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교원 ‘경제수치는 전략상 비밀’ 공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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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이 지난 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 해 경제실적을 공개했지만 평가는 별로 좋지 않은 듯합니다. 문 박사님, 북한 당국이 공개한 지난해 경제실적, 예년에 비해 어떻던가요?

문성희 눈에 띄는 언급이 없었다고 할까, 경제문제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습니다. '2022년의 투쟁을 상징하는 성과' 등의 추상적인 표현이 대부분이었으며 인민생활향상에 관해서는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대상들이 준공' 등과 같이 구체적인 대상의 이름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결국 구체적으로 언급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년에 비해 어떤가?’라는 질문인데 2020년과 관련해서는, 2021년 1월에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가 진행되었는데 그 때는 2016년 이후의 5년간의 경제성과에 관해 총화를 했습니다. 그 때는 “경제건설분야에서 예견했던 전략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하였지만 앞으로 자체의 힘으로 경제발전을 지속시켜나갈수 있는 밑천이 마련되었다”고 하면서 농업, 경공업, 금속공업, 화학공업, 전력, 석탄 등 부문별로 있었던 성과에 대해서 언급이 있었습니다. 2021년 성과와 관련해서는 그 해 12월 말에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5개년계획 수행의 첫해를 자랑찬 승리로 빛내었다”고 강조하고 “계획하였던 방대한 대건설과제를 추진”하였고 농업부문에서도 “평가할 수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2020년과 2021년에는 그렇게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간단히 성과를 언급했고 2021년에는 일단 전력, 농업, 경공업 하는 식으로 부문별로 지적을 하고 있었는데 2022년에는 그것조차 없어졌습니다.

북한지도부는 8차당대회에서 7차당대회 이후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어째서 잘 수행하지 못했는지,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전략이 과학적인 타산과 근거에 기초하여 똑똑히 세워지지 못했다, 과학기술이 실지 나라의 경제사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정비보강하기 위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등입니다. 결국 북한이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경제계획을 과학적으로 실천에 맞게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재료나 원자재, 에너지 등도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로서는 경제 제재가 계속되는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걸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겠지요. 2021년까지는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경제가 좋아질 조건이 갖추어진 것도 아니어서 지난해에는 과시할 만한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이겠지요. 이건 미사일을 70여 차례나 발사한 것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인데 결국 지금의 어려움이 미국과의 대결전이 지속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방력 강화는 계속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경제에 돌리는 자금이 더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걸로 추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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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 /연합뉴스

<기자> 결국 지난 한 해 딱히 내새울 만한 경제실적이 없었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경제실적에 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도 2021년에는 1만세대 주택 건설 등에서 어느 구역에서 주택이 건설되었는가 하는 것을 자세히 나열했는데 2022년에는 그런 언급이 아예 없었습니다. 코로나가 세계를 휩쓸던 2020년에는 평양에 종합병원을 신축하기로 하고 처음에는 그 건설과정도 그때그때 보도되고 했는데 최근에는 그런 이야기도 안 들리고 있습니다. 그 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과는 다른 움직임도 보입니다. 예를 들어 평양에서 새 상품 전시회 등이 열려서 여성 옷을 많이 전시하고 있었지요. 많은 사람들, 특이 여성들이 그 전시회를 보러 오고 있었는데 거기에 왔던 사람들은 비교적 좋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북한 경제가 완전히 엉망이라고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은 올 해 경제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죠? 어떤 배경으로 봐야 할까요?

문성희 원래 북한은 구체적인 경제계획 수치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표하지 않습니다. 7차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도 각 부문과 관련한 과제와 방향 등에 대해서는 보고 등에서 언급했지만 전력생산량을 몇 킬로와트로 한다 등 그런 구체적인 수치는 일체 공표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980년 열린 6차당대회에서 제시한 '10대전망목표'는 곡물 생산량, 전기 생산량, 석탄 생산량, 비료 생산량 등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는 수치를 공개하고 있었고 그것은 공표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가결산, 예산 등의 수치도 과거에는 발표하고 있었고, 보도도 하고 있었던데 김정일 정권 후반부터는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북한 사회과학원 교원들에게 제가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숫자는 전략상 비밀이니까 발표는 일체 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들은 구두로 강의할 때조차 구체적인 숫자는 언급하지 않고 '약간'이라든지 '절반보다 많다' 등 막연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구체적인 경제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 놀랄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달 17일에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그 때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최근 경향을 보면 수치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고 싶어도 내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목표 수치 등은 내놓고 있겠지요. 북한 공장 등에 가면 벽보가 붙어있어 각자 어느 정도의 계획을 수행하고 있는지 반드시 숫자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각 공장마다, 인민반마다 작은 단위에서의 목표 수치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농업생산량 같은 것도 각 협동농장에 하달된 목표량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절대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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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기자> 그렇다면 올 해도 북한의 경제전망은 별로 기대할 게 없다고 예상하시는지요?

문성희 아직 새해가 시작된지 한 달도 안 지났는데 기대할 수 없다고 예상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대할 수 있는 요소를 찾기가 지금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북한이 국경봉쇄를 풀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요. 미국과의 관계개선 문제도 그렇습니다.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사상 최초의 미북정상회담이 진행된 것도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역사라는 것은 무엇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에 올해도 정치적인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겠지요. 경제는 역시 정치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지금 상황이 계속되고 북한이 계속 자력갱생노선을 선택한다면 결코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한계가 있으니까요. 물론 중국이 마지막에는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진전된다면 그것도 북한에 있어서 플러스 요소이겠지요.

저는 북한이 어렵다, 어렵다고 하면서도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앞으로도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경제문제와 관련해 믿는 구석이 있다는 그런 생각까지 들 때도 있습니다.

<기자> 올 해는 북한의 경제발전5개년계획이 3년차에 접어드는 해인데요, 북한의 경제발전5개년계획,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짚어주시죠.

문성희 어려운 질문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7차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발전5개년계획의 실패 요인은 타산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일꾼들의 소극성, 그런 측면도 있었겠지요. 3년차에 들어서서 5개년계획 자체가 어느 정도 이행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도 없고 이번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처럼 구체적인 내용조차도 언급이 없다면 어떻게 이행 정도를 알 수 있을지 난감합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북한을 오갈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상황이 어떤지 밖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북한에서 나오는 보도 등으로 추측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을 봐도 이행 정도는 '잘 모르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3년째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도 조금씩 나올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북한에서 어떻게 보도를 해가는지 살펴봐야겠지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