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 제재 속에 3년 차에 접어든 국경 봉쇄, 그리고 코로나 발생 뒤 북한 당국이 취한 극단적인 폐쇄 조치가 가뜩이나 힘겨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북한 당국의 이동 제한 조처가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시장의 비활성화를 불러왔고, 이것이 식량 가격 상승을 야기해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화시키고, 또 의료적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나비효과’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북한 주민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정치, 경제, 의료, 농업, 사회 별로 천소람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한국 YTN 뉴스]북한이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인정한 지난달 12일…,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한 달 만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규정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비루스 확산을 처음 인정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약 한 달여 동안 북한 당국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고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 주민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
먼저 정치 , 체계적 어려움.
박원곤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14일)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겹쳤기 때문에 체제에 큰 위협을 느꼈을 거라 평가합니다.
[박원곤]북한 전염병이 극단적인 경제적 어려움과 겹칠 때 북한 주민들의 봉기를 통한 북한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의 가능성이 있는 거죠. 코로나 상황이라는 게 딱 이상 황이지 않습니까…. 그 어떤 것 보다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인데요.
하지만 체제 위협 상황에서도 정권 강화를 위해 핵실험 재개 및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 당국. 민심 돌보기보다 체제 유지를 더 우선순위에 놓았다는 지적입니다.
[박원곤]북한은 체제 특성상 가장 중요한 건, 본인들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고, 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이 매우 중요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복지, 기본적인 인권 수준에 충족할 만한 기본적인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그만큼의 비용을 쓰고있는 것은 분명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말합니다.
[박원곤] 5월부터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최소한 4차례, 방사포까지 하면 5번인데요. 그간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한 번도 대외 매체를 통해 공개하지 않았어요. '주민들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미사일을 쏜다'라는 게 북한 주민들에게 결코 긍정적으로 비춰질 수 없는 사안이죠. 그런 부분도 북한 당국이 고민하고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김 총비서도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있다는 겁니다.
백신(왁찐) 지원 등 여러 도움의 손길이 있었지만, 북한이 의도적으로 대외관계를 끊고 응답을 하지 않은 상황이 북한 스스로 선택한 암흑기라 박 교수는 진단합니다.
[박원곤]북한이 의도적으로 대외관계를 끊고. 바이든 행정부도 고위층이 구체적인 제안을 하는 친서를 에도 묵묵부답이었고…, 이런 상황이면 북한이 스스로를 암흑기로 집어넣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경제적으로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 .
코로나가 시작되며 국경 봉쇄로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쳐온 북한 당국.
하지만 경제 제재와 국경봉쇄가 맞물려 수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것이 도미노 현상을 불러와 주민들이 더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5일) 평가합니다.
[임수호]북한 주민은 시장 활동을 통해 생계유지를 해왔는데요. 주민 소득이 많이 하락했고, 평양, 지방 모두 소득이 떨어졌습니다. 아무래도 평양보다는 지방 주민들의 소득이 훨씬 많이 떨어져 지역간 불평등 문제가 더 심화됐습니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제 침체 상황에서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임수호]북한 시장 물가에서 중요한 부분은 기름값과 식량 가격인데요, 두 가지 모두 앞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석유와 경유는 물류만이 아닌 농업 생산성, 광업 채굴 차량에도 다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한의 산업 향상에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죠. 제재와 코로나 영향으로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곡물 부족과 식량난도 심각합니다 .
북한의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2020년부터 시작된 상황이지만, 생활용품 및 필수품 등이 부족했음에도 곡물 가격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고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4일) 말합니다.
[김혁]곡물 가격 상승이 크지 않았던 결정적인 요인은 일반 주민들의 소토지를 통해서 확보되는 식량이 시장을 통해 공급이 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식량 상황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김혁]지난 5월, 북한이 공식적으로 코로나 확산을 인정하며 이걸 계기로 사회와 시장을 통제하기 시작하죠.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시장을 폐쇄하며 시장에서 팔리던 곡물이 팔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니, 개인들이 각자 곡물 장사 집을 찾아 사게 되는데, 그렇게 되니 곡물이 희귀해지는 거죠. 그렇게 되니 가격 경쟁이 안되는 상황에서 곡물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곡물 가격 상승에 따라 주민들의 먹거리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 반복된 거죠.
2년이 넘는 국경봉쇄 시기보다 지난 5월 북한 당국이 코로나를 첫 공식 인정한 이후 약 한 달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식량난과 곡물 가격 변동이 더 심해졌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를 인정하고, 통제를 시작하며 주민들에게 새로운 암흑시대를 줬다고 평가합니다.
[김혁]주민들이 경제적인 활동을 못 하게 되죠. 시장 자체를 폐쇄해 시장에 나가 구매를 할 수 없고, 타지역 식량이 많은 곳에 가서 식량을 구해올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그러다 보니 지역에 있는 식량 곡식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또 다른 암흑시대가 시작될 거라고 봅니다.
의약품과 보건 체계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
차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15일) 장기간의 봉쇄 조처와 경제 제재로 인해 북한의 의료체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능이 마비됐고, 이것이 주민들에게 충분한 의료적 접근성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분석합니다.
[차지호]각 사람들이 가진 경제적인 활동이 위축되잖아요. 그래서 그 안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 장마당에 의존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사람들이 시장이 마비됐을 때 그 사람이 가진 경제적 상황들이 굉장히 열악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됐을 때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보건 의료적 상황이 올 때 그 질환에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 접근하는 부분이 어려워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코로나로 인한 중증화가 진행된 사람들의 경우 북한에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에 주민들의 두려움은 더 심했을 거라 예측합니다.
[차지호]중증 환자들에겐 산소공급이 굉장히 중요하고, 여러 가지 기본적인 코로나 증상 완화, 혹은 중증화 상태에서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약들도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서 중증화로 진행된 사람은 의료의약품 부족과 의료체계 기능 제한으로 인해 굉장히 큰 고통을 겪고 그중 일부는 사망하기 때문에 무조건 큰 고난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 인권 문제.
코로나로 인한 봉쇄와 통제로 인해 경제 활동과 문화 활동이 제한됐기 때문에 주민들이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됐다고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말합니다.
[정은미]아무래도 이동권이 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이고, 지금 북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당장은 생존 자체가 제1 목표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농촌 모내기 철 때문에 동원되고, 그러다 보니 농촌에 확진자가 많이 생겨서 일 끝나고 또 격리 들어가고…, 이동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렬할 거라 생각됩니다.
전염병의 상황에서 이동의 자유라는 최소한의 기본권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 하지만 이것이 북한의 방역 체계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정 연구위원은 말합니다.
[정은미]의료체계가 잘 안 되어 있고,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봉쇄와 격리를 통한 유입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코로나가 완화된 이후 주민들이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정은미 연구위원은 지적합니다.
[정은미]북한도 분명히 억눌렸다가 해제 됐을 때는 경제 활동을 다시 재개할 수 있을지라도, 이미 세계적인 경제 환경이 침체로 가고 있기 때문에…. 달러도 부족할 게 분명하니 세계적인 곡물가격도 높아졌고, 석유, 기름 값도 높아졌기 때문에 그 이후에 오는 앞으로의 자력갱생 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이 가중 될 거라 봅니다.
북한 당국이 스스로 선택한 고립에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심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