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불법 판매 중인 북한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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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유명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는 북한 관련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북한 화폐는 물론 공민증까지 제작해 거래되는데, 지폐의 경우 견본품이 아닌 진짜가 팔리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북한 물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불법적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행위라고 지적합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한국서 북한 지폐 판매, 처벌될 수 있어”

한국의 대표적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북한’을 검색해 봤습니다.

이중 ‘쇼핑(상점)’에 나열된 품목을 살펴보니 북한 신분증인 공민증부터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얼굴 가면, 북한 인민군 의상, 북한 지폐 등 다양한 물품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상품의 인기도와 신뢰도 지수 등을 점수화해 나열한 ‘순위(랭킹)별’로 보면 북한 공민증이 가장 상위에 올라 있으며, ‘상품평이 많은 순’으로는 북한 돈 5천 원권과 화폐 앨범, 북한 견양권 10종 세트 등 지폐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 중에는 실제 북한 지폐를 판매하는 온라인상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격을 살펴보니 김일성 주석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2006년 발행된 북한 지폐 5천 원권은 한국 돈으로 8천 원(미화 약 6달러)에 팔리고 있으며, 1978년 발행돼 ‘귀한 북한 지폐’라고 소개된 100원권 지폐는 한국 돈으로 약 1만 원 (미화로 7.6 달러)에 내놨습니다.

실제 이를 산 사람도 적지 않은데, 구매자의 후기를 살펴보니 “이색 선물” 또는 “신박한 선물 교환”이었다는 상품평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 ‘위조품이 아니냐’는 일부 구매자의 질문에 판매자는 “진품”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실제 사용한 지폐”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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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uvenir vendor displays what he said was North Korean money at the bank of the Yalu river in China's Dandong, Liaoning province 2016년 9월 11일, 북한 국경에 위치한 냐오닝성 단둥의 한 기념품 상인이 북한 돈이라고 말한 것을 전시하고 있다. /Reuters (Thomas Peter/REUTERS)

한국 내에서 북한 지폐나 공민증을 거래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을까.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한국 통일부에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1일) 형법 제211조에 의해 외국에서 통용·유통하는 화폐를 판매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미화 약 5,400달러)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11조를 살펴보면 판매할 목적으로 내국 또는 외국에서 통용하거나 유통하는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에 유사한 물건을 제조 또는 수입∙수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물건을 판매한 자도 같은 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북한에서 발행돼 유통되거나 유통되었던 화폐 또는 유가증권이 남북 간 직접 반입 또는 제3국 경유 반입 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에 따르면 북한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 등의 품목, 거래 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하여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반출∙반입’이란 매매, 교환, 임대차, 사용대차, 증여, 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 등의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물품 등의 이동을 포함함)을 말하는데, 승인을 받지 않고 물품을 무단으로 반출하거나 반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미화 약 1만 5천600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따라서 북한 화폐는 보편적인 대외지급수단으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북한 화폐를 지급수단이 아닌 물품으로 인정하고 남북 간 직접 반입 또는 제3국 경유 반입 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이규창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21일) 한국 내에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되고 있는 북한 물품은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규창] (남북한교류협력법) 2조 3호에 매매를 목적으로 남한과 북한 간 물품 등의 이동을 반출, 반입으로 정의해 놓고, 13조에서 이에 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27조에 보면 이를 따르지 않았을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만약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 지폐나 공민증을 북한으로부터 반입한 사람은 (이를) 문제 삼을 때 벌칙 조항에 따라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액수의 지폐라도 한국 내에서 북한 지폐를 판매하는 것은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이 선임연구위원은 해석합니다.

[이규창] 물품이 유체물, 즉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도 포함되고 전자적 형태의 물건 및 전자거래도 해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소액이라고 해도 2천 원, 3천 원짜리 북한 지폐, 그리고 옛날 북한 지폐도 다 포함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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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의 북한상품 판매점에서 팔리고 있는 북한 화폐. ‘견본’이라는 도장이 찍혀있다. / RFA photo

실제와 유사한 북한 공민증도 주문∙배송

자유아시아방송이 연락한 한 판매업자는 지폐 수집가들 사이에서 북한 화폐는 “흔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중국에서 100장씩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인터넷 상점에서 거래되는 북한 지폐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것들이라고 이 판매업자는 설명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 상점에서 구매자의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주소, 혈액형, 사진 등을 보내면 그 정보가 기입된 북한 공민증을 만들어 집으로 배송해 줍니다.

현재 약 65곳의 인터넷 상점에서 공민증을 제작∙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은 한국 돈으로 약 7천 원(미화 약 5달러)에서 1만 원이면 구매가 가능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신주영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씨도 인터넷 상점에서 판매하는 공민증이 북한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화폐나 공민증을 구매한 사람에게는 처벌 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에서 찬양ㆍ고무 조항은 북한이나 북한 최고지도자를 찬양, 고무 혹은 선동하는 것을 뜻하는데 북한 지폐나 공민증을 구매해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이규창] 판매한 사람은 이 규정에 적용되는데, 산 사람은 좀 애매합니다. 산 사람의 처벌은 남북교류협력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에 적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요. 국가보안법의 경우 찬양∙고무 조항이 있는데요. 단순히 북한 지폐나 공민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찬양∙고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판매하는 사람은 처벌 규정에 해당하지만, 반출해 온 사람으로부터 산 사람에 대해서는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기에 확대해석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이 선임연구위원의 해석입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성상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아직 온라인 상점에서 북한 화폐나 공민증 등의 거래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조금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