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은 최근 (8~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 회의에서 (전원회의)에서 공보를 통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인사조치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가장 눈에 띈 것은 군사 부문의 인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군사 부문의 최고위급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국방상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교체됐습니다. 그리고 사회안전상과 국가보위상도 바뀌면서 군사·치안 부문 고위 관료 다섯 명 중에 네 명이 교체됐습니다. 한편 유일하게 교체되지 않는 이용길 국방상도 5월에 열린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국장 즉, 국가가 진행하는 장례식 위원으로 선출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미 올해 들어서 역대 최대인 3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그리고 7차 핵실험도 김정은 총비서가 결심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긴장된 상황에서 군부문 고위 관료들을 물갈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배경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신종 코로나비루스 감염 확대와 관련해 군·치안 부문을 문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고요. 그리고 핵실험 후 군사적인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더 신뢰할만한 인물을 기용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어쨌든 김정은 총비서가 현재 북한을 둘러싼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이번 인사에서는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실각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외무상으로 임명됐으며 동시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도 선출됐습니다. 한반도와 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최선희를 외무상으로 승진시킨 데에는 어떤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알기로는 최선희 외무상은 북한이 1980년대에 만들었던 핵상무조의 일원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한반도 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북한은 인민군이나 국가안전보위부, 원자력총국, 외무상 등 여러 관련 부서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테스크포스, 즉 임시조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게 핵상무조라고 하는데요. 외무성에서는 당시 제1부상이었던 강석주, 김계관, 나중에 외무상이 된 리용호, 그리고 당시 통역이었던 최선희 외무상 등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최선희 외무상은 30년 이상 북한 핵 문제에 관련된 부서에서 일해왔다는 말입니다. 그는 연구도 잘하는 사람이고 김정은 총비서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도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실험이 아니고 핵실험으로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총비서는 이 협상에 대비하기 위해서 최선희를 외무상으로 기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의 외교 전략도 엿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향후 북한의 대외정책과 외교 전술,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국가방위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계속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너무 악화했고 주변 정세가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바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긴장을 격화시킨 책임이 이미 미사일을 33발이나 발사했던 북한에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은 북한의 책임을 부정하면서, 신종 코로나비루스 유행이나 경제 제재로 북한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으로부터 도망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총비서가 여러 가지 대외 활동 부분에서 견지해야 하는 원칙이나 전략·전술적인 방향도 설명했다고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북미 협상의 전망이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서 이렇게 애매한 표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한편,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국제사회는 평가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핵실험 시기를 두고 북한이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현재 어떤 상황이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지금 핵실험을 할까 말까 많이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준비가 다 된 상황이고 김정은 총비서가 핵실험을 취소한다고 하면 국내적인 위신도 떨어질 수 있고 군이나 원자력총국 같은 핵실험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에 실망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북한 입장으로서는 핵실험이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핵실험을 했다고 하면서 북한이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특히 북한 입장으로는 과거에 6번 핵실험을 했는데 그중에서 크게 성공한 경험이 2번 있습니다. 하나는 2006년 10월의 첫 번째 핵실험 후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됐던 북한 비밀 자금을 인출하는데 성공했던 것과 다른 하나는 북미 정상회담 실현의 계기가 된 2017년 9월의 여섯 번째 핵실험이고, 이는 북한에 가장 큰 성공 체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미일 세 나라는 지금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도 비공식적으로 북한에 핵실험을 하면 안 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저는 듣고 있고요.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진짜 핵실험을 할 건지 아닌지는 아직도 애매한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이번 달 말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나토) 정상회담과 이 자리에서 열릴 가능성이 큰 한미일 정상회담이나, 7월 4일 미국의 독립 기념일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어 계속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한국과 미국, 일본의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대북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한미일 세 나라의 안보협력 전망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보도에 따르면, 한미일 세 나라는 8월에 탄도미사일 추적 훈련한다고 합니다. 세 나라는 과거 수색·구조 훈련(SAREX:Search and Rescue)이나 대잠수함 전투 훈련 (Anti-Submarine Warfare, ASW)을 한 실적이 있고 이러한 훈련을 다시 한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훈련은 표면상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서지만 제가 보기에 미국이나 일본은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이 탄도미사일 훈련이나 잠수함 전투 훈련을 하는 것은 북한보다 중국의 위협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 입장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훈련이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고요. 한편 한국의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미 외교부 장관 회담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일 지소미아는 문재인 정권이 파기를 선언한 후, 파기를 유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일단 그렇게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을 제시했기 때문에 지소미아 파기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이미 정상화가 달성됐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