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북 핵 법제화 이어 잇단 미사일 발사에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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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주민들은 장기간 국경봉쇄와 고질적인 식량 부족으로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핵무력 법제화에 이어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도 핵과 미사일 개발이 자신들에 대한 착취와 희생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와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탈북민들의 반응을 박수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굶어 죽느니 전쟁이 낫다 " 북 주민들 자포자기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에 이어 9월에만 25일, 28일, 29일 등 세 차례, 총 다섯 발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 전에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 속에 탈북민들은 좌절감과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탈북민 김신영 (가명) 씨는 (21일) RFA에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결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군 장교 출신인 탈북민 김단금 씨는 나아가 (21일) 당장 먹고사는 게 급한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반발심이 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단금]그쪽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실제 배고프고 막 힘들고 하니까 거기에 신경을 안 쓰는 사람들도 있죠. (반면) "핵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 더 나아지는 게 뭐냐" 이렇게 할 수도 있잖아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김동남 씨도 (19일) 북한 주민들이 핵과 미사일로 자부심과 안정성을 느끼기는커녕 먹고 살기 어려워 관심 가지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동남]북한 주민들은 지금 김정은 총비서가 뭐라 하든, 노동신문이 그걸 전하든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지금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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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에 대한 북한 주민들 반응. /RFA그래픽-박수영 제작

탈북민 출신인 나타샤인권협회 손혜영 대표는 어려움에 처한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손혜영]북한 사람들이 고생하고, 싸우고, 땅을 파서 먹을 수도 없으니 죽잖아요. 그럴 거면 차라리 전쟁해서 혹은 평화 통일이 됐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잖아요. 더군다나 전쟁은 바랄 수도 없는 거고 통일이 안 된다고 보니까 그냥 꿈만 꿔요.

2019년 탈북한 이지연 (가명) 씨는 실제로 북한에 있을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 ‘차라리 전쟁이 굶어 죽는 것보다 나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곤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주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북한 당국이 여전히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상황에 답답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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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에 대한 북한 주민들 반응. /RFA그래픽-박수영 제작

핵 개발 , 북 주민 전체 3년 치 식량…북 주민들도 안다

손혜영 대표는 북한에 있을 당시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미사일 개발의 필요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손혜영]제가 북한에 있을 때 들었는데 한 번 미사일 만드는 게 북한 주민이 20년을 먹을 치를 쓴다고 하더라고요. 북한 사람이 20년을 배불리 먹는 양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핵이나 미사일을 안 만들었으면 오히려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걸 만들지 않았으면 고난의 행군이라는 것도 없었고 북한에서 탈북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저는 보거든요.

앞서 9월 27일 공개된 한국국방연구원(KIDA)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쌀로 환산할 경우 북한 주민 전체에게 1~2년 치, 옥수수로 환산할 경우 3~4년 치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6차례 핵실험으로 11억~16억 달러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 주민들이 임금과 곡물을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는 점에서 착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핵무력 법령은 북한 주민들은 물론 한국, 일본 그리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미국인들의 생명권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을 두고 위협한다는 것 자체로 이미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핵을 발전시키기 위해 북한 주민들이 억압받고 착취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핵을 개발하기 위한 돈은 북한 국내외의 북한 주민을 착취한 데서 나온 것으로, 북한 주민들의 월급 90%가 몰수되는 러시아, 중동 등지에 파견된 데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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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7일 북한 인공기 스티커를 볼에 붙인 어린이가 서있다./AFP (NOEL CELIS/AFP)

"남북 해방 "이유로 계속된 착취에 북 주민들 불만

탈북민들은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에 나선 배경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70년 동안 이어져온 ‘핵 개발은 남북 해방을 위한 길’이라는 북한 당국의 선동에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불신감이 생겨난 지 오래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남북 해방”과 “자주국방”을 위해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손혜영 대표도 핵무기 개발은 결국 북한 당국이 아닌 김씨 일가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손혜영]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됐는데, 70년 동안 북한이 정말 남북을 통일시키려면 쐈겠죠. 쏴도 다 쐈겠죠. 근데 3대가 내려왔잖아요. 3대 내려왔는데도 안 되는 거는 뭐겠어요. '빈 깡통이 소리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탈북민 김동남 씨도 핵 법제화 선포는 북한 체제와 김정은 개인을 위해 핵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알린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동남] '김정은 총비서를 건드리게 되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핵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아니에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봐야죠. 우리가 볼 때는 김정은 총비서가 완전히 준비된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죠.

김단금 씨도 북한 당국이 여전히 핵을 이용해 주민들을 선동하려는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김단금]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보면, '핵이라는 거는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거고 두 번 다시 우리는 노예로 살 수 없다' 그리고 또 '미국 때문에 전쟁도 일어났다' 이런 식으로 북한 당국에서 세뇌했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런 측면에서 핵 가지고 선동을 많이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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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광장에서 열린 반미 군중집회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현수막에는 "조국결사수호의 맹세로 천만심장이 불탄다"고 쓰여 있다./AP (Cha Song Ho/AP)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핵무력 법제화 선포로 북한 주민들이 북한의 핵기술이 완성됐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 운영에 발언권이 없을 뿐 아니라 외부 정보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당함으로써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북한 주민들은 압도적인 수준의 통제, 감시와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수준의 정보 통제와 억제에 시달립니다.

손혜영 대표는 핵무력 법령이 북한 주민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면서 가족이 북한에 있는 탈북민들에게도 걱정거리라고 털어놨습니다.

[손혜영] "너희가 (한국, 미국) 아무리 뭐라 해도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너희가 나를 공격할 수 없다" 이런 경고 메시지를 주는 거고, 그다음에 "(해외에 있는) 삼천만 북한 동포들이 나를 (김정은 총비서) 비난하면 여기 있는 가족들도 가만 안 둘 거다"라는 의미라고 저는 보거든요. 그러니까 우선 김정은 총비서 본인을 보호하는 것 즉, 나라를 생각하는 게 아니고 자기를 위주로 법령을 채택했다고 봅니다.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에 이어 잇단 미사일 발사 그리고 핵실험까지 예고하면서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