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올 봄 가뭄 문제를 연일 강조하면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문 박사님,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각지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총 동원된 듯한데요. 북한 당국이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듯합니다.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연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밖으로는 군사적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역시 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문제 해결이니까요. 올해 초부터 재개되었던 신의주-단둥간 화물열차 수송도 지금 중단상태에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식량 등이 들어올 가능성도 작다고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올해도 자급자족으로 갈 수 밖에 없지요. 과거에도 이 시기는 모를 심는 기간으로 농촌에 총동원되었지만 올해는 그런 사정으로 더군다나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한 총력전이 강조되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점은 이 시점에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존재가 처음으로 공개된 점입니다. 북한 당국은 연일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평양시내 등은 사람들의 활동과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총동원이라고 하면서 농촌에 사람들이 못 가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그리고 평양과 지방 간 이동도 철저히 통제되겠지요. 예를 들어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나 평안남도 등에 평양에서 사람을 파견하고 싶어도 평양에 사는 사람들은 당분간은 이동이 불가능할 것이니 농촌 총력전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에서는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한 총동원이 일상적으로 이뤄져 왔는데 올 해는 그 열기가 예년보다 더 뜨거운 듯합니다.
문성희 저도 이렇게 노동신문 등에서 대대적으로 총동원을 독려하는 것을 예전에 보지 못했습니다. 어느 측면에서는 그만큼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냐 그런 추측도 가능합니다.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겠지요. 해외에서 식량이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확진자의 발생으로 북한은 당분간은 국경봉쇄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식량 뿐만이 아니라 영농기구나 비료 등도 외부에서 들여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올해 농촌 총동원 열기가 예년보다 뜨거운 것은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부정적인 측면 뿐만이 아니라 농사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봅니다. 5개년경제계획 중간 해이고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0주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등 여러가지 행사가 겹치는 해이기 때문에 뭔가 과시할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주석 생일에 즈음해서 평양시에 새로운 고층 아파트 거리가 일떠선 것도 그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도 현재도 북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의식주 해결이지만, 의, 그러니까 입는 옷같은 거야 좀 낡은 것을 입어도 괜찮지 않습니까? 그러나 먹는 문제와 주택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 주민들의 불만이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을 북한 당국도 많이 의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농기계 부속품과 영농자재를 자급자족하자는 독려가 이어지고 있는데 국경봉쇄로 필요한 물품의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겠지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연초부터 재개되던 북중화물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되고 있는 사실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안 나오고 있던 시기에도 철저한 국경봉쇄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날마다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엄격한 국경봉쇄가 취해지겠지요. 저도 열악한 북한 의료 사정은 취재를 하면서 잘 알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취하는 조치는 철저한 국경봉쇄와 격리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한들 치료를 변변히 못할 것입니다.
최근에 북한에 주재하는 중국 중앙TV기자가 전한바에 따르면 일체 집밖으로 못 나가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기자는 집에 1주일분의 식량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었습니다. 외신기자가 이러니 일반 주민들은 더욱 사정이 심각하겠지요.
제가 걱정인 것은 물품의 수입이 원할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어떻게든 조달을 해야겠는데 국내에서조차 유통이 원할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평양시에는 없지만 북중 국경에는 있는 물건이 있다고 합시다. 그렇지만 지방에서 평양시에 자동차도 화물차도 못 들어온다고 하면 결국 평양시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코로나 감염자가 대폭 나온 것은 정말 여러가지 의미에서 북한에는 시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감염자가 나왔다면 굳이 국경을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을 하고 이제 바깥에서 물자를 수입할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신도 받고 영농물자도 밖에서 조달하고. 어쨌든 이제 코로나를 막지 못한다는 것이 확증된 것이기 때문에 대담하게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비료와 각종 영농자재와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북한 농촌에선 꽤 어려움을 겪을 듯합니다.
문성희 네, 비료 문제는 북한 단독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여러 번 강조되어왔습니다. 화학비료를 모두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니까 인분 모으기 등이 장려되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북한의 토지가 원래 농사에 적합한 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쌀보다 옥수수 등을 많이 심어온 측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에 가면, 특히 지방에 가면 옥수수 밭은 많은데 쌀은 원래 재배 면적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이런 것은 모두 비료 확보가 어려운 탓이라고 봅니다. 대신 콩 같은 것은 밭에 많이 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외부에서 비료가 안 들어와서 북한 농촌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닐 박막 같은 것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등에서 조달한다는 것을 현지 농장에서 들어본 일이 있습니다. 지금은 비닐 박막 같은 것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영농기구 등도 고장이 나면 수리를 하면서 쓰지만 부품이 안 들어오면 수리를 하는 것도 곤란하겠지요. 물론 북한 사람들은 그런 악조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지혜를 발휘해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평양특파원으로 있을 때 자동차 운전기사가 부품이 없는데도 자동차를 꽤 잘 수리하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농장을 직접 방문해보셨을 텐데요 북한의 농업생산 부문에서 해외 의존도 얼마나 심각한가요?
문성희 그건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취재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연 취재를 하였다고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우리 나라의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고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역시 비료였지요. 비료의 해외의존도는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농 기구나 트랙터, 모내기 기계 등 기계 같은 것은 해외 의존 비율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해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인력이지요. 그러니까 기계 등이 모자랄 경우 모내기나 김매기, 풀뽑기 등 각 시기마다 북한이 사람들을 총동원하는 것은 이런 작업을 기계가 아니라 인력에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계가 있어도 연료가 없으면 가동시킬 수 없지 않습니까? 아마도 연료 등도 해외에 기대야 하지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