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고 지도자 위상 높이려 ‘사진조작’ 밥먹듯”

0:00 / 0:00

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최고지도자 위상 제고 , 군부-김씨 일가 친분 강조 노림수

<기자>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등 최근들어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10일) 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쏟아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특히 리설주 여사가 무력 시위 현장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리설주 여사는 군에 소속되지도 않고 공식적인 직책도 없습니다. 리설주 여사가 군사훈련을 시찰하는 것도 역시 극히 드문 일입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리설주 여사의 사진을 공개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보도 사진의 역할이 미국이나 한국과는 다릅니다. 리설주 여사의 사진은 주로 북한 주민이나 고위층에 보여주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10월 10일 노동당창건기념일과 그 다음 11일 자 노동신문에 주목했습니다. 10일 자 노동신문 1면은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훈련을 시찰했다는 소식, 그 다음 11일 자 노동신문 1면은 김정은 총비서가 연포온실농장을 시찰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이는 북한에서 여전히 북한 군부가 정부보다 큰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 군부는 김정은 총비서와 리설주 여사 부부가 같이 군사 훈련을 시찰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군부가 북한 로열패밀리와 가장 가깝다는 것을 과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1.jpg
지난 12일 김정은 총비서가 설립 75주년을 맞은 북한의 엘리트 교육기관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을 방문한 모습./AFP (STR/AFP)

<기자>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군사훈련 모습을 한꺼번에 공개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최고지도자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이미 2017년에 핵보유국이 됐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단순하게 군사 훈련하는 정도라면 최고지도자의 위대함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여러 종류의 군사훈련으로 한꺼번에 보도해야 최고지도자의 위대함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공개된 보도 사진을 잘 보면 김정은 총비서는 대부분 사진에서 중앙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김정은 총비서가 커 보일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정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것도 최고지도자를 높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저는 만수대창작사 관계자를 인터뷰 한 바 있는데, 그 만수대창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그림이나 조각을 만들 때는 다른 사람보다 최고지도자를 약간 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핵무기 실사용 강조 목적…이전과 같은 전략

<기자> 북한의 이러한 보도 세례는 대내적인 민심 챙기기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의미도 있을 듯한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 네,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훈련을 시작하면서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미국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과거 2018년 1월 1일 자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말한 거나 2017년 8월 "화성-12형 4발로 괌을 포위 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도 미국에 대한 명백한 (경고)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은 2013년 3월 29일에 사진 한 장을 공개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군 간부들한테 지시하는 최고사령부 사진이었는데요. 그 뒤 벽에는 "전략군 미 본토 타격계획"이라 적힌 세계 지도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때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그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공격계획은 한국의 부산이나 일본의 이와쿠니 그리고 미국의 괌, 하와이, 샌디에고, 루이지애나, 워싱턴을 전부 표적한 그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세계 지도를 보여주면서 "한국, 미국, 일본에 공포심을 주고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은 노림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북한은 직접적 혹은 암묵적으로라도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자주 보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는 거의 협박하는 내용이고, 실제로 실행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2.JPG
North Korean leader Kim Jong-un presides over an urgent operation meeting at the Supreme Command in Pyongyang 2013년 3월 29일 오전 0시 30분 김정은 총비서가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사격 대기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왼쪽 뒤에 있는 종이에는 "전략군미본토타격 계획"이라고 쓰여 있다./Reuters (KCNA KCNA/REUTERS)

북의 사진 조작은 보안과 선전을 위한 흔한 수법

<기자> 최근 (14일) 독일 험볼트-엘스비어 연구소의 사진분석 전문가인 토스튼 벡 박사는 북한이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 때 찍은 전투기 사진이 조작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비행하는 전투기 수보다 많아 보이도록 복제했다는 건데요.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에서 사진을 조작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입니다. 예를 들면, 정치적으로 숙청당한 인물을 사진에서 삭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공개된 사진에 최고지도자를 수행하는 모습이 찍혀있던 정부 고위당국자가 숙청당하면 그 후에 발견되는 최고지도자 기록사진집에서 모습이 삭제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최고지도자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최고지도자 뒤에 있는 산이나 건물의 모양새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는 산이나 건물에서 한국, 일본,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최고지도자가 방문하는 장소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피하려는 노림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김일성 주석의 두 번째 부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권력투쟁을 했던 김성애 여사에게도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성애 여사를 싫어했기 때문에 김성애 여사가 김일성 주석과 같이 공식 행사에 나오더라도 "김성애를 절대 촬영하지 말라"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2007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게 '북한과 핵 개발을 협력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던 시리아 알키바에서 촬영된 시리아와 북한 핵 개발 기술자들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제가 힐 차관보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이 사진은 북한과 시리아가 핵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힐 차관보 말로는 김계관 부상이 사진을 보고 "이는 조작된 사진"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북한에서 사진이 조작되는 경우가 흔히 있었기 때문에 김계관 부상도 바로 그렇게 생각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진 3.jpg
북한 영변 핵시설 책임자인 전치부가 이브라힘 오트만 시리아 원자력위원장을 시리아에서 만나는 모습(왼쪽). 북한 관리가 6자회담장에 참석한 모습(오른쪽). 미 정보 당국은 2008년 이 같은 사진을 공개하며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고 밝혔다./Reuters

<기자> 말씀하신 대로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자료 중 조작 의혹이 있는 사진들이 꽤 많았습니다. 북한이 사진을 조작하는 이유, 다시 말해 북한 내 언론의 역할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에서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텔레비전 등 형식적인 언론기관이 많습니다. 그런데 북한에 보도는 없고, 있는 거라곤 선전과 선동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총비서를 수행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은 원래 노동신문에 전령 같은 것을 기고하는 시사평론가였습니다. 거기서 선전, 선동에 대한 능력이 높이 평가되고 통일전선부에 채용됐다고 합니다. 이미 '인민방송원' 칭호를 받고 최근에도 김정은 총비서로부터 새로운 아파트를 받은 리춘희 아나운서도 '최고지도자는 위대하다'는 것을 어떻게 주민들에게 전달할지 열심히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북한 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박사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를 보면 북한의 보도나 사진들은 다 정치적인 선동이라고 이해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