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기자 > 우크라이나 동남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공화국들과 북한 간에 경제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전쟁으로 파괴된 기설 복구에 북한 노동자들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의 말인데요, 문성희 박사님, 북한과 돈바스 지역 공화국들 간 경제협력 가능성,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성희 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7월 13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북한과 단교했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북한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 것은 뭔가 얻고 싶은 것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대사는 '북한 노동자들이 (돈바스의) 파괴된 기간시설과 산업 시설을 복구하는 과제 해결에서 아주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건 북한의 노동력이 매우 잘 준비되어있고 기술적으로도 수순이 높다는 측면이 배경에 있는 발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의 제철, 운송기계 공장이나 기업이 구 소련의 기술적 지원으로 건설된 점도 고려돼야 합니다. 돈바스 지역의 중기계 공장 등에서 생산된 설비들이 아직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공장 재보수를 위해서는 이 곳에서 생산되는 부품이나 설비가 필요하겠지요.
< 기자 > 결국 관건은 국제사회의 촘촘한 대북제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렸다는 지적인데요, 마체고라 대사는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밝혔네요.
문성희 네, 물론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이 독립을 승인한 두 곳은 친러시아세력이 세운 공화국입니다. 따라서 국제적인 제재가 있다고 해도 러시아가 지원할 것이고 북한과 이 지역 간 경제협력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 측면에서 마체고라 대사는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기자 > 마체고라 대사에 따르면 예전부터 북한은 돈바스 지역과 경제교류가 꽤 빈번했다는, 데 실제 북한에서 느끼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은 어느 정도나 긴밀했나요?
문성희 북한에서는 오래 전에 세워진 아파트나 공장, 기업소들은 거의 모두 러시아, 그러니까 구 소련식 건물들입니다. 러시아의 기술자가 북한에 와서 건설을 도와주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것 하나만 봐도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협력 관계는 긴밀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렇게 과거에 세워진 공장, 기업소 안에 설치돼 있는 기계류는 구 소련이 제공한 것이기때문에, 고장이 나면 러시아에 수리를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협력이라기보다 구 소련에 북한 경제가 예속된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제가 1996년에 평양특파원을 할 때 라선에 가기 전에 청진에 들렀는데 거기에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체류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청진에 정박한 러시아선박의 선원들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술집에 가니까 러시아인들만으로 꽉 차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선박이 정박하는 것 만으로 북한에 돈이 들어오지오. 이렇게 러시아 선박이 북한 항구에 정박하는 것만으로도 경협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는 중국에 비하면 러시아와는 그리 긴밀한 경협 관계는 없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코크스나 원유 같은 것은 우호가격, 혹은 교환무역으로 제공을 받고 있었지만 최근에 러시아와 경협 관계가 그리 깊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설치 문제는 러시아가 적극 응한 것으로 아는데 다른 분야는 그리 진전이 없었다고 봅니다.

< 기자 > 마체고라 대사는 콕 짚어 '양질의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요, 역으로 말하면 해외에 외화벌이를 위해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에 내몰리고 있다는 걸로 들리는데요.
문성희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에 내몰리고 있었다는 보도는 저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은 물론 있다고 봅니다. 너무 힘들어서 도망친 사람도 있다는 보도도 본 적이 있습니다. 반면에 북한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해외에 일하러 간 사람들이 번 외화로 집이나 아파트를 샀다, 그러기에 해외에 가서 노동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뭐 그런 내용의 이야기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사실인지 확인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자발적으로 해외에 나가겠다고 한 것인지 말입니다.
북한 노동자는 성실하고 지식도 있고 반발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굉장히 평판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북한 노동자는 싼 값으로 고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을 하는 측 나라는 고마운 것이지요. 한편으론 그것은 북한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환경에서 싼 값으로 노동을 시킨다는 사실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 노동자 파견은 국제제재로 금지가 되어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이게 큰 외화벌이 수단이었던데 경제적으로는 굉장한 손실이라고 봅니다.
< 기자 > 북한 내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파견되는데 대한 인식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제가 북한에서 들었던 이야기로는 해외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국가가 기본적으로 노동해서 받는 보수를 수탈한다고 해도 노동자들에게도 약간의 임금은 주겠지요. 그것도 외화로 준다면 북한에서는 엄청난 이익이 될 것입니다. 북한은 정보가 외부에서 잘 안 들어오는 대신 입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는 나라입니다. 노동자들이 해외에 파견되는 문제도 인원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실제 어떻던가 하는 것은 소문이 퍼지기 마련이라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