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기자]최근(8일) 한국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2021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한국 생활여건 만족도에서 '보건 의료 서비스'가 82.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안경수] 82.3%가 만족으로 나오긴 했지만 이 만족은 '매우 만족' 과 '그냥 만족' 이 합쳐진 숫자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할 점은 성별, 연령대, 거주지역, 남한 거주기간을 주의 깊게 봐야하는데요. 수도권 중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만족'이 33%, '그냥 만족'이 50% 나오지만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만족'이 25%, 그리고 '그냥 만족'이 57%가 나옵니다. 즉,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그냥 만족' 하는 비율이 '매우 만족' 보다 많은 거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만족'과 '그냥 만족'이 많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서울이 비수도권 보다 의료 만족도 혹은 의료 시설, 수용력 등에 더 나은 환경이니 그런 점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자]네, 탈북자들의 한국 거주기간도 주의 깊게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안경수]제가 특이하게 봤던 점은, 남한 거주기간 3년 미만인 사람들이 확실히 '매우 만족' 비율이 높습니다. 3년 미만 거주자들의 '매우 만족' 비율이 32.7%인데 3년 지나서 가면 28%, 5년 지나면 24% 이렇게 줄어듭니다. 이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3년 이하 거주자들과 3년 이상 거주자들이 받는 의료 서비스가 다르지 않잖아요. 저는 이런 설문지를 통한 조사는 경향성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건 아니지만 완벽히 정확한 대답일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기자]북한과 비교해 한국의 어떤 보건 의료 서비스에서 탈북민이 만족을 느끼는 걸까요?
[안경수]탈북민 정착지원 제도 중 보건 제도를 살펴보면, 탈북민이 시민권을 부여 받으면 의료급여제도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의료급여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국민의 의료 문제를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인데요. 북한이탈주민은 의료급여 대상이 됩니다. 거주지 전입일부터 5년 범위로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는데요. 의료급여를 받게 되면 북한이탈주민 같은 경우, 1종 의료급여를 받게 됩니다. 1종 의료급여는 입원했을 때 자신의 부담금이 없고, 의원급 같은 경우는 1천 원을 내는 등 아주 소액의 금액만 납부하게 됩니다. 5년 이후에도 유예기간이 있어 혜택 기간을 조금 더 줍니다. 결국에는 북한이탈주민이라 하면 비급여 부분에서 자기 부담금이 발생을 한다고 해도 지원을 받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자기 부담금을 내면서 의료혜택을 비교적 잘 받고 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의료기관이 많고, 친절하고 그리고 의료수준이 높잖아요. 이런 면과 비용문제에서 의료급여 혜택을 받거나 지자체 혹은 하나센터에서 자기부담금으로 나오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다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비용, 의료적인 면, 남한 거주기간, 심리적인 면이 다 융합되어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요.
[기자]한국과 북한의 보건 의료 서비스, 대표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요? 다른 점을 짚어 주시겠습니까.
[안경수]다 다르죠. 북한은 보건의료의 근간을 이루는 세개의 체계가 있는데요. 하나가 무상치료제, 두 번째가 예방 의학적 방침, 그리고 세 번째가 의사담당구역제 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보건의료 체제이기 때문에 다른 자본주의적인 체제와 근본적인 뼈대 자체가 다릅니다. 북한의 무상치료제, 예방 의학적 방침 그리고 의사담당구역제 자체가 1990년대 이후 고난의 행군을 겪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겪으면서 다른 경제분야와 마찬가지로 북한 의료 자체도 뼈대가 완벽하게 돌아가지 않게 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북한 주민들이 겪는 보건의료 서비스 혹은 의료 접근성 그리고 전체적으로 건강권 자체가 많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죠. 의료적으로 한국이나 일본, 미국은 예방의학적인 방침보다는 치료 중심의 의료 체계인데요. 그렇다 보니 굉장히 다릅니다.
우리 나라는 매달 보험금을 내지 않습니까. 쉽게 이야기해서 보험금을 내고 수급권을 받는 거잖아요. 근데 북한은 이런 체계 자체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까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한국의 보건의료를 겪으니 딱히 나가는 돈이 없고, 빠르게 해결이 되잖아요. 북한의 사회주의 보건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이 안되는 부분이 있으니 그것을 겪은 북한 주민의 측면에서 ‘한국이 오히려 사회주의 보건의료 체계에 가깝지 않나’라는 인상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자]반면에,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병원비가 부담돼 진료를 받지 못한 적이 있다'가 7.2%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는데요. 북한에서 병원 진료비는 보통 어느 정도인가요?
[안경수]북한은 진료가 무상인데 실제로 진료, 치료, 수술을 받을 때는 병원 측에 내야하는 돈이 있어요. 돈이 있어야 병원도 굴러가니까요. 그래서 병원 측에 돈을 내는 금전적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병원에 가거나 사설진료소에서 치료, 시술 혹은 수술을 받을 때는 환자들이나 환자 보호자가 부담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부담은 사례비도 있고, 수술에 필요한 의료기구, 의료 재료, 수술 비용, 전기가 열약하면 배터리 비용까지 부담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산부인과 의사 같은 경우는 일과시간 이후 퇴근한 후 자신의 집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설 진료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중국 돈으로 주고 받습니다. 약 100, 150 그리고 300 위안 정도로 나눠져 있습니다. 시술이란 게 수량과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치과도 개인 집에서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개인 치과에서 치아를 발치 하는데 중국 돈 5위안, 충치 치료는 8위안, 틀니 같은 경우도 위아래 150위안으로 측정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말씀하신 대로 무상진료라고 하지만 많은 탈북민들이 약은 물론 주사제도 병원에서 구할 수 없어 개인적으로 장마당에서 사야 한다고 증언하고 있는데요.
[안경수]병원에서 약이나 주사제를 주기도 하지만 수술이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재료 등을 병원 밖 약국 혹은 개인약국에서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들이 종이에 무엇이 필요하다고 써주면, 그걸 가지고 가서 병원 앞 개인 '집' 약국이 많거든요. 거기서 산다는 증언을 들었습니다. 탈북민이라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의 출신 지역이 함경북도가 가장 많고, 그 다음 양강도 그리고 함경남도입니다. 때문에 중앙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인 경우에 병원에 약 혹은 주사 공급이 부족한 경우도 있겠죠. 이런 특성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북한의 전반적인 의료 수준과 주민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안경수]북한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만족도는 사실 측정할 수가 없죠. 이를 조사하고자 북한이탈주민을 조사하지만 정확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출신 지역의 편중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전반적인 의료 수준은 사회주의 보건의료체계가 많이 작동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를 사적인 치료 혹은 의약품 구입으로 많이 대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병원 자체 자금이나 병원 의사들이 사례로 받는 자금들이 병원으로 흘러 들어가며 병원이 운영이 되는 면도 있기 때문에 북한의 전반적인 의료 수준과 만족도를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