
문성희 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잠정 중단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생필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북한 주민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낙심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아마도 봉쇄가 된 뒤 계속 생필품이 모자란 상태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수십년 동안 이런 생활을 겪어온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우왕좌왕하지는 않겠지요. 이런 날이 다시 올 것이라고 생필품을 비축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생활 걱정이 없는 부유층이 생필품이 안 들어오게 되면 곤란해지는 것이 아닌가. 특히 외제품이 안 들어오게 되면 곤란해지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시민들은 생필품이 안 들어오게 되면 자력갱생으로 어떻게든 견뎌내겠지요. 다만 그것도 오래 되면 여러모로 불만이 나오겠지요. 그러니까 국산품이든 수입품이든 국가에서 어느 정도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조치로 북중 양국 간 교역 정상화는 여전히 가시밭길인 듯한데요, 북한의 올 해 대외 교역 전망,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성희 중국과의 교역 정상화가 가시밭길이라면 대외 교역 전망은 올해도 그렇게 기대를 걸지 못한다고 봅니다. 북한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중국과의 교역 정상화가 아직 멀다면 무역 전반의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엔 제재가 완화되지 않고 있는데다 북한이 ICBM 발사 시험을 한 것으로 미국은 추가 제재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지만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겠지요. 북한은 미국과는 장기전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에 핵문제가 해결되고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고 핵을 안 가지면 침략당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핵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교섭하겠지요. 그렇게 되면 제재 완화는 더욱더 멀어질 것이고. 그리고 한국의 윤석열 새 정권은 문재인 정권처럼 북한에 우호적으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고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도 어려워지겠지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은 이제 언제 회복될지 예상조차 못합니다. 적어도 5년 동안은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지요. 이렇게 보니까 북한의 올해 대외 교역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는 요인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