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은 지난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에 걸쳐 6·25 반미 군중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 집회는 5년 만에 재개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는데요. 올해 반미 집회를 재개한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서 5년 만에 반미 집회가 열렸습니다. 북한은 한국전쟁을 시작한 6월 25일을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로 정했습니다. 집회에서는 "미제가 일으킨 한국전쟁은 조선을 압살하려고 한 침략 전쟁이었다"고 하면서 "만약 미제가 다시 전쟁을 일으키면 우리 인민은 침략자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원래 매년 6월과 7월을 '반미 월간'이라고 칭하면서 이 시기에 반미 운동을 전개해 봤습니다. 2017년에는 미국에 반발하는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여서 미군을 증오하는 운동을 전개한 적도 있었습니다. 현재 북한은 7번째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핵실험 재개를 선언한 1월에 열린 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인 위협이 묵인할 수 없는 정도로 위험한 수준에 달했다"고 설명한 바 있었습니다. 앞으로 핵실험을 할 때 그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집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반면 4년 9개월 만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세 나라가 긴밀한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과거부터 한미일 세 나라 방위 협력에 강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최근 열렸던 한미일 공동 훈련에 대해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고 반발한 바 있습니다. 만약에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한미일 정상회담 시기에 맞춰 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말한 바와 같이 북한이 핵실험으로 최대한의 정치적 효과를 얻어내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대한 강력한 반발 의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역으로 보면 한미일 정상회담이나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도 핵실험을 안 하면, 북한에게 핵실험을 강행하기 어려운 어떤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중국과 가까운 제3국에 중국 정부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정보는 한미일 세 나라가 중국 정부로부터 직접 확인은 못 했지만, 제3국에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는 미확인 정보는 입수한 바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현재 신종 코로나 비루스도 유행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최대 지원국인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가 핵실험을 취소하면 북한 원자력총국이나 북한군 등 여러 강경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일단 7월 4일까지 핵실험 안 할 경우 9월 9일 건국절이나 10월 1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까지는 북한이 핵실험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북한 일부 지역에서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퍼지면서 김정은 총비서 부부와 당 고위 간부들이 피해지역에 의약품 및 생필품을 기증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조용원 당 비서 등을 따라 의약품을 피해 지역에 보내는 사진을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노동당 간부들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제까지는 최고 지도자의 일생을 기억하는 회고록에서 단편적으로 사생활을 이야기한 바는 있었습니다. 오히려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은 신 같은 존재인 최고 지도자의 신빙성이나 권위에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북한 당국은 우려해왔습니다. 이번에 이러한 사진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김정은 총비서 자신이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지를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김정은 총비서는 본인이 인기가 없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일상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유엔군사령부 사령관이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를 시찰했다면서요? 이곳은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을 보내는 핵심 기지로 북한 순항 미사일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거론된 곳인데, 최근 시찰을 통해 어떤 점이 논의됐으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주한미군 사령관도 겸하고 있는 폴 라카메라 유엔군 사령관이 6월 초에 일본을 방문해 유엔군 후방 기지를 시찰하면서 일본 자위대 간부들과 회담한 바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엔군의 후방 기지는 요코다, 요코스카, 오키나와 기지 등 세 곳을 포함한 일곱 개 기지가 있습니다. 라카메라 사령관은 유엔군사령부 간부들과 함께 도쿄 요코다 기지에 있는 후방 기지를 방문한 바 있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요코다 시에 있는 주일미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아닌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라카메라 사령관은 일본 방문 중에 관계자들에게 '일본과 한국이 서로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과 미국 사이에 안전 보장 조약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의 이해없이 주일 미군을 한반도에 마음대로 파견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사시에 한반도에 있는 일본인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일본이 자위대를 파견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한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하지 못한다고 라카메라 사령관도 설명했다고 합니다. 라카메라 사령관은 이렇게 설명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미국이 나토 정상회담에서도 이야기한 것 같은데, 미국은 대만 해협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한미일 방위 협력 없이 이 지역에서 미군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정때문에 미국이 나토 정상회담을 기회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강력히 주도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7월 외교 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한일 정상회담은 무산됐는데, 이는 어떤 이유라고 봐야 할까요? 또 한일 간 회담이 양국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 전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아쉽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일본 쪽 정치적 사정 때문이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28일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의 만찬회에서 간단히 인사했는데, 이에 대한 양 정부의 발표 자료를 비교하면 일본의 정치적 사정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한일 양 정상이 나눈 인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반면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총리의 만찬회 출석 관련 보도 자료에서 기시다 총리가 슬로바키아 대통령이나 호주 총리와 인사했다고 보도하면서 가장 마지막에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호주 총리와 나눈 인사는 '짧은 시간 인사했다'고 표현했지만, 이상하게 윤석열 대통령과는 '극히 단시간, 극히 짧은 시간 인사 나눴다'고 표현했습니다. 7월 10일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안에서 비판이 확대되는 걸 우려하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인 판단이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국 대통령과의 인사를 가장 마지막에 냉정한 어투로 설명했다는 것은 일본 정부나 일본 외무성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 대통령실 보도자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참의원 선거 후에 한일 관계 개선 조치를 취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일본 쪽의 이런 태도를 보면 한일 관계 개선은 아직 길이 멀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