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편집장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새해에도 북한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입니다. 2017년부터급격한 경기하강이 지속중인 북한이 올 해에도 경기회복을 위한 별다른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울 거란 암울한 예상인데요, 문 박사님, 이런 상황은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와 대북제재 영향이 올 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 따른 걸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문성희 기자님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사는 일본도 그렇지만 아직도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접하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크게 의지하는 중국은 최근에 국민들의 비판에 못 이겨 '제로 코로나' 즉 고강도 방역정책을 포기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 활동은 재개되고 있고 사람들도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지만 결국 그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은 경계할 것이고 화물열차 정도는 운행시킬 가능성은 있겠지만 국경봉쇄를 완전히 해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저는 북한에서 코로나19를 완전히 없애버렸다고 북한 당국이 선언했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세계의 다른 많은 나라들이 한 번 코로나가 유입되면 그렇게 간단하게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백신 접종자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환자 수는 적어지고 있지만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매일 1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수백 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만 확진자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주변 국가, 특히 중국의 상황을 보면서 국경봉쇄를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모자란 북한에서는 의약품도 결코 넉넉하지 않습니다. 철저히 예방의약을 강조하는 배경입니다. 한 명이라도 걸리게 되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그렇게 되면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최고 지도자가 감염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올해도 국경봉쇄를 풀 가능성은 작은 것이 아닐까요?

<기자> 올 해 북한 경제를 좌우할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중국과 교역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문성희 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중국에서의 코로나 재확산은 북한에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하나는 이것으로 국경봉쇄를 아직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올 해는 적어도 중국과의 교역은 2020년1월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이를 위해 이미 작년에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또다시 코로나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면 북한 지도부는 중국과의 교역을 전면 개방하는 것을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또 하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따르고 있었던 북한이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자 재확산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옳다, 그러니까 국경봉쇄의 해제는 아직 빠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기자> 말씀을 듣고 보니 북한 당국이 자력갱생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인데요, 북한 내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는 없던가요?
문성희 물론 있었지요. 제가 자주 북한을 다닐 때는 중국제품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중국은 우리에게 질이 나쁜 제품만 가져온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중국으로선 거의 공짜로 북한에 지원해 주는 것이라면 질이 나쁜 제품을 제공하겠지요. 그래서 그에 대한 불만이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컸다고 생각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북한이 2000년대 중반 당시 '중국제 경공업제품이나 식료품을 추방하자'는 구호를 내걸었어요. 대동강맥주가 사람들의 인기를 모으고 시장에 많이 나오게 되자 그 때까지 중국에서 수입하던 맥주가 사라졌어요. 제가 잘 아는 안내원 한 사람은 "우리가 맥주에서는 중국제를 추방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일반 주민들도 그렇고 북한 지도부의 본심도 빨리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지요. 북한에서 자재나 원료, 그리고 공장을 가동시키는 에너지의 부족 등 여러 요인들 탓에 국산품만으로는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이런 상황 속에서도 북한 당국은 새해 첫 날부터 도발을 이어가는 등 올 한 해도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대결 국면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북한 지도부의 전략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문성희 뭐 전략이랄 것도 없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것이 미국과의 대결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함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이 생각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도발을 해도 미국이 대화에 응할 자세를 안 보이고 있기 때문에 도발을 계속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도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대룩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이합니다. 북한에서는 이날을 '전승기념일'이라고 합니다. 즉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겼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승기념일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도발은 계속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도 북한에 있어서는 나쁜 환경이 아니지요. 결국 지금 세계는 러시아가 북한, 이란과 같은 나라와 손을 잡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나토 국가들과 대결을 하는 그런 구도로 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안 좋기 때문에 그것도 북한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국제정세를 생각한다면 북한은 올해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 입장으로 생각한다면 고립되지 않고 있다는 그런 ‘자신감’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결의되지 않고 있지요.
그러니까 주민들에게는 “이것은 미국과의 대결전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다”라고 납득시키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의 대결전에서 이기면 경제적으로도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한때 북한에서 강조되었던 ‘강성대국’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지만 결국 이런 전략으로 주민들만 어려움을 겪어왔고 또 이런 어려움이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인데요,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문성희 올해가 '전승 70년'이라는 것은 북한 사람들은 이런 어려움을 70년간 계속해왔다는 것입니다. 6.25가 끝나고 전후 복구 건설을 하던 시기에는 '지금의 어려움이 반드시 좋은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 현지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시기부터 적어도 60년대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잘 살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에 북한 지도부가 '병진노선' 즉 국방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노선을 정한 다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국방력 강화에 나라의 재정을 많이 쓰게 됐을 때부터 일반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게 되었던 것이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다만 그것이 곧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최근에 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도 저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제 국가가 뭔가 해준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 기대가 없었으니 실망도 없다고 할까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도 주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겠지요. 평범한 북한 주민들은 국가가 자기들의 생활에 끼어들지 않는 이상은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뭐 그런 생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자기들의 생활에 영향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하고 싸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 대한 통제 강화 등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