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신] “한류∙송금 단속과 처벌 더 세질 것”

0:00 / 0:00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북한 주민도 2024년 새해를 맞았지만, 전해진 소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이 올해도 시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거부하고, 국가 중심의 경제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북한 주민은 “지난해 단속도 심하고, 장사도 잘 안됐는데, 올해도 무사히 죽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새해 소망을 밝히면서 우울한 분위기를 전했는데요.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함에 따라 올해도 한국 문화를 비롯해 탈북민과 전화 통화, 송금 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설날에 주변 눈치 보며 대충 밥 한 끼 먹었어요”

[기자]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2024년 새해를 축하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특히 북한에서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북한 주민께도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우선 새해를 맞아 북한 현지 주민과 연락하셨을 텐데요. 새해를 맞은 북한 주민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시마루 지로]올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무거운 새해 인사만 전해왔습니다. 정말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합니다. 우선 양강도 취재협조자가 전해 온 말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메시지를 그대로 읽어 드리겠습니다. "장사도 잘 안되고, 단속도 심하고, 올해도 무사히 죽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분은 "국가 공급 외에 돈벌이는 다 불법이고, 점점 똑같이 빈곤하게 살아야 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어요. 우리 집에서도 1월 1일에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돼지고기 1kg을 사다가 한 끼 대충 해 먹었어요" 이런 말을 들으니까 사람들이 얼마나 우울할지 걱정됩니다. 2023년은 정말 단속도 심했고, 생활도 힘들었지 않습니까. 작년 말에는 양강도 혜산시에서 세 번째 공개처형도 있었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2024년은 어떻게 될까"란 걱정 속에서 살고 있다는 우울한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기자] 메시지를 들으니까 참 안타까운데요. 지난해 북한에는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북한 국경 봉쇄가 해제됐고, 중국, 러시아와 인적 교류도 재개했는데요.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선 대표님께서 2023년 북한을 간략히 정리해 주신다면요?


[이시마루 지로] 2023년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북한 주민에게는 '재난의 해'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국경을 봉쇄하고, 개인 경제활동에 대한 단속도 많이 심해지면서 지난 4년 동안 경제 마비의 타격이 굉장히 크지 않았습니까. 그것 때문에 개인들이 그동안 축적해 왔던 재산들이 거의 다 없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2023년 3월부터 7월까지 적지 않은 사람이 영양실조와 병 때문에 사망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정도는 아니지만, 매우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태였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일반 북한 주민에게 2023년은 '재난의 해'로 기억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0108-2.jpeg
신의주 근처 압록강 유역에서 수입된 밀가루 부대를 북한 주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 Reuters

[기자]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새해 신년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 총비서가 대남정책과 군사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경제와 관련해서는 12개 주요 고지를 모두 달성했다며 자축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북한의 정책 방향을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지난 12월 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여러 가지 경제 관련 언급이 있었지만, 앞으로 경제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저는 분명하다고 봅니다.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반(反)시장을 철저히 관철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지난 4년 동안 국경 봉쇄와 무역, 인적교류, 출입국에 대한 통제를 강하게 했습니다. 코로나를 차단하는 것이 이유라고 볼 수 있는데, 제가 느낀 것은 김정은 정권이 극적인 경제 정책 변화를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반(反)시장과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입니다.

그동안 북한 내부에서 조사한 내용을 통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진 부분은 기본적으로 생산, 무역, 유통, 판매를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경제 정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개인과 민간 경제활동을 강력히 통제하면서 많은 돈주가 몰락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시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칼로리 통치’인데요. 식량으로 인민을 복종시키고 통제하는 겁니다. 작년 1월부터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판매와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동시에 양곡판매소에서 쌀과 옥수수를 구매하라고 하고,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들만 배급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칼로리(식량)를 통치 수단으로 이용하는 체계가 가동됐다고 봅니다. 결국, 김정은 정권이 수산, 농업, 공업, 화학, 주택 부문에서 새로운 발전을 계속 언급하는데, 경제 정책의 중점은 다시 얼마만큼 국가 경제 시스템을 복구하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 영향 철저히 배격 … 4대 세습을 위한 준비 가능성

