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북 무인기 5대에 김정남 살해 VX 실었으면 한국 인구 3배 살상 가능"
<기자>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약 5시간 넘게 서울을 포함한 한국 영공을 침범해왔습니다. 한국군은 무인기 5대를 탐지하고 사격을 가했지만 결국 격추하지는 못했죠. 이는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던 겁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에 북한 무인기가 한국에서 발견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26일에 무인기 5대가 서울 수도권 북부 지역과 강화도까지 진입했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가 정찰용인지 공격용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습니다. 혹시나 공격형 무인기일 경우에는 북한 기술력으로서는 사전에 입력해둔 프로그램 대로만 비행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조종할 수 없기 때문에 움직이는 목표물은 공격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소형 무인기가 탑재할 수 있는 폭탄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튀르키예가 가지고 있는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의 경우에는 탑재량이 150kg 정도인데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탑재량이 한 450kg 정도니까 무인기는 미사일에 비해서 3분의 1 정도 무게의 폭탄밖에 탑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생물무기로는 탄저균이나 천연두, 콜레라 등을 보유하고 있고요. 화학무기도 VX나 사린 등 최대 5천 톤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국 국방부가 밝힌 바 있습니다. 2017년 2월 김정남 씨를 암살할 때 북한이 쓴 VX 치사량이 1mg 즉, 0.001g밖에 안 됩니다. 단순한 계산이지만, 혹시 북한이 무인기에 VX를 150kg 정도 탑재해 공격했다면 한국 인구의 3배 정도인 1억 5천만 명 정도를 죽일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북 무인기 정찰용이더라도 손쉽게 군사용 전환할 수 있어
<기자>무인기는 유인항공기의 능력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뢰 탐지, 적의 감지 시스템 교란, 정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데요. 북한은 무인기를 주로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무인기는 일단 2013년부터 2014년에 걸쳐서 한국에서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당시 분석은 북한 무인기는 주로 정찰용으로 쓰였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정찰 목표의 위치를 좌표로 입력하면 무인기가 GPS 기능으로 스스로 위치를 확인하면서 비행합니다. 그 방법으로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설인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까지 비행한 다음 선회해서 다시 북한 쪽으로 돌아갔다고 2017년 당시 분석했습니다. 현재까지 (북한 무인기가) 공격용으로 쓰인 경우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다만 정찰용 무인기는 쉽게 공격용 무인기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 군은 올해 2월 러시아 침공 후 구소련의 'TU-141 스트리스'이나 'TU-143 스트리스'같은 소형무인기로 국경지대 근처에 있는 러시아군 기지를 공격한 바 있습니다. 스트리스-141, 스트리스-143은 원래 정찰용 무인기지만 우크라이나는 정찰용 카메라를 빼고 대신에 폭탄을 탑재시켜 자폭형 무인기로 쓰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말씀하신대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무인기가 큰 역할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우크라와 러시아 간 전투에서는 어떤 식으로 쓰이고 있는지도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우크라이나 군은 스트리스-141이나 스트리스-143, 튀르키예에서 수입한 바이락타르 TB2 등 소형무인기로 러시아 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도 이란이 만들었던 무인기 '샤헤드-136'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샤헤드-136의 경우에는 높은 고도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자폭해서 속도와 파괴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원래 미국이 2000년대 초반부터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 같은 무인기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 등의 테러리스트를 암살하기 위해서 썼습니다. 그런데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는 리퍼나 프레데터 같은 기체보다 작고, 엔진 소리도 조용하고, 전파방해에도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이락타르 TB2는 2019년에 일어났던 리비아 내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에서 아제르바이잔 군이 바이락타르 TB2로 아르메니아 군을 공격했습니다. 아르메니아는 그 당시 러시아에서 전파방해 장치를 구입했지만 바이락타르 TB2는 주파수 전환 장치를 써서 대응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원래 공군력이 약한 나라인데요. 이로써 (공군력이 약한) 나라도 무인기를 쓰면 고도한 항공 작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증명됐습니다.

민간 제품으로도 고성능 무인기 개발할 수 있어 …대북 제재도 무용지물
<기자>특별히 북한 무인기가 위협이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소형무인기의 특징은 민간 제품도 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에 일본, 미국, 중국 등 적어도 여섯 나라의 제품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사용된 제품으로는 GPS나 카메라, 엔진 등 다양하게 발견됐습니다. 이 제품들은 군사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수출을 규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바이락타르 TB2를 제작했던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사도 화물차를 만드는 회사였지만 고성능 무인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같이 심하게 제재받는 나라라도 높은 성능의 무인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구소련이 1950년대에 개발한 '미그-17' 전투기나 '미그-19', '미그-21' 그리고 1960년대에 개발된 '미그-23' 등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전투기들은 거의 전투용으로 쓰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그래도 이와 비슷하게 오래된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군이 전투기를 자폭형 무인기로 개조해 배치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앞으로 중국과 똑같이 이러한 전투기를 자폭형 무인기로 쓰는 경우에 북한은 핵무기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큰 위협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이번과 같이 북한 무인기가 침범해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소형무인기는 레이더에 감지되는 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에 레이더로 발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초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한 레이더로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또 기체도 작기 때문에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로는 격추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무인기가 한꺼번에 공격하는 이른바 군집(Swarm) 드론 공격은 상대방의 병력을 압도하는 포화 공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무인기 공격에 대비해 '드론 돔(Drone Dome)' 같은 무인기 방어 시스템도 가지고 있습니다. 드론 돔은 360도 경계 가능한 레이더와 광학 카메라를 통합한 센서로 무인기를 발견하면 전파를 방해하면서 격추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방해 전파가 민간 시설의 전파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서울 같은 대도시 전체를 드론 돔으로 방어하기 어렵고요. 군사기지나 공항 등 한정된 장소밖에 지키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무인기 대책을 빨리 완성하라고 지시했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뒷얘기 담은 <김정은과 김여정>…북한 로열패밀리의 승계 내막도
<기자>기자님께서 집필하신 <김정은과 김여정>이 지난 23일 한국에서도 출간됐죠.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내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고 하는데, 어떤 일화가 있는지 살짝 들려주시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2021년 2월 일본에서 출판한 책이 이번에 한국말로 번역돼 출판됐습니다. 주로 로열패밀리나 고위급과 관련 있는 북한 고위층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김정남 씨의 사촌인 이한영 씨의 한국 망명이나 이모였던 성혜랑 씨의 미국 망명 등으로 1998년쯤 김정남 씨가 후계 자리에서 멀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2009년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 총비서를 후계자로 지명했을 때 같이 있던 김여정 부부장이 본인도 정치에 참여하고 싶다고 강하게 주장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리고 그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씨는 "조선에서 여자가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지만, 김여정 부부장은 자기주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는 어머님 고영희 씨를 너무 좋아했지만, 고영희 씨가 재일교포였기 때문에 대성산의 혁명열사릉에 매장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는 같은 대성산에 어머님만 매장된 큰 묘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미 협상에 관해서도 소개했는데요.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미국은 김정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저녁 식사 당시 김정은 총비서의 강경한 태도를 보고 작은 거래를 뜻하는 '스몰딜(Small Deal)'은 안 하기로 했는데 북미 정상회담 도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에) 사인하려고 했습니다. 따라서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회의장 밖에 데려가서 "사인하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며 설득했다는 이야기도 소개됐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