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결과 상관없이 북 핵보유국 인정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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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방어보단 공격 " 북한의 비대칭 전략…탐지레이더 가동할 전력도 부족

<기자>북한군 총참모부는 최근 (7일) 성명을 통해 한미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 대항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군사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된 이래 고강도 도발을 이어왔는데요, 북한이 이토록 이번 연합훈련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입장으로선 비질런트 스톰을 군사적인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박정철 비서는 이달 1일 발표한 담화에서 "철저히 우리나라(북한)를 겨냥한 침략적이고 도발적인 군사훈련"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비질런트 스톰의 유래는 1990년대 초 미국이 이라크전을 시작할 때 사용했던 작전명인 '데저트 스톰(사막 폭풍)'과 비슷하게 만들었다고도 주장도 있습니다. 제가 취재한 전 일본 항공자위대 간부 말로는, 공군 훈련의 최대 특징은 훈련 후 바로 실제 공격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 특히 비진런트 스톰은 고도 전술훈련이라고 할 수 있어 실제 전쟁을 가정한 훈련입니다. 이번 훈련에는 한미와 호주 공군의 전투기 240기가 동원됐다고 합니다. F-35B 스텔스 전투기 외에도 공중급유기, 고공정찰기, 전자전기 등 여러 가지 종류의 군용기가 참가했습니다. 이는 한국군이 3월 25일 공군기지에서 진행한 대규모 순간 출격 훈련인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즉 활주로를 코끼리처럼 천천히 행진하는 훈련, 8월에 중국군이 대만 주변에서 했던, 주로 전투기만 참가한 훈련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 항공자위대 전 간부 말로는 엘리펀트 워크는 순수한 시위 행동이지만 비질런트 스톰은 작전행동을 감안한 훈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미 연합군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남북 군사합의가 체결된 2018년부터 '전투준비태세종합훈련(CFTE)'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했습니다. 한미관계 소식통의 말로는 이번에 '비질런트 에이스'라는 말을 다시 쓰지 않고 '비질런트 스톰' 같은 새로운 이름으로 칭한 것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북한이 심하게 반발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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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사진과 같은 북한 '군사 작전' 미사일 사진 북한군은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5일 나흘간 대남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왼쪽은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군사 작전 관련 미사일 발사 사진. 오른쪽은 지난 4월 17일 보도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발사 장면으로 미사일과 불꽃 등의 형태에 비춰 당시 사진을 다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 (나기성/YNA)

<기자> "고도의 작전 수행 능력을 만족스럽게 평가했다"며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번 군사작전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발사 사진이 지난 4월 17일에 보도됐던 '신형전술유도무기'발사 사진과 상당히 유사해 사진을 재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상당히 유사한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진 속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같은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거의 완성 단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미사일 발사에서도 실수가 거의 없는 정도니까 이전 발사 사진과 똑같은지 아닌지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이 이번에도 발사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화성-17형'의 경우에는 조금 상황이 복잡합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화성-17형의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화성-17형이 2016년에 계속 발사에 실패해 결국 실전 배치를 포기했던 무수단 미사일 같은 경우처럼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에 북한이 실시한 군사 작전에서 북한의 특징이 많이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비질런트 스톰 같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려면 대공 미사일이 필요불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지대공 미사일은 구소련이 1960년도에 개발한 SA-5 미사일이고, 이번에도 한국군이 바다에 떨어진 SA-5 일부를 회수했다고 합니다. SA-5는 굉장히 오래된 미사일이고 북한이 한미 연합공군에 대비하려면 대공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대공 레이더(탐지기)도 북한에 충분한 전력이 없기 때문에 가동하기 너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이를 충분히 준비하지도 않고 오로지 탄도미사일만 발사한 것은 진짜 웃기는 이야기고, 이는 역시 북한 입장으로서 비대칭 전략을 써서 심리적인 압박을 되풀이하면서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북한의 독특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군사적으로는 공격 무기 말고 방어 무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북한이 그런 것은 포기하고 오로지 공격 무기만 발사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는 너무 위험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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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방부는 지난 9일 북한군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3m, 폭 2m 크기의 SA-5 지대공 미사일 잔해물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AFP (-/AFP)

중국 당대회 후에도 북 핵실험 무소식 , 중국에 밀착하려는 노림수

<기자>북한의 7차 핵실험은 11월 8일 미국의 중간선거 전에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아직 핵실험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중국이 올해 5월쯤 북한에 핵실험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그 후 실제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진행돼왔던 핵실험의 움직임이 정지됐습니다. 그 당시 중국의 요구가 '영원히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뜻인지 아니면 '10월에 예정됐던 당대회까지 핵실험 하지 말라'는 뜻이었는지 그때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편,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북한의 핵실험을 중국이 막을 수는 없다"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과거 6번의 핵실험을 할 때마다 중국이 발표했던 내용과 거의 똑같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중국이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기보다는 '북한이 중국에 다가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월 24일 자 1면 상단에도 중국 시진핑 체제를 찬양하는 사설을 게재하고, 4면에는 시진핑 주석의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 보고문을 소개했습니다. 북한이 자신들의 최고지도자 이외 정치인의 주장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 사실도 부정하고 있는 배경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수출을 안 하려고 하는 입장을 고려해서 "북한은 중국과 똑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싶은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대로라면 북한이 핵실험 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서서히 그 가능성이 떨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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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김정은 북한 총비서(오른쪽)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만나는 모습이 평양 기차역에 중계되고 있다. /AP (Jon Chol Jin/AP)

북미 관계 , 미 중간선거보다 트럼프 대통령 출마 여부 중요

<기자>지난 8일 진행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초박빙의 승부를 벌였습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전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대북 정책 분야에서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어느 정도 초당적인 부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의 무력 도발을 용납하지 못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못 한다'는 자세입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고, 대신에 ICBM 개발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러한 정책을 취하면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동맹국인 일본이나 한국이 심하게 반발하고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바이든 정권은 그대로 북한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변과 상의도 없이 개인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동결하는 약속도 했습니다.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하는걸 원한다는 건 최근에 보도된, 김정은 총비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에서도 알 수 있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혹시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대북 정책이 다시 크게 바뀌고, 또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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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Andrew Harnik/AP)

북 매체서 "한미연합군사훈련" 강조는 군 내부 결속 위해

<기자>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하고 있는 가운데, 단거리 미사일은 한 발에 약 300만 달러, 중거리 미사일은 약 1천 500만 달러 정도 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세계 각국의 연구소 및 인도주의 단체는 여전히 북한의 기아 지수 및 식량 위기를 매우 심각한 상태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현재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서도 간략히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의 이번 군사 도발 배경은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반발이나 2021년 1월에 발표한 '국방발전 5개년계획'에 따라 군사력의 강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외에도 다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말씀하신 북한 경제 상황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고요. 북한 경제 상황은 굉장히 악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중국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경제 지원이 너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 하에 RFA도 몇 번 보도했지만, 북한군 내 도덕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군 관계자가 농산물을 훔치거나 군무원들이 많은 뇌물을 요구하는 등의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 영향을 미칠까 김정은 총비서와 고위 당국자들은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다들 어렸을 때부터 미국이 언제든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교육받습니다. 따라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군내를 긴장시키고 체재를 안정화시키려는 노림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