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커 “북, 영변 외 핵시설 분명히 더 있어”

‘힌지 포인트(Hinge Points: An Inside Look at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저자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힌지 포인트(Hinge Points: An Inside Look at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저자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The Korea Society)

0:00 / 0:00

앵커: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이자 북핵 프로그램의 전문가인 미국의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Hecker) 박사는 최근(11일) 영변 외에도 핵물질을 생산하는 시설이 더 있다고 재확인했습니다.

또 그는 북한의 미사일 시설도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이 있고, 핵실험도 한 번 더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면서, 지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헤커 박사가 진단한 북핵 프로그램과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해 한덕인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한덕인 기자 , 헤커 박사는 직접 영변 핵시설을 목격했고,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심각성을 알린 인물인데요. 헤커 박사는 오늘날 북한 핵 프로그램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했습니까?

[기자] 네,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무기 복합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영구적으로 파괴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잠수함, 고체 연료 미사일 등을 개발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미사일 기지와 같은 시설들은 북한이 밝힌 것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핵 물질인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 우라늄 채굴 시설과 등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헤커 박사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헤커 박사 : 핵물질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가 있는 시설은 영변 외에도 한 곳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아마도 두 곳 정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영변에 있는 시설과 병행해 핵물질을 핵무기 등급으로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추측은 있지만, 지금은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 자유아시아방송이 최근에도 위성사진을 분석을 통해 영변에서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 헤커 박사는 영변에 대해 어떤 분석을 내놨나요?

[기자] 헤커 박사는 영변 핵 시설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목격한) 영변은 오래된 시설이 아니었으며, 북한은 그곳에서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다시 북한에 들어가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하면 다른 시설들에 대해서도 힌트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에게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일이라도 북한에 들어갈 의향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헤커 박사 : 네, 그렇습니다. 저는 러시아를 수차례 방문했지만, 상황이 바뀌기 전까지는 다시 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내일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했습니까 ?

[기자] 네. 이 부분은 헤커 박사의 말을 직접 들어 보시죠.

헤커 박사 : 북한은 작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부터 크루즈미사일까지 놀랍고도 다양한 무기 수단이 있다는 것을 있습니다 . 초음속 미사일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고 , 단거리와 중거리미사일도 보유하고 있으며 ,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그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많은 핵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 (지금까지 했던) 6 번의 실험으로는 전혀 충분치 않습니다 .

헤커 박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번 더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왜아직 핵실험을하지않았는지는확실치 않다면서 기술적인이유일수도있고, 중국의 반응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북한은 한번의수소탄실험을 했지만, 이런 수소탄을 미국까지 날리는 것은더많은실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북한은 계속 핵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협상이나 대화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헤커 박사는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습니까?

[기자] 헤커 박사는 지난 수년간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사결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국제사회가, 특히 미국이 북핵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북한이 내린 외교 정책 결정의 맥락을 되짚어 보고, 실패의 지점이 어디였는지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과거부터 모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현실을 결코 마주할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혹여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더라도 완전한 군축을 달성하겠다"는 공언을 반복했다면서 이런 미국 측의 의지는 북한의 핵개발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핵 보유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헤커 박사는 이날 대담에서도 오늘날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대외적으로 공고히 하려는 계획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했는데요.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도 직면하고 있는 ‘냉엄한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고, 이에 대한 외교 정책을 뒷전으로 무기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헤커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사진2).jpg
Siegfried Hecker 2010년 11월 13일 사진에서 미국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에서 돌아온 뒤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 (AP)
  • 특히 헤커 박사는 오늘날 북핵 위협을 야기한 대표적인 요인이 북한의 전략적 결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미국에 있다고 지적했다면서요 ?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헤커 박사는 북한이 외교와 핵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부족했고,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안보 위협 중 하나로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지난 30년 동안 대미외교와 핵개발, 이 두 가지 노선을 번갈아 가며 우선순위를 정해왔고, 둘 중 한 가지 노선을 꼭 버려야 한다는 전제로 전략적 결정을 내린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때때로 핵개발의 진전을 늦추긴 했지만, 핵을 완전히 포기한 적은 없었고, 동시에 미국과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이며 국가와 정권의 장기적 생존을 모색해 왔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 두 가지 노선을 번갈아 펼쳐왔는데, 미국은 오직 북한의 비핵화에만 집중했고, 북한에 '외교'와 '핵개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조기에 강요함으로써 정치적 중간 지대를 배제하는 부작용을 스스로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3).jpg
중국 신화통신이 공개한 2008년 6월 27일자 사진에서 북한 영변의 영변 핵단지 냉각탑이 철거되고 있다. (Gao Haorong/AP)
  • 끝으로 헤커 박사는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간과하는 잘못된 생각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밝혔다고요 ?

[기자]헤커 박사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북한을 폐쇄된 왕국으로 여기지만, 실제로 북한은 자신이 방문할 당시에도 145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완전히 폐쇄된 국가가 아니라는 겁니다. 또 많은 언론이 '북한은 대화에 진지하게 참여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화는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헤커 박사가 한 말 중에 인상적인 내용은 그가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들린 평양제일중학교의 한 영어 교실에서 한 여학생이 예쁜 글씨로 미국인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에 관한 작문을 하는 봤다고 하는데요. 외부사회의 인식과 북한 내부의 실제 상황에는 간극이 클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헤커 박사는 여전히 북한 정부는 부당하며, 주민들이 억압받고 가난한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 ,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덕인 기자와 함께 핵 프로그램 전문가인 헤커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