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기자>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12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에서는 "북한 탄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3자 간에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명시했는데요. 마키노 기자님, 이번에 발표된 공동성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그리고 일본 내 평가는 어떤지 먼저 짚어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한미일 회담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대응을 결정하는 것보다는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기 위한 회의였다고 합니다. 회담 뒤 나온 합의는 북한에 대해서 "첫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 규탄한다. 두 번째, 대북제재를 유지한다. 세 번째, 북한과는 언제든지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미국 바이든 정권이 집권한 후에 계속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고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바이든 정권으로선 회담 전 호주에서 열렸던 쿼드(QUAD), 즉 4자 안보 협의체 외무장관 회담에서처럼 우크라이나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지역이 인도 태평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목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 입장으로서는 북한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상 최대 위협인 중국에 대응해 (북한을) 이용하고 싶었다는 노림수가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야당 쪽에서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견고한 한미동맹을 연출해 한국 여론을 안심시키면서 여당의 지지를 견고하게 하는 노림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세 나라는 주로 자기 나라의 (국내) 사정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새로운 대북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기자>이번 한·미·일 3자 회담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작년 당대회에서 발표한 5개년 계획에 따라 군사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당시 초대형 핵탄두 생산이나 수중과 지상에서 발사하는, 고체 연료를 쓰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을 개발한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1월에 발사한 '화성-12형'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이고 액체연료 미사일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고체 연료를 쓰는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할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왜 지금 갑자기 미사일 시험을 시작했는지 저도 생각해 봤는데, 요즘 우크라이나 정세 등으로 미국의 군사 압력이 가장 약한 시기라고 판단해 북한은 여러 가지 군사적 시험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UN 경제제재 등 제재가 취해질 것은 이미 계산한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중국과 철도 무역을 재개하면서 경제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겁니다. 한미일이 이번에 하와이에서 결정한 정책 정도라면 북한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트럼프 정권 당시에 했던 '코피 작전 (Bloody Nose Strike)'이나 항공모함 파견 등을 시작하지 않는 한 북한의 군사 행동도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역으로 보면, 미국도 중거리 탄도미사일 정도는 미국 본토에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원래 정책을 답습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부이지만 제가 아는 일본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지금의 미국 상황이라면 북한이 ICBM을 발사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현재까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3국은 어떻게 협력해왔는지 간단히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원래 한미일 세 나라 안전보장 협력은 1993년에 시작한 제1차 한반도 위기가 계기였습니다.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처럼 문제가 되는 지역을 정밀타격해 도려내는) '서지컬 스트라이크' 전략도 검토했습니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하면서 일본 정부에 병력을 제공해 달라거나 물자 수송도 도와달라는 등 수십 개의 항목을 요구했습니다. 그때는 일본과 한국이 동맹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한미 연합작전 계획 내용을 알 수 없어 일본의 지원 계획에 문제가 많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한미일 안전보장 협력의 필요성을 고려해 안전보장 대화를 시작한 겁니다. 그게 한미일 협력의 시작이었습니다. 요즘 한일 관계가 나빠져서 일본과 한국 사이의 안전보장 협력이 거의 진전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거의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미국 입장에서는 한·미·일 협력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까지는 한미일 협력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협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정권 후반에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위협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인정한 다음에 취한 조치였습니다. 그때 미국은 주한미군을 순회하면서(rotation) 배치하기 시작했고 한반도 군사훈련에 참여하면서 북한이 아니더라도 다른 유사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만들기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미국은 러시아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 중이었기 때문에 중거리 미사일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일본 규슈 남단에서 대만 동쪽을 거쳐 남중국해를 둘러싼 '제1 열도선' 내부에 미국이 진입하지 않도록 하는 'A2AD' 전략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군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1 열도선 내부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귀중한 존재라고 미국 정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중국과 대립을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은 미일 동맹을 중시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협상 (FOIP)'이나 미국-일본-호주-인도 사이의 안전보장 대화인 쿼드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미국은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그렇다면 앞으로 한·미·일에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한국은 북한 위협에 관련해서만 협력하고 싶고, 일본과 미국은 중국이나 인도 태평양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협력을 원합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 사이에는 그러한 생각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병력 (진입)과 같은 (사안의) 경우, 예를 들면 2015년 당시 서울에서 열렸던 한일 방위상 회담에서 한국은 헌법상 북한도 한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가 북한에 들어가려 하면 한국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2018년 가을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서 자위대 호위함이 욱일기를 개량하는 것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방위성이나 자위대 관계자 사이에서는 "자위대는 앞으로 영원히 한반도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비관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하고만 협력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바빠서 가능하면 한국의 방위력을 향상하기 위해 대잠수함 작전 능력 향상과 같은 분야에서 일본 자위대의 도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들은 바 있습니다. 5월에 한국에서 새 정권이 출범한 후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양국을 방문하려고 하는 것 같고요. 이러한 자리에서 다시 한미일 세 나라가 협의할 것을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