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국불신’ 언급은 미중경쟁 어부지리 노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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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 김정은 암살 시도해 , 당시 CIA 국장이던 폼페이오 의심한 것

<기자>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3월 첫 방북 당시 김정은 총비서와 주고받은 암살 농담이 화제입니다. 지난 24일 발간한 <한 치도 양보하지 말라(Never Give an Inch)>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공개한 내용인데요, 김 총비서는 폼페이오 전 장관을 만나자마자 "나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예상 질문에 없던 내용이라 당황했다"고 회고했죠. 실제 당시 김정은 총비서를 대상으로 한 암살 공작이 있었던 겁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가 폼페이오 장관에게 "나를 암살하려고 했던 사람이냐"고 물어봤다는 이야기는 폼페이오 전 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직후부터 (북한) 관계자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진 일화입니다. 저도 2019년 봄에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책을 출판했는데요. 그 책에서도 이 일화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미국이 진짜 김정은 총비서를 암살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박근혜 정권은 2015년 이후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김정은 총비서 암살을 계획한 바 있었습니다. 특히 2016년 1월 북한이 네 번째 핵실험을 한 것을 계기로 이 계획이 가속화됐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 한국은 당시 오바마 정권으로부터 암살계획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려고 했다고 합니다. 미국 측은 처음에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해 암살계획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하는데요. 다만 한국 쪽은 계속 적극적인 태도여서 최종적으로는 승인했다고 듣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017년 5월 테러 집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국정원과 공모해 생화학 물질로 김정은 총비서 암살을 시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보도를 보면, 북한은 CIA도 암살계획에 연관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를 보도했던 시기는 이미 트럼프 정권 때라서 김정은 총비서는 당시 CIA 국장이었던 폼페이오 전 장관과 관련있으리라 의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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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왼쪽)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 (오른쪽)를 만난 모습을 미국 정부가 2018년 4월 26일 공개했다. /AFP (HO/AFP)

"북 , 부분 비핵화 추진 배경에 조선노동당 붉은 귀족 있었다"

<기자>네, 말씀하신 대로 일본 아사히신문은 2017년 6월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는데요, 한국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한편,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해체를 대가로 완전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자 크게 화를 냈던 내용도 폼페이오 전 장관의 회고록에 기록돼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심한 욕설을 하듯 노려봤다고 하는데요. 영변 핵시설 해체만으로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데, 김 총비서는 어떤 이유로 미국이 이에 응하리라 믿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2018년 6월에 열렸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핵시설 폐기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보다리에서 대화했을 때 "경우에 따라 일 년 이내에도 비핵화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한국 측이 이러한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을 미국에 전달하자 미국 정부가 흥분해서 '북한 비핵화도 가능하다'고 믿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와 북한의 '절대 비핵화 못 한다'는 주장이 충돌했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가 물 밑에서 한국 문재인 정권에 "미국 정부의 주장이 너무 강경하고 북한도 타협 못 한다"고 의논했다고 합니다. 이에 문재인 정권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미국도 양보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북한은 미국이 상응한 조처를 하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같은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 당시 남북 협의를 담당했던 사람이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김영철 부장을 통해서 김정은 총비서에게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동당 당사 3층 서기실에 있는 특권층도 완전한 비핵화에 반대했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비핵화되고 북미 국교 정상화가 되면 자신들이 갖고 있던 특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는 부분적인 비핵화라는 전략을 채용하면서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양보에 응하리라' 믿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노이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 김정은 총비서가 김영철 부장한테 화낸 표정을 했다고 폼페이오 씨가 회고했는데, 배경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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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Secretary of State Pompeo meets with senior North Korean envoy Kim Yong Chol in Washington 2019년 1월 18일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과 2차 북미정상회담 전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Reuters (JOSHUA ROBERTS/REUTERS)

<기자>폼페이오 장관이 처음으로 방북했을 때 김정은 총비서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신(북한)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라고도 말했죠. 이를 두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미국의 미사일이나 지상 전력이 증강되는 것을 북한인들은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는데요. 이는 한미연합훈련과 한반도 내 미 군사력 증강에 반발해왔던 북한의 행동과는 모순되지 않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의 이러한 발언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중국을 많이 경계했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가장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상대방은 중국"이라고 자주 주변에 말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힘이 강한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과 같은 나라들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안전 보장적으로 우려스러운 점도 있지만 이익이 되는 부분도 있다"며 "주변국을 경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말한 바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는다"라고도 말한 바 있습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도 "북한 외교는 주변 강대국들의 관계를 모순으로 이용해서 어부지리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07년 3월 뉴욕을 방문했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회담했을 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싶으면 북한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를 보면, 김정은 총비서의 "주한미군의 군사력 증강에 반발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물론 북한이 미국을 전면적으로 믿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북한 속내는 미국과 중국을 경쟁시켜 어부지리를 얻어내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서 "문재인 정부 북미 관계 가볍게 본다"는 우려 나오기도

<기자>김정은 총비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5월 판문점에서 회동할 때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이 동행하지 않기를 원했다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서술했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입장에서 안전보장 분야에서 협상해야 하는 상대방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닙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정은 총비서는 2018년 9월에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한테 보낸 친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경유하지 말고 직접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문재인 정권은 '영변 핵시설만 포기하면 미국이 양보할 거다'라는 잘못된 조언을 한 바 있었습니다. 이 결과 북한은 문재인 정권과 트럼프 정권 사이에 신뢰 관계가 없다고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정권 당시 백악관의 고위 당국자가 워싱턴에 있는 외교단에 비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싫어했던 지도자가 세계에 세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세 번째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한테 남북 정상회담을 열면 좋겠다고 조언했던 사람은 2018년 3월 백악관을 방문했던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습니다. 정의용 실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반드시 비핵화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권유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북 대화가 시작한 후에도 북한에 대한 제재는 계속되고 있는데 문재인 정권은 북한에서 남북 공동문화행사를 열자거나 전력을 제공해야 한다거나 등 여러 문제 있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미국 정부 안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제재나 한미 관계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 총비서도 문재인 당시 한국 대통령이 판문점에 동행하는 것을 싫어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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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ald Trump, Kim Jong Un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악수하고 있다. /AP (Susan Walsh/AP)

“북, ‘북미 정상회담 실패 원인 폼페이오 전 장관에도 있다’ 생각하는 듯”

<기자>반대로 북한은 폼페이오 전 장관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폼페이오 전 장관이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협상당사자로서는 너무 강한 자세로 임했습니다. 평양과 남포 사이에 있는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한이 비밀로 하는 핵 관련 시설의 폐기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주로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협상했는데요. 제가 듣기로는 2018년 평양에서 협상했을 때 김영철 부장은 너무 화가 나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핸드폰을 던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김영철 부장은 "이 핸드폰으로 워싱턴에 전화하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폼페이오 장관과 같은 요구는 안 할 것 같다"고말했다고 합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당시 주변 사람들한테 "김영철 부장은 협상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평양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결과적으로 김영철 부장 대신에 리용호 외무장관과 협상하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그것도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고,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스몰딜에 응하려는 태도를 일시적으로 취한 바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복도에 데려가서 "진짜 합의할 거냐?" 물으며 "만약 합의하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했던 원인 중 하나가 폼페이오 전 장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