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북한에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30세 이상 여성이 속하는 ‘여성동맹’에 미혼 여성의 수가 늘어나면서,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는 교양 사업이 계속되고,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을 ‘비사회주의’라는 비판까지 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생활고와 사회∙경제적 부담을 느낀 젊은 여성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고, 먹고살기 위한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서 저출산 현상은 북한 체제에 대한 여성들의 이유 있는 반항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성동맹’에 미혼 여성 비중 증가
[기자]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직접 언급할 만큼 북한에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요즘 북한의 사회적 분위기가 궁금한데요. 젊은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시마루 지로] 제가 북한 함경북도, 양강도의 여성 취재협조자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 분은 40대 기혼 여성, 다른 한 분은 이혼해서 중학생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40대 여성이고요. 또 한 분은 30대 초반인데, 결혼을 기피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이분들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현재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북한 여성들의 생각은 북한 사회와 체제에 대한 반항이라고 느꼈습니다. 지금 출산은 물론 결혼 자체를 안 하려는 현상의 최대 원인은 바로 생활이 어렵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럼,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가. 결혼하면 여성들의 부담이 커지니까 피하려 한다는 겁니다. 저도 많이 납득하는 부분인데요. 젊은 여성들이 결혼하면 고생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독신 생활을 하면서 남자 친구와 적당히 사귀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와 같이 살면서 결혼 등록을 하지 않고, 동거라는 형태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또 북한에서는 이혼이 어렵지 않습니까. 이혼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보통 재판이 일 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이혼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결혼을 회피하려는 이유 중 하나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한 번 결혼하면 보통 아이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하는데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요구하는 돈이 많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그렇다고 하는데, 한 달 평균 북한 돈으로 2~5만 원(미화 2.5~6달러) 정도가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부담이 되니까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분위기가 확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 저출산 현상이 북한 체제와 사회에 대한 북한 여성들의 반항이라는 주장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기자] 아무래도 북한에서 여성들이 경제적 책임도 지고, 역할도 많다 보니 그걸 보며 자랐던 젊은 세대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은데요. 저출산으로 인해 북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나요?
[이시마루 지로] 제가 볼 때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들은 증언 중에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어린이들이 많이 사망했다는 겁니다. 그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는데요. 여성들이 아이를 업고 다니는 모습이 많이 드물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탁아소에 가는 아이들이 숫자도 감소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서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여성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한 동네에서 탁아소의 원래 정원이 38명이었는데, 작년 말에는 21명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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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 기피에 '비사회주의 현상' 비판까지
[기자] 북한 당국에서도 저출산을 심각한 문제로 보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책이나 강연 등이 있나요? 또 어떤 정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시마루 지로]첫째로는 역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교양 사업이죠. 현재 30살이 넘는 미혼 여성은 자신이 소속된 조직이 '청년동맹'에서 '여성동맹'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30살 미만은 직장 또는 학교에서 '청년동맹'에 속하는데, 30살이 넘으면 '여성동맹'에 가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전에는 여성동맹에 거의 기혼 여성밖에 없었는데, 최근에는 미혼 여성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동맹에서 이를 문제시하고 회의나 강연할 때마다 독신 여성들에게 “어머니로서 역할을 잘해야 한다”, “결혼 기피 현상들을 없애야 된다”, “조선 혁명의 절반은 여성들이 역할을 담당한다는 심정으로 혁명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식의 강연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한 지역의 여성동맹 위원장이 연설에서 “다 돈벌이만 생각하고, 결혼을 기피하려는 요소가 많아졌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여성동맹에서도 조직원들에게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것에 대해 계속 교양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아이를 많이 낳는 사람에 대해서 우대 정책이 있을까요? 최근 ‘전국 어머니의 날’에 김정은 총비서가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아이를 낳아도 우대 정책이나 혜택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이전에는 세쌍둥이 가정에 많은 지원을 하고, 고위 간부가 축하도 해주는 보도들이 많았는데요. 최근에는 그런 것이 별로 없고요. 아이를 낳은 사람들에 대한 우대 정책에 대해서는 당국과 지방 정부 차원에서 일단 이야기는 한답니다. 예를 들어 세금 외에 여성동맹이나 다른 단체들에서 사회에 내야 하는 부담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없애준다든지 아니면 여성동맹에서 임산부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한다든지 그런 거죠. 좀 재미있는 말인데, 어떤 여성이 임신했다고 하면 인근에 있는 여성동맹을 중심으로 쌀도 주고, 닭곰탕도 만들어주고, 돈도 모아서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움직임은 당국에서 주도해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루에 한두 끼밖에 못 먹는 세대에도 제대로 지원을 못하고 있는데, 임산부나 아이를 낳은 가정에 식량 지원을 해도 ‘그게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한순간이 아니겠는가’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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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결국,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조성돼야 할 텐데, 앞으로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없으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은 뭐라고 하나요?
[이시마루 지로]일반 주민 중에도 생존의 문제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결혼도 생각하지 못하는데, 아이를 갖는 것은 당연히 생각도 못 하니까 최우선 과제는 역시 주민들의 생활고를 해결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말도 안 되는 거고요. 두 번째는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하거나 결혼을 기피하려는 현상에 대해 비사회주의라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이념적인, 사회주의 혁명과 국가를 강조하는 현상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결혼과 출산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이지 않습니까. 권력이 강요해서도 안 되고, 그 효과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 체제가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체제인데요. 어디까지나 집단주의로 가려 하고, 유일한 지도자에게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는 체계 아래서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고 느꼈습니다. 자유가 있어야 하고, 개인을 존중해야 하고, 충분히 먹기살기 위한 조건을 보장하지 않는 한 북한의 저출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오늘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북한 여성들의 생각과 북한 당국의 저출산 대책에 대한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