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추위 속 슬픈표정 …‘노화’ 부각

0:00 / 0:00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김정은 '노화' 논란, 날씨와 추도대회 행사 특성 때문일 듯

[기자]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 추모대회에서 부쩍 노화된 얼굴로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 사진과 비교해도 혈색이 어둡고 팔자 주름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등 급격하게 노화된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1Final.JPG
좌: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3월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 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선중앙TV화면) (Kyung Ha Rhee)

[안경수]가장 최근 10주기 추모대회에 나온 사진으로 굉장히 논란이 있는데요. 가장 최근 사진과 한두 달 차이인데도, 11월 16일에 보도된 삼지연시 건설사업 현지지도 사진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납니다. 2021년을 전체적으로 보면 확실히 김정은 총비서의 외형적 모습이 많이 핼쓱해 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특히 3월에 나온 김정은 총비서의 사진을 보면, (체중이) 많이 감량된 건 분명한 사실인데. 사실 2021년 쭉 오면서 갑자기 추도대회 모습이 더 핼쓱해졌고 더 주름이 부각되고, 혈색 문제도 보이니 더 관심을 갖는데요. 이 추도대회 자체가 가장 분위기가 어두운 행사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짓다 보니 주름이 더 부각되게 나온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꼭 노화와 직접적으로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죠.

다음은 혈색 문제인데요. 혈색이 확연히 상기돼 있잖아요, 불그스름하고. 근데 외부 행사인 만큼 날씨가 상당히 추웠을 거에요. 그래서 얼굴이 빨개질 수 있는데. 영상과 사진을 살펴보면, 김 총비서 뿐만 아니라 주변의 최고지도부 간부들도 얼굴이 상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혈색을 가지고 건강과 노화를 논하기엔 힘들다고 봅니다. 확실하게 달라진 점을 살펴본다면 이마선인데요. 10년간 집권했고, 30대 후반의 남성이잖아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보고있습니다.

[기자]추운 날씨와 행사 특성상 노화가 부각됐을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변한 모습 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평소 사진을 살펴보면 (김 총비서는) 웃고있습니다. 지도자로서 자부심 혹은 포용력을 강조하기 위해 항상 자신있는 모습인데요. 이 10주기 추모대회는 그런 모습을 나타낼 수 없어요. 그래서 주름이 더욱더 부각되고. 혈색은 날씨 탓으로 봅니다. 사실 노화도 맞죠. (김 총비서가) 곧 40대잖아요. 노화도 틀린 말은 아닌데, '갑자기 노화가 왔다?' 글쎄요. 머리숱과 이마선 때문에 노화라고 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저는 스트레스로 인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건강문제는 아무도 몰라요, 저도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분명 건강이 안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니까요. (김 총비서) 건강은 가장 철저히 관리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이자∙모더나 백신 지원가능성 없지 않지만 어려울 듯

[기자]유엔안보리가 유니세프의 대북 의료물품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면제 신청을 승인했고 여기에는 백신 저온유통체계 장비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북한이 '콜드체인'까지 갖추려는 배경이 백신 반입 허용을 위한 것 아닐까요?

[안경수]사실 제재면제 신청은 미리 해놓는 면이 있습니다. 실제 제재면제 물품이 북한으로 들어갔는지는 다른 측면이거든요. 추후 지켜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북한이 콜드체인까지 갖추려는 움직임이라 해석할 수 있겠으나, 실제로 제재면제 신청은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기자]그렇다면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화이자 혹은 모더나 백신을 지원받을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안경수]지원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코백스에서 배정된 아스트라제네카 물량만큼 배정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극저온 상태의 유통상태와 까다로운 유통기간이 있기 때문에, 글쎄요.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내년 초 혹은 겨울 지나 3~4월일 가능성이 큰데요. 코백스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받는 게 좋은데요. 북한이 아직도 안 받고 있으니 확실히 다음 단계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스크 착용으로 북한 호흡기 환자 줄어

[기자] 국경봉쇄로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북한에서 각종 가짜약이 범람해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겨울철 들어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급증하는데 병원을 찾아가도 장마당에서 항생제 혹은 진통제를 사 먹으라는 처방전을 받는 게 치료의 전부라고 겁니다. 장마당의 의약품 현황도 국경봉쇄 이후 여유롭지 않다는 소식인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기본적으로 북한 시장이나 약국에는 가짜약이 있긴 합니다. 그래서 꼭 국경봉쇄나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간 이어진 국경봉쇄로 인해 외부 물품이 북한으로 들어오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인데, 이런 상황 아래서도 (물품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지난 2년간 북한 주민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실제 북한에서 호흡기 질환자가 줄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결핵 환자도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기자]북한 장마당에서 약을 구입하는 경우가 2011년 70%에서 2019년 90%로 비공식 의료시장이 커졌다고 합니다. 이에 병원 진료는 무료지만 약은 환자가 장마당에서 사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재와 경제 위기가 결국 보건의료 재정 악화를 가져오고 비공식 의료시장 확대와 자가 치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비공식 의료시장의 확대, 순기능과 주민들이 겪는 불편함은 무엇일까요?

