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과 중국 간 트럭 교역로가 2년만에 재개통됐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훈춘에서 곡물 등을 실은 트럭들이 북한의 나진 선봉 경제무역구로 향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건데요. 문 박사님, 지난해 9월 신의주-단둥 구간 화물열차 운행 재개에 이어 북중 간 육로 교역 재개가본격화하는 모양새군요.

문성희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신의주-단둥 구간에 이어 훈춘-나선 구간도 재개되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아직도 정상화 수준까지는 못 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관 서비스도 불규칙한 것 같아요. 물론 불규칙하다고 해도 세관이 열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재개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경지역 두 곳에서 교역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은 지난 시기에 비하면 정말 큰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국경봉쇄를 끝없이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아직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위드(WITH) 코로나, 즉 완전 종식 대신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는 북한 당국이 이런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평가를 합니다.

<기자> 그런데 훈춘-나선 구간을 콕 짚어 트럭 운송을 먼저 재개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일부에서는 이 지역이 경제특구인 사실을 들어 북한이 교역 재개 이후 코로나 확산 여부를 시험해보고자 하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희 네, 그런 측면은 있다고 봅니다. 저는 1996년 당시 아직도 '나진-선봉'이라고 말하던 시기, 북한의 첫 경제특구인 나진-선봉자유무역경제지대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벌써 그 때부터 다른 지역과는 격리된 상태었습니다. 총련이 보낸 취재단이었으니까 들어갈 수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들어가려면 따로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개성도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경제특구는 자본주의적인 경제관리가 적용되기 때문인지 매우 통제가 심합니다. 원래 나선 지역에 살고 있거나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들어갈 수 없게 철저히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평양 사람보다 잘 산다고 하는 정도로 생활 수준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소문을 듣고 이 지역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지만 북한 당국이 철저히 통제를 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 사람이나 못 들어가는 장소이기 때문에 우선 그런 장소부터 개방을 해서 중국 등과 교역을 하면서 코로나 확산 정도를 시험해보자는 것은 충분히 추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제한되고 있고 무턱대고 북한의 다른 지방에 갈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지방 사람들이 못 들어가기 때문에 혹 나선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도 북한 국내에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투먼-남양 간에도 중국과의 통로가 있습니다. 실제 저도 남양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투먼에 들어가서 그 길로 일본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바래다 준 것입니다. 버스가 다닐만한 도로도 있었습니다. 당시 보니까 북한 사람들이 투먼으로 가는 도로 주변에 많이 모여있었습니다. ‘어째서 여기 있느냐’고 물었더니 무역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중국에서 물품 등을 가져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지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때가 1996년이기 때문에 마침 고난의 행군 시기었는데 혹 하면 모두 개인적으로 물품 거래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가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혹 남양을 개방하면 거기는 특구도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 확진자가 들어오면 확산은 시간 문제일수도 있지요. 그러니까 아직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하면서까지 이번에 교역을 본격 재개했는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생필품이나 식료품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을 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요.

<기자> 지적하신 대로 결국 북한의 이번 트럭을 이용한 중국과의 교역 본격 재개는 생필품 부족 등 어려운 경제사정이 배경으로 보이는 데요 최근에는 식량부족으로 굶어죽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식량사정,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 걸로 보시는지요?
문성희 저도 궁금해서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북한의 국경봉쇄 정책에 따라 재일교포들도 북한에 못 들어가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물어보기도 했는데 정확한 정보는 아직 안 들어온 상태입니다. 탈북자들을 기본적으로 돕고 있는 자원봉사단체도 정보가 안 들어오고 일체 지원을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정보 통로가 없다고 할까,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난해 가을 들은 얘기로는 '지금까지 비교적 잘 살던 사람들도 내일 먹을 것이 없다'는 그런 상태라는 것이었어요.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식량사정이 심각하다는 것은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달리 북한 사람들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먹고 살아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당시와 같은 대량 아사자가 나오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도 영양실조에 의한 질병으로 죽거나 그런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에 친척이 있는 재일교포들로선 아사자까지 나오고 있다는 보도에 꽤 긴장하고 있을 듯한데요, 일본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문성희 재일교포들, 특히 북한에 친척이 있는 교포들은 많이 걱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에 친척이 있는 친구 등과 만나면 모두 상황이 어찌 되어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더 걱정을 하고 있지요. 재일교포들 안에는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친척들에게 물자 등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지금은 어렵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지원물자 등을 보내고 있었던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일체 불가능합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일본은 북한에 대한 수출을 일체 금지하는 독자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었고 재일교포들이 짐을 북한으로 부칠 때도 제한이 많아져서 마음대로 물자를 못 보내고 있었습니다. 북한에 갈 때 가져갈 수 있는 돈도 제한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부터 그렇게 물자를 보내거나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게 된 데다가 코로나까지 있어서 북한에 물자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지요. 그러니까 더더욱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전화로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빈번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이메일 교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하여튼 연락을 취할 방도도 없어서 상황을 잘 모른 채 걱정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한국 통일부는 북한 당국이 지난해 10월 도입한, 개인 간 곡물 거래를 금지한 새 양곡정책 탓에 식량 분배에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식량 가격을 낮추려고 도입한 새 정책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건데요, 결국 시장원리를 무시한 무리한 밀어붙이기식 정책 탓으로 주민들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문성희 네, 북한경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 처음 밝힌 내용인데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종합시장에서의 식량 판매를 금지하고 주민들은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정한 한도 내에서 시장가격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지만, 그것을 초과한 것에 대해서는 시장가격으로 판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정한 한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한도를 넘으면 시장가격으로 사야 한다면 결국 주민들은 비싼 시장가격으로 사야 할 경우도 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정책의 의도는 국가가 양곡 판매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보고 그것은 농민들에게 주던 처분권을 축소해서 국가에 곡물을 바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농민들은 국가에 바치는 곡물의 양을 적게 해서 나머지는 시장에 몰래 파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결국 국가에 곡물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 분배도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주민들은 결국 비싼 시장가격으로 쌀을 사야 한다, 뭐 그런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