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핵 관련 활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서 핵물질 생산 활동이 활발히 진행 중인 정황이 위성사진에서 포착됐습니다.
폐연료봉 저장고와 5메가와트 원자로 주변에는 폐연료봉을 반출하는 것으로 보이는 차량의 움직임이 식별되는가 하면, 열적외선 영상에서는 방사화학실험실과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고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플루토늄 추출과 고농축우라늄 핵물질 생산 활동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폐연료봉 저장고와 원자로 사이에 차량 포착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 5월 4일에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영변의 핵시설 단지.
가장 먼저 영변 핵 단지의 폐연료봉 저장고와 5메가와트 원자로 사이에 트럭 등 크고 작은 차량 5~6대가 식별됐습니다.
이는 저장고에서 폐연료봉을 반출하는 활동으로 추정되는데, 차량에 실은 폐연료봉을 방사화학실험실로 옮긴 다음 재처리 과정을 거쳐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또 실험용 경수로 아래에는 새로 건설된 ‘원자로조정실(Reactor Engineering Building)’이 있는데, 그 옆으로 용도 미상의 건물이 추가로 들어선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이 밖에도 영변 핵시설의 북쪽과 남쪽에 펌프장이 각각 하나씩 있는데, 남쪽 펌프장에서 냉각수가 구룡강으로 배출되는 것이 희미하게 식별됐습니다.
원자로와 경수로를 가동할 때 사용되는 냉각수가 다시 구룡강으로 배출되는데, 이는 실험용 경수로가 시범 가동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입니다.
실제 미국의 대북 매체인 ‘38노스’는 지난 3월 3일과 17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영변의 실험용 경수로가 거의 완성돼 작동 상태로 전환된 것으로 보이는 활동이 발견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재처리시설로 불리는 방사화학실험실도 살펴봤습니다.
이곳은 외부에서 반입된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 핵물질을 추출하는 곳인데, 5월 4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차량정비고 사이에 차량 2대만 보일 뿐, 특이 동향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 영변 핵 단지의 남쪽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도 이날은 특이동향이 식별되지 않았는데,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 3동의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 이산화우라늄(UO2) 변환실은 현재 미가동 중이거나 가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열적외선 위성사진에 '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에 고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의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 지난 4월 12일, 영변 핵시설 단지 일대를 촬영한 열적외선 영상을 살펴봤습니다.
이날 영상에는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과 우라늄농축시설 두 곳이 유난히 붉은색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이 두 시설이 활발하게 가동 중이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 연구위원은 9일 RFA에 “열적외선 영상에서 온도가 높은 지역은 붉은색, 온도가 낮은 지역은 파란색으로 나타나는데, 방사화학실험실과 우라늄 농축시설 두 곳이 붉은색을 띠었고,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도 다소 옅은 붉은색이 나타났다”며, “이곳에서도 시설이 가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영변 핵시설 단지 일대를 촬영했을 당시인 지난 4월 12일 오전 10시 30분경의 기온은 평균 (섭씨)9도였으며, 최저 6도에서 최고 14도 사이의 분포를 보였습니다.
구룡강 물은 열 발산이 없어서 푸른색으로 차갑게 감지됐지만, 방사화학실험실은 13℃~14℃로 유난히 높은 기온을 의미하는 짙은 붉은색을 보였고,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도 12℃의 보라색 고온을 나타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열적외선 영상에 따르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핵물질 생산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고, 우라늄 농축시설과 5메가와트 원자로도 계속 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열적외선 영상에서 방사화학실험실이 눈에 띄게 높은 온도를 나타냈고, 폐연료봉 저장고 인근 노상에 차량 5~6대가 식별된 것을 연결해 보면, 폐연료봉을 재처리 시설로 반출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핵물질 생산 활동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우라늄 농축시설도 고온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고농축우라늄 핵물질 생산도 동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최근 핵 관련 활동에 관한 정황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최근(4월 2일) 영변 주요 핵 시설에서 강한 활동이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으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산하의 북한 전문매체인 ‘분단을 넘어’는 지난 4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과 4번 갱도에서 도로와 건물 건설 등 새로운 활동 징후가 포착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 정부는 계속 북한이 핵 공격 시 핵으로 보복할 수 있다며 경고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존 힐 미 국방부 우주 및 미사일방어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달 18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전략군 소위원회 미사일 방어 예산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 공격 시 미국은 핵으로 보복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위성영상 판독∙분석, 이미지 제작: 정성학 한국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기자: 한덕인,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