[안경수]이 수치가 공식적인 통계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이른바 비공식 의료시장은 2000년대 이후 계속 커져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근데 진료도 사실 무료가 아닙니다. 북한에서 사실 무료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시장 그리고 외부약국에서 의약품을 주민이 돈을 주고 구입하는 상황은 북한에서 당연한 상황인데요. 이를 북한 주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만 해석하는 것에는 반대 입장입니다. 북한이 무상치료다, 1차 의료부터 진료소 체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비공식적인 의료행위 혹은 상황에 대해서 '주민들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비공식적 의료시장이 보편화되고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요. 저는 의료접근성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봅니다. 이미 2000년대 이후부터 '돈으로 먹고 사는 사회'로 됐거든요. 이런 상식적인 사회 유형에서 봤을 때 비공식적 의료시장의 확대는 북한 주민들의 '희생'이나 '부담'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의료접근성 입장에서 훨씬 긍정적이니까요.

[기자]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주민들에겐 이 '비공식 의료체계'가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 보이긴 하는데요.

[안경수]네,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북한은 어떻게 하든 먹고 살지 않습니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돈이 정말 수중에 없고, 당장 내일 먹을 것만 있으면 병원을 못 가는 거죠. 하지만 이를 북한 주민들의 부담이나 불편함으로만 생각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돈이 없으면 병원을 못 가잖아요. 똑같습니다.

[기자]네, 그럼 병원을 못 가는 북한 주민들이 보편적이진 않지만, 소수의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겪고있다고 보아도 될까요?

[안경수]네, 저는 많다고 봅니다. 돈 없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벌어서 아픈 건 치료하니까요. 돈이 조금 없으면, 약국 가서 조금 저렴한 약을 삽니다. 독일, 유럽, 동남아, 중국, 러시아, 일본 약 등등 해서 등급과 가격이 있는데요. 그래서 가짜약이 있는 겁니다. 너무 저렴한 약은 가짜에요. 북한 주민들도 알고 너무 저렴한 것은 안 사먹습니다.

[기자]그렇군요. 피해가 돌고 도는 것 처럼 들립니다. 싼약을 찾다 보니 가짜약이고.

[안경수]네, 그래서 전체를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주민들의 상황만 보면 다 어렵잖아요. 북한은 자유가 없잖아요. 정치적 자유가 없으니 다 어렵고. 하지만 돈이 조금 있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으니까요. 북한 주민들의 부담이 있지만 꼭 그런 측면에서만 해석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의 의료품 국내 생산 … 일부는 비공식 의료시장으로

[기자] 하지만 북한은 최근, 묘향산의료기구공장 등의 현대적인 의료장비 국산화를 홍보했는데요. 비공식 의료시장의 확대와 대조를 이루는 모습입니다.

[안경수]묘향산의료기구공장이 현재 (북한 당국이) 밀고 있는 공장인데요. 의료기구 공장이나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의료품이나 약품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를 필요한 곳, 병원이나 의료기관에 완전히 무료로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해야 합니다. 이윤을 내서 국가에 내고 자체적으로 연구개발과 장비 생산을 해야하는 운영체계입니다. 때문에 약품을 만들어 내도, 약을 파는 지점이 따로 다 있습니다. 상거래를 합니다. 그래서 '의료장비나 기구도 무상으로 보내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아직 분석 중에 있습니다만, 아니라고 봅니다.

[기자]김정은 정권이 강조하고 있는 의료품 국내생산. 그렇다면 이 생산되고 있는 장비들이 일정부분 비공식 의료시장으로 가는 가능성도 있는 걸까요?

[안경수]비공식 의료시장으로 갈 수 있죠. 개인 치료소가 있는데요. 개인 치료소 같은 곳에서도 이런 (장비들을) 들여올 수 있습니다. 장비를 만들려면 자제나 부속품이 있어야 하잖아요. 공장에서 부품이나 내부 기자제를 구해야 합니다. 그걸 구해오기 위해서는 거래가 성사돼야 하잖아요. 그래서 완전히 무상으로 공급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정 부분만 무상공급되겠죠. 원래의 사회주의 보급 체계처럼 말이죠. 제약도 마찬가지에요. 무상공급 분량이 있지만 공식적인 의료기관으로 가도, 이윤을 어느 한쪽이 남기고 어느 한쪽은 지불을 하는 관계를 통해서 거래가 되는 겁니다. 무상공급 비율은 확실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식적 행위를 통해서 공식이나 비공식적인 기관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참 모순적이네요.

[안경수]네, 이게 북한의 사회적 체계입니다. 중앙에서 '현대화하고, 기기를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돈은 안 줘요. 그러면 병원에서는 고민이 시작되죠. 북한 간부들과 관료들의 고민입니다. 중앙에서 지시가 내려오는데, 돈은 안 내려 오죠. 자체 해결을 해야합니다. 그래서 '자력갱생'이에요. 90년대 이후엔 (지원이) 거의 안내려 온다고 보시면 돼요. 대신 지시만 있죠. 그게 사회주의 국가의 모순점이 이런 부분이죠. 소련, 동독, 예전 중국, 북한의 특징입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