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성과 재촉하는 것이 감시와 통제의 목적”
[기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15일, ‘경제계획의 철저한 집행을 위한 감시와 통제’를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감시와 통제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문성희] 해당 부문에 관한 노동신문을 보니까 '법제 부문에서는 생산과 건설의 효율을 높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부문 법들을 제정하고 완비하며, 법기관들에서 모든 부문과 단위들이 시달된 계획을 정확히 무조건 집행해나가도록 항상 감시하고 통제하며 투쟁을 강화하여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제계획 집행을 위해 새로운 법을 설정하는 것이 하나 있고, 그 법에 따라 각 단위들이 국가가 할당한 계획을 무조건 집행하고 있는가를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겁니다. 지금 북한은 5개년 경제계획을 실행 중인데, 물론 각 공장과 기업소, 농장 등 단위마다 할당된 숫자가 있을 텐데 이를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는 것이고, 감시와 통제를 한다는 것은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면 법적으로 처벌한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 노동신문에서는 '인민경제의 모든 부문과 공장, 기업소들은 서로 밀접히 연관된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고 있는 것만큼 어느 한 단위라도 계획규율을 어기면 나라의 경제 전반과 사회주의 건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단위에서 계획을 수행하지 못하면 전반적인 계획 수행에 차질이 생긴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 공장에서 시멘트를 생산하는데, 그것을 계획대로 생산하지 못한다고 하면 지금 북한에서 추진하는 주택 건설에 영향이 미치겠지요. 1만 세대를 건설할 계획이었던 것이 5천 세대밖에 건설하지 못한다면 주택 계획의 절반밖에 수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단위에서 책임지고 계획을 수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야 할 정도로 계획 미달이 심각하다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자] 감시와 통제뿐 아니라 성과에 대한 책임까지 강조하면 각 생산 단위마다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과연 효과적일까요?
[문성희] 부담감이 크겠죠 . 조금 전 말씀 드렸듯이 성과를 따지는 것이 감시와 통제의 목적입니다. 성과를 올리지 못할 때 처벌이 이뤄진다면 각 단위는 위축되겠지요. 그래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간단하지 않을 겁니다. 국가에서 원자재나 에너지를 공급해준다면 모를까, 원료와 자재, 공장 가동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면 과연 생산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는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할 때 반드시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이 동행하고, 김 위원장이 그 자리에서 필요한 자금을 해결하도록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북한 최고영도자의 현지 지도에는 그런 뜻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 시대에는 국가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인데, 과연 지금도 그런 상황일지 의문입니다. 경제 부문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 지도도 최근 적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택 건설 준공식 등에는 참석하지만, 이것은 모든 건설이 끝난 뒤 이야기죠. 감시와 통제라는 방식에 대해 현장에서는 많은 부담을 갖겠지만, 효과적인 측면도 있겠지요. 왜냐하면 처벌을 피하고자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계획 달성을 하려고 노력할 테니까요.

[기자] 물론 과거에도 경제계획의 집행을 위한 감시와 통제가 있었는데요. 오늘날 강조하는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문성희] 경제계획 집행과 관련해 감시와 통제를 한다는 것은 적어도 저는 현지에서 들은 적은 없습니다 . 다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그런 조치는 과거에도 당연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북한이 지난 1993년 당시 3차 7개년 계획이 미달됐다고 공식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완충기(조정기)에 들어간 것이고 '혁명적 경제전략'이라는 명칭 하에 '무역∙농업∙경공업 제일주의'에 따라 중공업 등은 뒤로 미뤘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경제계획은 미달이 많아서 거의 조정기가 설정됐습니다. 3차 7개년계획 미달과 관련해 엄한 비판이 오갔던 것으로 아는데, 그 당시에는 감시와 통제라는 말이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계획 수행에 심각한 차질이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지금은 김정은 총비서가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경제계획을 달성 중이지 않습니까? 계획 달성의 해까지 이제 2년 9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김 총비서의 권위에도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간부들에게도 초조함이 있는 게 아닐까요.

“올해 비료 공급 원활할지 의문”
[기자] 북한이 올해 농사에서 알곡 생산량 증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현재 비료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15일 ‘흥남비료연합기업소’를 선전했는데, 올해 비료생산이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까요?
[문성희] 노동신문은 지난 3월 15일 기사에서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 1월과 2월 인민 경제 계획을 훨씬 넘쳐 수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훨씬'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으로 봐서 비료 생산이 순조롭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흥남비료연합기업소'라 하면 북한에서도 대규모 비료 생산 기업소입니다. 남흥에 있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도 비료를 많이 생산하는데, 제가 2010년에 여기를 방문했을 때 공장을 안내해 준 기업소 관계자가 비료를 비축하는 창고도 보여줬습니다. 솔직히 생산이 잘 된다고 했지만, 창고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창고를 채울 만큼 비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 당시는 북한에 널려있는 무연탄을 재료로 활용한 '주체비료' 생산을 장려하던 시기입니다. 남흥에서도 그 방법을 도입해 비료를 생산했다는 건데, 그래도 창고가 비어있다는 것은 그렇게 생산이 순조롭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한다면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 비료 생산이 잘 된다고 해도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좀 의심스럽습니다. 물론 노동신문 사진 등을 보면 창고에 비료가 많이 쌓인 사진도 게재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일정하게 비료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생산량일지는 모르죠.
북한 현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 텔레비전에서 운동화를 많이 생산하는 어떤 구두 공장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본 북한 주민이 "이 구두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라는 소박한 의문을 제기했답니다. 그 사람 생각으로는 '이렇게 운동화가 많이 생산되는데, 어째서 우리에게는 공급이 안 되는가'를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북한 매체에서 아무리 선전을 해도 실제 공급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습니다.
[기자] 최근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식량 확보 지시를 내렸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최근 북중 동향에 대해 박사님은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문성희] 지난 15일 한국 연 합뉴스는 북한이 군량미를 민간에 풀 정도로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습니다 . 그래서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 무역 일꾼들이나 심지어 중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 식량 확보에 나서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연합뉴스가 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제가 이 보도에서 주목한 것은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둥과 훈춘, 투먼 등 중국 변경 지역에 8만∼10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의류 임가공, 수산업, 식당, IT 관련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인데, 2017년 12월에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로 외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모두 철수하기로 돼 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중국에서 적지 않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과거에도 북한 노동력은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중 관계는 지금 나쁘지 않을 텐데요, 북한은 지금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서 자신감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 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지금까지 언론인이자 학자인 문성희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