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 북∙러, 친선 넘어 안전보장 관계로 발전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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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북∙러 , 고립 완화위한 지지대…안전보장 관계로 발전 가능성?

<기자>북한과 러시아가 더 가까이 밀착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8월29일) 북한 외무성은 러시아 전문가와 언론을 인용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가 하면, 알렌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코로나비루스가 한국으로부터 유입된 게 확증됐고 그런데도 북한이 코로나비루스를 종식할 수 있던 이유로 북한 고유의 특성 때문이라며 북한을 크게 칭찬했습니다. 이처럼 북러가 밀착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통신은 8월 29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판하는 러시아 전문가 논평을 소개했습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8월 26일에도 북한의 코로나 방역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 논평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세계 고아'라고 할 정도로 고립 상태를 계속해왔습니다. 해외에서 북한을 전면적으로 지지하는 단체인 '주체사상연구회' 등은 북한 스스로 아프리카나 유럽에 자금을 제공해서 만든 우호 단체밖에 없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과거 북한과의 우호 관계는 강조해왔지만, 한미훈련을 비판하거나 북한 방역 대책을 칭찬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일은) 너무나 신기한 일인데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으로는 먼저 러시아의 사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습니다. 친러시아파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나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 시리아, 북한밖에 없습니다. 구소련 구성국 중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과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나 코카서스(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쪽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러시아 입장으로는 적어도 세계적인 고립을 완화하기 위해서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고립되고 있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서로 고립된 상황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 서로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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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y General No Kwang Chol, Minister of the People's Armed Forces of the DPRK, poses with a delegation of the Ministry of Defense of Russia led by Vice-Minister Alexandr Fomin after talk in Pyongyang 북한 평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가운데)과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 (가운데 왼쪽)이 이끄는 러시아 국방부 대표단의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통신(KCNA)이2019년 7월 4일 공개했다./Reuters (KCNA/REUTERS)

<기자> 북한과 러시아는 본래 어떤 관계인지도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 1991년 12월 붕괴할 때까지 소련은 북한이 국가로 지속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소련이 데려온 사람이었고,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는 소련과 동유럽 나라들이 북한의 도시 재건축을 지원했습니다. 이런 배경 탓에 북한은 1960년대까지 온돌이 아닌 소련식 난방 설비인 페치카를 계속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소련은 북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의 갚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안전 보장적으로도 소련이 IRT-2000형 실험용 원자로를 북한에 제공해 북한이 이를 토대로 발전시킨 5MW 흑연감속(원자)로를 영변에 건설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핵 보유까지 성공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원자력 협력을 해줬던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배신이었죠. 이런 경위가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는 북한에 밀가루 등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하지만 대규모 투자나 군사협력은 안 하는 방침을 유지해 왔습니다. 2011년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했을 때도 북한이 전투기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거절한 바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하고 북한의 관계가 다시 안전 보장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 아닌지가 지금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의 집중 분산시키려 북한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15 광복절을 맞아 북러 간에 교환한 축전에서 "북러 관계 확대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전반의 안전과 안정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죠. 현재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극동 지방의 러시아 군은 소련 붕괴 직후 거의 괴멸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러시아 공군이나 해군도 다시 준비되고 있고요. 물론 한반도 유사시에 러시아 군이 개입할 정도의 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근 주목할 만한 점은 러시아군이 중국군의 힘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에도 러시아군과 중국군 함정이 같이 일본 공해에서 행동하는 것이 목격됐습니다. 그리고 중국군은 9월 1일부터 러시아 극동 지방에서 시작될 예정인 러시아 주도 다국간 합동 군사훈련 '보스토크(Vostok)'에 참가합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동맹 관계가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으로 생각해보면 러시아가 앞으로 한반도 유사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이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동시에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러시아와 중국이 한반도 유사시를 이용해 유럽에서 대규모 군사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접근하는 목적은 (미국에) 한반도를 둘러싼 안전 보장 문제와 유럽 안전 보장 정세를 같이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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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 장관 회의, 인사하는 중-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5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류영석/YNA)

<기자> 한편, 북한은 친러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한스크 공화국에 노동자를 파견하기 위해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협상을 벌이는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북한이 노동자를 두 나라로 파견할 수 있으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양 인민공화국을 승인한 이유 중 하나가 노동자를 파견해서 외화를 벌려는 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러시아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가 유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 파견은 유엔이 결의한 제재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북한의 이런 속내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러시아도 북한의 노동자가 도네츠크나 루한스크에 파견되는 것은 인정할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 지금도 전투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전투가 끝나지 않는 한, 북한 노동자를 도네츠크나 루한스크로 파견할 수 없습니다. 물론 북한군이 그 두 지역에 파견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북한이 도네츠크나 루한스크로 노동자를 파견하는 것은 전쟁 상황이 끝난 다음이 되지 않을까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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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철(왼쪽)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달 13일 모스크바에서 올가 마케예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대사에게 승인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은 북한에 의해 인정받았다고 7월 13일 밝혔다. /AFP (HANDOUT/AFP)

한반도 유사시 더 이상 미중러 협력 관계 기대 어려워

<기자> 마지막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관계가 동아시아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 적어도 유엔의 북한 제재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0년 이상 열지 못하고 있는 6자 회담이 앞으로 부활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적극적인 군사 지원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지만, 두 나라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김정은 체제를 최대한 뒷받침하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반도 둘러싼 안전보장 방안이 복잡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 러시아, 중국이 같이 협력해 위기를 빨리 끝낼 수 있도록 협력하는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반도 유사시에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대만을 포함한 주변국을 침략하려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주한미군이나 미군은 과거처럼 한반도에 전력을 쏟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군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는 한국이나 일본 입장으로서는 하나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