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귀한몸’ 채소… 호텔 식당서도 구경 어려워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편집장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1월27일)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의 남새, 즉 채소 온실 농장 건설 예정지를 시찰했습니다. 문 박사님, 북한의 채소 재배용 온실을 직접 가 보셨을 텐데요, 어떻던가요?

문성희 채소 재배용 온실은 북한에서 직접 가봤을 텐데 그리 기억에 남는 건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협동농장은 자주 갔는데 벼나 보리,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장은 많이 봤지만 채소를 재배하는 온실은 그리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도 온실을 운영하자면 비닐도 필요하고 전기도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그렇게 많이 건설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채소가 그렇게 잘 보급이 안 되고 있었다고 할까요? 호텔 식사에도 채소가 나오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이처럼 채소가 잘 보급이 안 된다는 것은 생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대규모 온실 농장을 건설하게 되었다고 보는데요, 함주군은 동해안에서는 드물게 농사가 잘 되는 곳입니다. 여기 도봉협동농장이 북한 5대 농장에 뽑혔을 정도예요. 그러니까 이번에 채소 온실 농장 건설 예정지로 선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채소를 대량으로 재배해서 주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의도인 듯한데, 그 동안 북한 주민들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채소를 구했나요?

문성희 채소는 기본적으로 아파트 앞마당에 채소를 실은 트럭이 와서 싼 값으로 판다는 이야기를 평양의 한 가정 주부한테서 들은 적이 있어요. 이렇게 구하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마트나 시장에 가면 여러가지 채소를 팔고 있었습니다. 과일도 많아요. 그렇지만 가격이 보통 비싸거든요. 그러니까 마트에서 채소를 구할 수 있는 북한주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봅니다. 아파트에서는 아침에 장마당이 생기는데 여기는 좀 가격이 싸다고 합니다. 그런 곳에서 채소가 있으면 구하지 않을까요?

다만 지방에서는 시장에서 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서방에서는 채소는 가격이 싸니까 매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간단하게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식탁에는 그렇게 채소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fruit_market.jpg
평양 근교 길거리에서 여성들이 과일을 팔고 있다. /AFP

<기자> 연포 온실농장 건설 부지를 직접 찾은 김 총비서는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일까지 완공을 지시했는데요, 공사는 군 병력을 동원하는 걸로 보입니다. 북한에서는 군인들이 일반 건설현장에 동원되는 게 잦은 듯합니다.

문성희 네, 북한에서 건설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는 군인들이 동원됩니다. 주택, 발전소, 공장 등 기본은 군인 건설자가 담당합니다. 수해복구 등에도 군이 동원되지요. 북한의 조선인민군은 국방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지금은 경제 건설에 동원될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았을 때도 안내를 해주신 분은 군인이었습니다. 만수대언덕 아래에 꾸려지고 있는 고층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을 찾았을 때도 동원되고 있었던 것은 군인들과 학생들이었습니다.

과거에도 금강산에 만들어진 수력발전소나 서해갑문 등을 모두 군인들이 건설했습니다. 어려운 공사도 있었고 거기서 희생된 사람들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희생된 사람도 ‘영웅’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몇 명의 영웅이 나왔을까?’ 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애도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슬펐습니다. 그런 희생이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에서는 ‘영웅’이 되면 표창을 받고 가족들도 상을 받기 때문에 솔선해서 영웅이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봅니다.

이것은 제 생각인데 북한에서 어째서 군인들을 주로 건설 현장에 동원하는가 하면 질서정연하게 건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는 상관의 지시는 절대 복종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시를 내리기 쉽지요.

그러나 군인만이 건설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봅니다. 일반 주민들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1년에 제가 함흥에서 평양으로 열차를 타고 돌아올 때 목격한 일인데 열차가 멈추고 있었기 때문에 승객들이 바깥에 나가서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그랬더니 한 건달같은 사람이 3명 정도 청년들이 식사를 하는 장소에 다가가서 식사를 달라고 자꾸 부탁을 하는 것이에요. 이 청년들은 밥을 나눠 주면서도 이렇게 말했어요. ‘야, 희천에 가라’. 당시 마침 희천발전소 건설이 한창이었어요.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식사를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희천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라는 것이지요. 적어도 건설에 참가하면 숙박할 장소도 있을 것이고 식사도 먹여줄 것입니다. 저는 당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코미디 같다고 생각했어요.

<기자>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새로 건설되는 농장이 규모가 꽤 큰데요, 온실이 예정대로 완공된다고 해도 난방을 유지하는 문제 등 운영이 꽤 까다로울 듯합니다. 북한 당국이 농장 건설뿐 아니라 운영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을까요?

문성희 네, 저도 난방을 유지하는 문제가 가장 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전기 문제가 걸리니까요. 더군다나 규모가 꽤 크면 난방 온도를 유지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고 봅니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찾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봅니다. 여기를 온실 농장의 모델로 해서 전국에 보급시키자고 한다면 국가적으로 부담을 해서라도 성공시키겠지요. 아니면 다시 북한에서 전기를 그렇게 안 쓰더라도 돌아가는 온실을 발견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운영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기자> 지적하신 대로 북한에서는 새로 건설됐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 하고 방치되다시피 하는 시설이 꽤 있지 않나요?

문성희 저도 그것이 걱정입니다. 2010년이었던가 북한 당국이 대학생들을 동원해서 김일성종합대학 인근에 채소 온실 농장을 건설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건설하고 있었던 채소 온실이었던가 식물 온실이었던가 그것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이후에 보도가 일절 없어요. 대학생들이 건설에 꽤 많이 동원되고 있었던데요. 물론 잘 되면 좋지요. 이렇게 발상했다가 ‘좋은 일’이라면서 추진을 하는데 나중에 쓸모 없게 된 건설이 얼마나 많아요. 이런 것을 계속했다가는 국가 재정 낭비는 물론 건설에 동원된 사람들에게도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는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뭔가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는 것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