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과 중국이 통상적인 교류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국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북중 관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북한과 중국이 직면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다른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밀착한 북러 관계에 대해서도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이를 지켜보면서 상황을 관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전병곤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 연구위원, 이상숙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연구교수, 밍시아 뉴욕시립대학교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 그리고 자오통 카네기-칭화 글로벌 정책센터 선임연구원과 함께 현재 북중 관계를 진단해 봤습니다.
(*인터뷰는 각각 따로 전화와 서면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이해관계 다른 북한과 중국 , 통상적인 관계 유지 중
[기자] 안녕하세요. 요즘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양국 사이에 이상 기류가 흐르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현재 북중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전병곤]지금 북중 관계에 다소 이상기류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가 북중 수교 75주년이고, '북중 우호의 해'입니다. (상반기에는) 서로 긴밀히 협력∙교류하고 고위층도 방문하면서 '북중 관계가 증진하지 않겠는가', 그에 따라 '북중 정상회담도 있지 않겠는가'라는 예측이 있었는데요. 지난 5월 말 한일중 회의에 중국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북중 간에 이상 징후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한국, 일본과는 다르게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성명을 냈음에도 북한이 굉장히 비난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안 좋아졌고요. 지난 7월 전승절 기념행사에는 중국 대사가 불참한 바 있습니다. 예년과 다른 점인데요. 이런 징후들이 많이 발견돼서 분명히 이상 기류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숙] 최근 '북중 우호의 해'에 걸맞은 특별한 고위급 교류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중 관계가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양국이 통상적인 수준에서 교류와 협력을 하고 있고, 고위급 의사소통은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가 악화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지속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비교해 보면 아무래도 북한의 대외관계 우선순위에서 중국보다 러시아가 높아졌고,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우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활발한 협력이 이뤄지는 건 아닌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밍시아]북한과 중국 모두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태평양 지역에서 입지도 좋지 않습니다. 서로를 돕고자 하는 의지나 능력도 크지 않죠. 하지만 전 세계 안보 상황이 악화하면서 일부에서는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저는 두 나라가 더 불안하고 절박해졌지만, 미국 주도의 동맹국들로부터 증가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협력과 조정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총비서 사이에는 신뢰가 없습니다. 이는 양국 간 관계를 매우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있고, 독재자들 간 불투명한 외교가 더해져 복잡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전문가들 “미 대선이 연내 북중 정상회담 중요 변수” Opens in new window ]
[ 전문가들 “북중 , 수교 75주년 맞아 새관계 모색” Opens in new window ]
[ [북중 국경 특집] ③ “중, 연내 북중 정상회담 목표” Opens in new window ]
[기자] 일각에서는 지금의 북중 관계를 ‘미묘한 관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북중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는 관측의 주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자오통]일단 중국과 북한 사이의 이해관계가 점점 분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이징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평양, 모스크바와 함께 '악의 축'의 일원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확장에도 점점 더 우려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핵미사일 무기는 워싱턴, 서울, 도쿄가 더 강력한 안보 동맹을 구축하고, 이 지역에 더 많은 미국의 군사력을 배치하도록 자극하면서 베이징의 안보 환경을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이 커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은 전 세계적인 비확산 노력을 저해할 수 있으며, 평양의 도발적인 행동을 부추겨 베이징이 원하지 않는 지역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상숙]북중 관계가 '미묘하다'라고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북러 관계의 발전이겠죠. 2023년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됐는데, 그때 북한이 자국의 대외 관계에서 가장 우선순위는 러시아라고 명백히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북러 관계가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북중 간 협력의 필요성이 저하된 거죠. 실제로 북한에서 필요한 식량이나 에너지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부분이 더 커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북중 관계의 중요성이 더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두 번째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중국의 대외 정책 변화, 세 번째로는 북한의 대외 정책 변화입니다. 중국의 대외 정책 변화는 중국이 최근 내수 부진과 대외 경제 실적에 반등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상태이지 않습니까. 중국에 있어 북한은 경제적 가치보다는 정치적 가치가 큰 존재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고려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밍시아]두 가지 흐름이 상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이자 서방 시장에 의존했던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나아가 러시아-서방 갈등에서 빠져나가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세계화에서 패배한 러시아는 풍부한 자원을 가진 경제국으로서 현 세계 질서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시진핑은 현재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데, 그가 서방과 더 멀어질 여유가 있을까요. 시진핑 주석이 이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그에게 정치적 결과를 초래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의 제재 대상국이며, 시 주석은 아직 '불량국가 모임'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북한이 서로 더 가까워지면서 중국과는 거리를 유지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겁니다.
[전병곤]가장 큰 이유는 상호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완전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한반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인식, 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에 있어 서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미일 간에 안보 협력이 강화하고 있고, 이에 대해 북한, 중국, 러시아가 힘을 합쳐 대항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전략적인 사고에서 중국과 북한은 차이가 있습니다. 비핵화 부분에서 그렇고요.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러시아와 협력해서 참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종식되고,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한일중 회의를 활성화해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이 상호 이해관계가 완전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중국 , '불량 국가' 모임과 거리두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착한 북러 관계를 중국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상숙]중국은 북한보다 러시아가 파트너(연맹)로서 더 중요한 상황이고, 중러 관계가 굉장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북러 관계의 강화가 직접적으로 중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최근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고, 대남 적대 노선으로 가는 것을 중국이 반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북러 관계의 강화를 용인하면서 거리를 조금 두는 상황으로 보이고요. 장기적으로는 (북러 관계의 밀착이) 중국에 부담이 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병곤]중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게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한다면 찬성하는 입장이고요, 반대로 긴장 고조나 대결 구도를 더 자극하는 상황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한미일 간 안보협력이 강화하자 이에 대해 위협을 느낀 북한이 중국에 손짓했지만, 중국은 국가 이익상 조금 보류하고 있는 것이죠. 중국은 한미일이 강화하는 것을 반대하는데, 이에 대해 북러가 밀착하면서 북한이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고, 균형을 맞춰준다면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북러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면서 북한에 대한 독점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던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대북 영향력이 약화하고 그로 인해 한반도에서 영향력이 떨어진다든지, 미국과 경쟁 관계를 이루는 데 불리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북러 관계가 너무 지나치게 발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는 거죠.
[밍시아]중국은 러시아, 북한과 관계에서 항상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 세 나라는 항상 서로 의심이 많습니다. 중국과 이 두 나라 중 하나와 관계가 악화하면, 북러 간의 더 긴밀한 군사 동맹이 중국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 있어 이 상호 지원 동맹은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 앞으로 북중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이상숙]북중 간 통상적인 관계 유지는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올해를 '북중 우호의 해'로 정했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하위 단계의 교류는 있을 것 같고요. 그렇지만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 같습니다. 내년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병곤]올해 초에는 북중 정상회담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지금은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 대선 결과이고요. 예를 들면 (내년에) 트럼프 행정부로 바뀌게 되면 김 총비서와 대화 또는 정상회담 등의 접촉을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여러 가지 논의할 것들이 북한과 중국 사이에 발생하게 되죠. 또 11월에 선거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12월에 정상회담을 하는 게 아닌 준비가 필요하겠죠. 또 미국의 새 행정부가 내년 1월에 출범하기도 하고요. 한반도 문제가 구체화하기까지 실질적으로는 몇 달 걸리겠죠. 그래서 중국이나 북한도 그에 대해 준비하고, 나름대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전병곤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이상숙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연구교수, 밍시아 뉴욕시립대학교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 그리고 자오통 카네기-칭화 글로벌 정책센터 선임연구원과 함께 현재 북중 관계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