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이번 회의에서는 올해 예산 편성이 이뤄졌는데요, 경제분야 예산이 2% 증액에 그쳤군요. 전반적으로 수세적인 예산편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문성희 네, 저도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까지는 매년 4.9∼6.2%씩 경제건설분야 예산을 늘려왔지만, 지난해에는 0.6%로 소폭 인상했습니다. 올 해는 지난 해보다는 약간 증액했지만 그래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래 지난 해부터 5개년경제계획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경제건설 분야 예산이 더 증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당 전원회의에서도 경제에 더욱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그 지적대로 하자면 좀 더 예산을 늘려야 하는데요.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수세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지요.
다만 배경에는 역시 코로나19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 항목을 신설하고 지난 해보다 33.3% 늘렸습니다. 고정범 재정상은 대유행 전염병을 비롯한 세계적 보건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출 항목을 새로 내오고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체계로 이행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백신 수입 등을 염두에 두고 예산을 편성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여튼 코로나19 예산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 만큼 경제에 돌리는 예산이 수세적으로 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코로나19 방역 예산을 대폭 늘린다는 것은 국경봉쇄 해제를 시야에 두고 있는 움직임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북한도 이제 국경봉쇄를 계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국경봉쇄를 풀기 위한 하나의 징조로 코로나19 예산 증액을 봐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최고인민회의는 지난해 예산 집행과 내각의 사업 추진에서 결함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일부 단위가 예산수입계획에 미달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문성희 구체적인 사항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인데요, 북한이 국가예산을 세울 때 무역액과 지방경제가 얼마나 활성화되었는가 하는 것이 예산 편성에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번에 여러모로 생산이나 무역이 침체되어 있어 기존에 세운 예산수입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북한은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내각의 책임은 크다고 봅니다. 왜냐면 내각이 예산수입 계획도 세우고 그것을 아래에 할당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난해 국가예산을 세울 때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예견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내각의 사업 추진에서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 간부들의 공개적인 자아비판도 있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문성희 간부가 자아비판을 하지 않으면 아래 사람들은 납득이 안 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과거에는 간부보다 아래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을 경우도 많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좋은 징조라고 봅니다. 이렇게 간부가 자기 책임으로 느끼고 자아 비판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하면 아래 있는 사람들은 더 대담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어디에 책임이 있는지, 외부에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 최종적으로는 북한 주민들도 잘 모르는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공개가 되면 어디에 책임이 있는지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북한 일반 주민들도 잘 알게 되지요. 이것은 어느 측면에서는 안도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아비판이 이렇게 공개되는 것 자체는 좋은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 주민들도 안심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 눈에 띄는 건 대외경제 부문에서 국가 주도의 무역창구 단일화 방침이 나온 건데요, 통제가 더 강화되면서 능률은 더 떨어지지 않을까요?
문성희 무역창구 단일화 방침은 이제까지도 자주 나온 정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일화 방침을 수행하다가 잘 안 되면 다시 무역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그런 정책쪽으로 돌아가는 변화는 자주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기때문에 저는 이것도 일시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역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 말씀하신대로 능률이 떨어질 수 있지요. 그런데 북한은 군대가 힘이 세기 때문에 결국은 군대가 무역을 틀어쥐고 온 그런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부서마다 이권이 있어서 저마다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무역관계를 맺으려고 한 그런 측면도 있지요. 그런 것을 경계해서 국가 주도의 무역창구 단일화라는 방침을 낸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부서마다 독자적으로 무역을 하면 같은 무역대상에 여러 부서들이 몰리게 될 수가 있어서 그렇게 되면 혼란이 일어날 수 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과거에도 무역관계가 잘 안 된 측면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있습니다.
다만 무역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 말씀하신대로 능률이 떨어질 수 있지요. 모든 것을 국가의 비준을 받으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무역을 진행하는데도 굉장히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기자> 관심을 끌었던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어떤 배경이라고 보시는지요?
문성희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다만 과거에 참석을 해서 시정연설 등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수도 있다고 모두가 추측을 하고 있던 것이라고 봅니다. 올해는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0주년을 맞이합니다. 북한의 '민족대경사'에 즈음해서 인민들에게 선물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대화를 해서 제재 문제를 어느 정도 풀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이것이 어렵다는 것을 김 총비서도 알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결국 자력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경제 문제는 주로 최고인민회의에서 논의를 하는데 거기서 잘 안 되고 있는 경제에 대해 김정은 총비서가 나와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권위적인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경제문제에서 성과가 있어야 하고 그 성과를 과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김정은 총비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