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완전개방 없이는 북한 경제위기 해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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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기자 > 올 해 북한 경제가 다양한 어려움에 처했다는 지적입니다. 문 박사님, 올 해 북한 경제,200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고 봐야 할까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문성희 네, 사실 북한이 건국이래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던 시기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1960년대 중반까지는 그나마 잘 살았는데 1960년대 후반 이후 계속 어려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1984년에 북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전 등은 있었지만 사람들의 생활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친척의 집을 방문했 때는 꽤 많은 음식이 식탁에 올랐고 외화상점에 가면 식료품은 물론 외국산 술도 풍부하게 진열돼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있었는데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무너진 것이 고난의 행군시기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경제 제재에 따른 어려움은 계속 있었다고 봅니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으로 기억하는데, 북한을 방문한 외국 인사들에게 “우리는 제재를 계속 받아왔다. 지금도 받고 있다. 제재하려면 하라”는 그런 내용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제재만으로 북한 경제가 앞으로 어려움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제재는 그 당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까요. 2017년에 도입된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2년째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가 계속되었지요.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현재 경제상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봅니다. 이런 악조건이 계속되는데 심각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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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역에서 화물을 싣기 위해 정차하고 있는 북한 국제화물열차. /RFA PHOT

< 기자 > 그렇다면 북한 당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처법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효과가 있을까요?

문성희 무슨 대처법이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북한의 보도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계속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난 9월 26일 약 5개월만에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사이에 화물열차가 운행했다고 합니다. 컨테이너에는 유리나 타일 등 건축자재가 들어있었다고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은 2020년 1월부터 북한의 요청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1월, 2년 만에 재개되었는데 단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확산하고 북한에서도 발열자가 나온 4월에 다시 중단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8월에 코로나의 완전 수습을 선언했고 최근에는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것으로 압니다. 이건 앞으로 국경을 열고 물자나 사람을 들어오게 한다는 하나의 신호로 여겨졌는데 우선 북중 화물열차의 운행을 시작한 것이지요. 식량이나 생필품 등을 중국에서 가져올 수 있다면 인민생활은 약간 호전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은 없다고 봅니다.

< 기자 > 그런데북한 당국이 최근에 농업생산을 부쩍 독려하고 있는데요, 역시 식량부족에 대비하려는 걸로 봐야 하겠지요?

문성희 물론 그렇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2019년 570만 3천884톤에서 2020년에는 466만 2천527톤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약 104만톤 감소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건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속단은 못하지만 식량 부족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비축미까지 풀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역시 국경봉쇄가 심각한 식량난을 초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북한은 오래전부터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해 자국에서 생산된 곡물로 주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지만 공급에 필요한 양을 국가가 보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 경제개혁 뒤에는 시장에서 곡물이 판매되게 되고 포전담당제의 실시로 농민들에게 처분권이 주어진 결과 농민들은 시장에 곡물을 내다 팔아서 이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의 곡물가격은 계속 올라가게 되지요. 최근 북한 쌀가격을 보니까 평양에서 8월 21일에 1Kg에 6천100원을 기록했고 9월 18일에는 5천600원으로 약간 가격이 내렸습니다. 다만 이런 짧은 동안에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 한다는 것은 곡물 가격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표시라고 봅니다. 역시 이렇게 쌀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환율시세를 봐도 1달러가 8월 21일에는 8천350원으로 제가 자주 북한을 왔다갔다하던 때에 비하면 3-4배 오른 셈인데 그만큼 북한 돈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과연 북한 돈으로 노임을 받아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말 지금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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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지역의 한 농장에서 여성들이 검은콩을 수확하고 있다. /AP

< 기자 > 그렇다면 문 박사님이 평가하는 올 해 북한의 식량상황, 어떻습니까?

문성희 아직 정확한 상황이 보도되지 않았고 통계도 없는 속에서, 그리고 제가 북한을 다녀오지 못한 상황에서 뭐라 평가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국경봉쇄가 계속되면서 비료 수입이 막히고 있다면 곡물 생산에는 지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8월에 (코로나 사태) 수습선언이 나올 때까지 4월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주민들을 격리시켰지 않습니까. 때마침 5월, 6월은 한창 농촌 동원시기인데 그 동원이 코로나 격리로 주민들의 이동이 중단된 속에서 과연 잘 이뤄졌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농촌 동원에도 지장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금 시점에서 수해 피해의 소식이 그렇게 안 들려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매해 수해 피해로 농작물에 피해가 있었는데 그게 없으면 2020년 수준은 유지할 수 있을 걸로 봅니다. 제가 북한의 수해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8월말이었는데 열심히 농사를 해서 좀 있으면 가을걷이로 곡물을 거둘 수 있었는데 그게 모두 물에 잠겨 현지 주민들의 낙담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