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7차 핵실험 해도 미 외교 우선순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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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한 데 이어 한국을 목표로 전술핵 발사 훈련까지 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지만 미국은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회를 포함한 미국 정치권은 북한 문제를 놓고도 초당적 대처를 보이지 못해 북한 문제가 미국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시각을 박수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공화당 의원들 , 'DMZ 방문'보다 '중요하지 않은 일 논의하러 먼 길 간 것'에 주목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을 찾은 지난 달 29일.

해리스 부통령의 이 날 DMZ 방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는 속에서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 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다이애나 하쉬바거(공화·테네시)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마약 유입을 전혀 막지 못하고 있고 이는 매일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마약 유입 통로인 남쪽 국경 방문 이전에 한국의 국경을 먼저 방문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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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하쉬바거(공화·테네시) 하원의원 트위터 캡쳐.

또 앤디 빅스 (공화·아리조나) 하원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을 ‘국경의 황제’ (Border Czar)라고 풍자하며 “해리스 부통령이 자국은 신경 쓰지 않으면서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기 위해 수천 마일을 이동한다”고 비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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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빅스 (공화·아리조나) 하원의원 트위터 캡쳐.

폴 머스그레이브 매사추세츠대 정치학 교수는 (13일) RFA에 미 공화당 의원들의 비판은 한반도 안보가 아니라 ‘미국 국경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폴 머스그레이브]공화당 주장의 핵심은 "해리스 부통령이 미 남쪽 국경은 방문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다시 말해 미 자국 안보와 우선순위 문제에 주목한 것입니다.

이 밖에 공화당의 마이클 버제스 (텍사스) 하원의원은 사회연결망 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만큼이나 준비되지 않은 부통령은 없었다”며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한국 방문을 마친 해리스 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북한’이 굉장히 중요한 동맹관계를 맺고있다”고 실수하자 이를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선 겁니다.

오스틴 스콧(공화·조지아) 하원의원도 “미국 주식은 하락했고, 물가는 올랐으며 부대통령은 북한을 동맹으로 오인하고 있다”고 거들었습니다. 스콧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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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스콧(공화·조지아) 하원의원 트위터 캡쳐.

미국 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북한과 대적하는 최전선인 DMZ까지 방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말실수만 부각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북한 문제조차도 정치권의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겁니다.

미 연구기관 ‘로그스테이츠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는 (13일) RFA에 북한은 미국 정치권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바뀐 게 없을 뿐 아니라 북미 관계 개선 전망이 밝지 않은 탓이라는 겁니다.

[해리 카지아니스]이것이 바로 현실입니다. 안타깝지만 현재 미국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면서 코로나 사태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잊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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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밥 우드워드와 로베르타 코스타가 쓴 책 "페릴"이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책은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전환되는 상황을 그렸다. /AFP (CHRIS DELMAS/AFP)

북한 방문에 대한 반응 , 트럼프 때와 사뭇 달라져

카지아니스 대표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 때에 비해서도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솔직히 현 상황은 2017, 2018, 2019년과 다릅니다. 북한에 관한 한 미국은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 겁니다. 미국에 북한은 더 이상 주요 외교 문제 중 하나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만큼 북한이 미국의 관심망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거죠.

북한 문제가 미국의 외교에서 더 이상 우선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머스그레이브 교수도 북한 문제가 미국민들의 관심사로부터도 멀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폴 머스그레이브]여론 조사 결과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관심이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자제하라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이 더 이상 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미국의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지난달 9일 발표한 미국인의 대외정책 방향에 대한 연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3명(77%)꼴로 ‘북한이 아닌 다른 긴급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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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Biden 2022년 4월 1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디모인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언론에 연설하고 있다. AP통신-NORC 공공문제연구센터의 새로운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는 미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개선되지만 러시아와 북한과 같은 적대국들과의 거래는 더욱 적대적이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AP (Carolyn Kaster/AP)

미국의 북한 외교 전망은 ?

이런 가운데 북미 관계도 교착 상태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에도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최대 관심사가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카지아니스 대표는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은 물론 7차 핵실험도 북한을 최대 관심 대상으로 부각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앞으로 몇 주 안에 김정은 총비서는 핵실험을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일본 상공을 넘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날릴 수도 있겠죠. 이는 북한이 다시 주목받게끔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외교 우선순위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서로에게 모욕을 퍼붓던 2017년을 되돌아보면, 전 세계적으로 북한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머스그레이브 교수도 미국이 먼저 북한에 회유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습니다.

[폴 머스그레이브]저는 미국 의회 양 정당 모두 한미 동맹에는 확고히 찬성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 물론 미국에 있는 미군 시설에도 암묵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양 정당이 북한에 굴복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가 미국의 주요 관심사가 아닌 가운데, 미북 관계 개선 가능성도 여전히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