[기자] 김 총비서가 한국에 대해 ‘적대적 두 관계’로 규정했는데요. 작년에도 한국 문화, 탈북민의 송금 등에 대한 통제가 심했습니다. 한국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에 올해도 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더 강화하지 않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이것도 코로나 대유행 이후 4년간 북한 정책을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결론이 나왔다고 봅니다. 적어도 2024년은 한국과 새로운 대화나 협조, 남북 관계 개선이 절망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양문화어보호법', '반동문화사상배격법' 등의 목적은 한국의 영향을 차단한다는 거죠. 지난 20~30년 사이에 북한 내에서 한국의 영향이 커졌고, 김씨 일가의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영향을 차단하는 것이 필수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를 기회로 이용했다고 봅니다. 또 되돌아보면, 대남 강경책을 비롯해 핵미사일 기술의 개발, 국경 봉쇄와 탈북 방지, 반(反)시장 정책 등은 다음 세대, 즉 4대 세습을 위한 준비가 아니었겠느냔 생각이 듭니다. 4대 세습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10~20년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강경책 중 하나가 한국의 영향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취재협조자들의 자녀들도 요즘은 단속과 처벌이 무서워서 한국 동영상을 안 본다고 하셨고, 탈북민들이 가족과 통화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 데다, 송금 브로커들도 단속 때문에 많이 사라졌다고 하셨는데요. 올해도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시는군요.

[이시마루 지로]네. 동의합니다. 지금 저희가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의 취재협조자 6명과 의사소통이 가능한데요.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이제 밀수나 월경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제 근절됐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것이 전화인데, 중국 전화기를 이용한 불법 통화, 그리고 중국에 출장 나온 북한 주민과 조용히 만나는 기회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0108-3.png
중국 길림성 연변의 한 가게에서 한국 드라마 DVD를 판매하고 있다. / AP

[기자] 전반적으로 올해 전망도 우울한데요. 그래도 올해 북한 주민이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북중 무역이 더 활발해질 거라든지, 인적교류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란 기대감도 있지 않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제가 12월 말에 취재협조자와 연말 인사도 하고 새해 인사도 나눴지만, 올해 기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코로나 기간 강력한 통제로 어려웠던 시기는 지나갔고, 양강도에서는 지난 1월 1일부터 야간 통행도 허가됐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변화는 생겼지만, 일반 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잖아요. 지금 장사도 잘 안되고, 개인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도 강화되고, 공개처형을 비롯한 처벌이 심해졌기 때문에 공포심이 정말 심합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새해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 국가가 모든 것 통제하는 체제 구축 나설 것”

[기자] 그렇다면 올해 김정은 정권이 가장 중점을 두고자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전망하시나요?

[이시마루 지로] 코로나 기간 김정은 정권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단 하려는 것은 '국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자', '북한식 사회주의 시스템을 복구하고, 김정은 시대에 맞게 새로운 통제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이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4대 세습을 위한 준비라고 말할 수 있고요. 지금 굳건한 국가 통치 시스템을 완성하면서 차세대 체제로 이양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0108-4.jpeg
지난해 11월 30일 공군사령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딸 김주애의 모습. 김주애가 김 총비서와 입은 것과 유사한 가죽 코트,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김 총비서 앞에 서 있다. / 연합뉴스

[기자] 마지막으로 최근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이 "북한 사회가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고 3대 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동의하시는지 궁금하고요. 또 최근 한국 국정원이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4대 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에 대해서도 전해주십시오.

[이시마루 지로]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판단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경제 그리고 생활입니다. 생활이 좋아지면 정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거고, 생활이 나빠지면 부정적인 평가가 늘어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북한 주민과 접촉하고 의사소통하면서 강하게 느낀 것은, 역시 북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중국식 개방개혁입니다. '개방개혁을 해야 우리도 잘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잘 산다. 그리고 자유도 생긴다'는 걸 북한 주민이 알고 있고, 상식이 된 지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많은 사람이 개혁 개방으로 가지 않을까란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잘 안되지 않았습니까. 다시 말해 일반 주민 사이에는 "자기 가문만 우선시한 결과 인민들이 잘 못 살고, 자유도 얻지 못했다"라는 판단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4대 세습과 관련해서는 아직 김 총비서가 젊고, 김주애도 어리기 때문에 4대 세습은 먼 장래의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4대 세습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다음 세대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 솔직한 북한 주민의 생각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새해를 맞은 북한 주민의 소감과 함께 2024년 북한의 경제, 사회 등을 전망해 봤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