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술핵 위협은 한국 내 전쟁반대 분위기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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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북한 내 군사부문 영향 , 경제부문보다 여전히 강해

<기자>노동당 창건 77주년이었던 지난 10일,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그간 미사일 시험발사를 전혀 발표하지 않다가 갑자기 훈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많은 전문가들이 말해왔던 것처럼, 북한의 군사 활동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하나하나 보도하면 위대한 지도자로 부각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이번 훈련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KN-23'이나 'KN-25' 등 이미 몇 차례 발사한 적이 있는 미사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전술핵 운용부대를 훈련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는 2017년 11월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미 완성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큰 영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한꺼번에 보도하면서 위대한 지도자 모습을 부각하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점은 10월 11일 자 노동신문이 김정은 총비서가 온실농장을 시찰한 기사를 1면 상단에 보도한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사상강국,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사대국에 이어 본인은 경제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2012년에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조르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었습니다. 그 말이 진실이라면, 노동당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 자 기사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기사보다는 온실농장 완공 뉴스를 전달해야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10월 10일 자 지면이 군사부문에 관한 보도였다는 것은 북한에서 여전히 경제나 농업 부문보다는 군사 부문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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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의 혁명활동보도 페이지. 군사훈련에 대한 기사와 온실농장에 대한 기사가 각각 10일, 11일에 보도됐다. /노동신문 홈페지 캡쳐

한국서 전쟁 반대하는 분위기 조성하려는 노림수

<기자> 노동신문은 "전술핵 운용 부대들의 발사 훈련이 7차례에 걸쳐 진행됐다"며 "대상을 소멸할 수 있게 완전한 준비 태세에 있다"고 밝혔는데요. 북한이 전술핵무기 운용부대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전술핵의 위력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보도를 통해 전술핵으로 한국 공항을 공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자위대 전 간부의 설명에 따르면, 소형 전술핵으로 공항을 공격하면 공항에 있는 통신시설이나 연료 시설들을 다 한꺼번에 파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단 한 번이라도 핵무기를 쓰면 미국은 북한을 철저하게 공격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이 핵 공격을 당했을 때 미국이 핵무기로 보복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 확장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제공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철저한 공격이 진행될 거라고 예상하고요. 자위대 전 간부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하는 3-4개 항공모함 타격단이 북한의 군사시설이나 노동당 시설들을 다 괴멸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김정은 총비서가 비상시에 숨어 있을 것 같은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지중관통폭탄인 '벙커 버스터'나 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연료기화폭탄도 가지고 있습니다. 역으로 보면 북한도 핵을 쓴다는 거는 자살 행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핵무기 사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진짜 핵무기를 쓸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한국에서 진보 세력을 중심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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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 지도…"대화 필요성 안느껴" 지난 6일 사격훈련 중 북한 인민군 최전방 장사정포 사단과 공군 편대가 미공개 장소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10일 공개했다. /AFP (박도성/YNA)

<기자> 한편, 북한은 내륙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바다가 아닌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전례는 전 세계적으로 없지 않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네, 맞습니다. 한국 일부에서는 미사일이 저수지에 숨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킬체인으로 공격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사일이 숨어 있다고 하면 터널이나 산간 지역에 있는 이동발사대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수지 안에 있는 수중 발사대는 고정식이기 때문에 이동발사대처럼 발사하고 바로 이동시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반격당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저수지의 경우에는 별로 숨어 있을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없기 때문에 정보 위성으로 다 볼 수 있고 자재가 반입되거나 연료가 반입되는 움직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 SLBM 발사 실적이 있는 잠수함은 '8.24 영웅함'이라고 하는 고래급 잠수함 한 척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듣기로는 고래급 잠수함은 시험 발사하는 잠수함이기 때문에 발사할 때마다 고장이 나서 수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SLBM을 탑재, 운용할만한 잠수함 개발에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수지에서 발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한미일로서는 저수지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 위협이기는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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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 지도…"대화 필요성 안느껴"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연합 (박도성/YNA)

<기자> 한편, 대규모 공격종합훈련에서 사상 처음으로 150여 대 전투기가 동시 출격했다고 매체들은 보도했는데요. 이는 어떤 노림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그것도 전술핵운용부대 훈련과 똑같이 한국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투기는 거의 다 오래된 항공기밖에 없습니다. 북한 공군에서 비교적 새로운 전투기라고 할만한 미그 29 (MiG-29)는 3.5세대 전투기고, 한국 공군의 F-35는커녕 F-15K도 이길 수 없는 전투기입니다. 그리고 북한 공군은 심각한 연료 부족을 고민하는 상황이고, 전투기 조종사 한 명당 1년 비행시간이 20시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일본이나 미국, 한국 공군은 1년에 200-250시간 정도는 비행한다고 하니까 너무 적은 시간이라고 볼 수 있죠. 김현철 전 한국 공군참모총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성동격서식 (동쪽에서 소리를 내면서 서쪽에서 적을 치는 전술) 전술적 도발은 못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 4월 군사행진 때는 "어떤 세력이든 북한과의 군사적인 대결을 기도하면 그 사람들은 소멸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공군으로서는 요즘 한미, 한미일 합동항공훈련 횟수가 많아지는 가운데 김정은 총비서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150여 대의 전투기를 동시에 출격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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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s leader Kim Jong Un oversees military drills at an undisclosed location in North Korea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 내 미공개 장소에서 군사훈련을 감독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0일 공개했다. /Reuters (KCNA/via REUTERS)

7차 핵실험 암묵적 제시 및 “바이든과 대화 않겠다” 관철 의지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의 이번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한 총평 들려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의 이번 여러 군사도발은 7차 핵실험이 어떤 내용이 될 건지를 암묵적으로 제시하는 전략적인 소통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북한은 핵실험을 하기 전에 SLBM이나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관심 있게 봤던 것은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 훈련의 의도나 목적을 자세하게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은 바이든 미국 정권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5년 1월에 탄생할 수 있는 새로운 미국 정권을 기다리고 있고 지금의 바이든 정권과는 대화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상황에 대해서 일부 언론은 2017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저는 2017년과 달리 북한이 갑자기 대화에 복귀하는 장면이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노림수가 2017년과 비슷하다면 핵실험이 끝나자마자 '매력 공세(charm offensive)' 전술을 취하고 미국과 한국에 대화를 제안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RFA도 자주 보도했지만, 미국은 당분간 북한을 가장 중요한 외교 과제로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2년 정도는 긴장 상황이 계속되리라 예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