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대북 교역의 핵심 창구 역할을 했던 중국의 '랴오닝 훙샹그룹'이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북한 노동자들의 이삿짐 운송을 대행하던 훙샹그룹이 단둥과 심양 등에 사무실을 내고 북중 간 무역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제재 대상인 훙샹그룹이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들의 재재 위반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 훙샹 ', 이삿짐 운반에서 국가 무역으로 활동보폭 넓혀
북중 국경 상황에 밝은 대북소식통은 최근(지난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 훙샹그룹의 마샤오훙 총재가 중국 단둥과 심양 등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인 무역에 뛰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고 중국과 인적 교류를 재개한 가운데 한동안 사라졌던 마 총재가 활동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가 무역에도 나서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 대북소식통 ] 중국에 무역 주재원이 제일 많은 곳이 단둥 , 그 다음이 심양 , 세 번째가 다롄이에요 . 아마 앞으로 점점 대북 무역이 활성화 할수록 마샤오훙 총재가 크고 중요한 무역을 꽉 잡을 거예요 .
소식통에 따르면 심양에 있는 무역 사무실은 중국에 주재하는 북한 무역 주재원들과 상담을 하고, 본사인 단둥 사무실은 홍샹그룹의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2000년 북중 간 무역 중개업으로 시작해 2011년 대기업으로 성장한 훙샹그룹은 수출입 무역과 물류 운송, 문화 교류 행사를 주관하는 대북 교역의 핵심 창구로서 큰 이익을 거뒀지만, 2016년 중대 경제범죄 혐의로 중국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북한과 석탄, 화학제품, 금속 등을 거래하다 핵 프로그램 관련 물자를 불법으로 공급해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조사 대상이 된 마 총재는 이후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중국에 체류했던 북한 주민이 본국으로 송환되는 과정에서 마 총재가 이들의 이삿짐 운송을 도맡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가 무역으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는 것이 대북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훙샹그룹을 통한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에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의 앤드류 볼링(Andrew Boling) 국가 후원 위협 프로그램 담당관은 지난 8일 RFA에 “훙샹그룹은 이미 미국에 의해 제재 대상에 올랐으나, 장기적으로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그룹의 지리적 근접성과 현재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나 동맹국, 또는 유엔이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 훙샹그룹의 대북 무역 재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마 총재와 같은 제재 회피 전문가들이 미국의 관할권을 피하기 위해 미국 금융 체계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비달러화 거래나 비공식 지하은행 체계를 활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볼링 담당관은 덧붙였습니다.

마 총재와 훙샹그룹의 계열사인 ‘단둥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가 이미 미국 재무부의 제재대상목록(SDN)에 추가됐고, 미국 법정에도 기소됐기 때문에 이들의 자산은 미국에서 몰수 대상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독자제재에 따라 훙샹그룹이 하는 모든 달러화 금융 거래는 추가적인 제재 위반으로 간주되며, 발견 즉시 중단 또는 몰수 대상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중국 내 대북 무역업자들 사이에서는 과거에도 훙샹그룹이 중국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보호를 받아왔었다는 게 상식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과거 훙샹그룹의 대북 제재 위반 사례를 분석한 한국 ‘아산정책연구원’과 ‘C4ADS’가 세관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2015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훙샹그룹은 북한에 약 25만 달러에 달하는 산화알루미늄(Aluminum Oxide)을 수출한 바 있습니다.
산화알루미늄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특수합금재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도 지난해 11월 RFA에 “산화알루미늄은 고체연료에 들어가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는다”며 이를 제공하는 중국이 북한 핵개발에 핵심적인 국가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양욱 ] 결국 , 중국이 북한의 무기 생산을 지원하는 가장 핵심적인 국가라는 게 여기서 나타나는 겁니다 . 이건 위성 발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지금 미사일을 전부 고체 연료로 바꾸고 있잖아요 .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이 북한의 무장력을 강화해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인 겁니다 .
또 자유아시아방송이 살펴본 중국 해관총서의 최근 북중 무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2월에도 중국 광둥성으로부터 미화로 약 2만 5천 달러 규모인 6만 kg의 산화알루미늄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마 총재는 과거 장거리 미사일 운반체인 대형트럭 80여 대를 북한에 수출하는 등 2011년부터 5년간 북한과 5억 3천 2백만 달러에 달하는 무역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볼링 담당관은 “결국, 훙샹그룹의 유엔 대북 제재 위반 활동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중국 정부”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적으로 그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