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평양시민 생활 수준, 많이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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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 개성공단 이용한 위탁가공 시도… 충분히 가능해”

[기자] 박사님. 최근 북한이 중국 업체를 상대로 개성공단에 투자나 일감을 유치하려는 정황을 한국 정부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박사님께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문성희] 네.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듯이 중국이 북한에 재료를 제공하고 북한에서 상품을 만들어 그것을 중국에 수출하도록 하는, 이른바 위탁가공이 현실성을 띠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에 북한 노동자들을 파견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데, 이것은 유엔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것은 북한에서 물건을 제조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겠지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개성공단은 북한의 핵 개발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가 그곳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기업들이 남기고 간 기계 등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이고, 그곳에서 기술을 습득한 북한 노동자들이 있는데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이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현재 평양 백화점에서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전기밥솥이 미화로 50달러에서 80달러에 팔린다고 합니다. 평양 시민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일까요? 또 개성공단에서 만들어 중국에 판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겠지요?

[문성희] 최 근 북한 시세를 보니까 미화 1달러당 북한 돈으로 8천 원대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1달러에 8천 원이라고 하면, 미화 50달러가 북한 돈으로 40만 원, 80달러면 64만 원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받는 한 달 임금이 3천 원에서 5천 원이라고 한다면, 약 11년 치 임금이 됩니다. 물론 이 임금은 제가 북한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2012년에 들은 이야기인데요. 그 후 북한에서는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가 시행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도 현실 경제에 맞는 금액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도 많이 받는 사람이 북한 돈으로 30만 원 정도라고 들었기 때문에 한 달 노임을 모두 바쳐도 살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2009년 화폐교환 실패 후 북한 돈을 저금해봤자 회수되면 소용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돈이 저축되면 외화로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달러 등을 저축해 놓은 사람들이 살 수는 있다고 생각하고요.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금액이라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평양 시민에게도 비싼 전기밥솥이라고 봅니다. 물론,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중국에 판다면 좀 더 비싼 가격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북중 교역은 정상궤도 들어서… 국경 봉쇄 완화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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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철교 / RFA photo

[기자] 이런 가운데 북중 교역이 활기를 띠면서 1분기 교역액이 코로나 이전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분기 교역액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까요? 단순히 북중 교역의 정상화로 볼 수 있을까요?

[문성희] 네. 지난 4 18일 중국 해관총서(세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북중 교역액은 미화 1억 5천846만 달러로 전월 대비 31% 증가했고, 작년 동월보다는 161%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중 북한 수입은 1억 3천790만 달러로 전달과 작년 동월 대비 각각 23%와 142% 늘었고, 북한 수출은 2천55만 달러로 역시 전월과 작년 동월보다 각각 119%, 476% 증가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교역액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동기의 95% 수준까지 회복한 셈이라고 하는데요.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건 북중 교역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고 봅니다.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북중 교역은 정상궤도로 돌아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을 시작으로 북한이 국경봉쇄를 풀기 시작한 징조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아직 재일동포들이 북한에 갈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는 못 듣고 있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북중 간 교역액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증가했고, 이런 가운데 북중 국경이 열릴 거라는 소문만 무성합니다. 아직 열리지 않고 있는데요. 국경 개방의 열쇠는 결국, 북한이 쥐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국경이 열리지 않는 걸까요?

[문성희] 지금은 아직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사이 , 그리고 중국 훈춘과 북한 나선시 등에서만 교역이 가능하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은 시험적으로 한정된 지역에서만 북중 간 경제협력이 시작된 셈이라고 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에 전혀 물자가 안 들어가면 경제적으로 곤란해지기 때문에 조금씩 물건을 반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중국에 그것을 바라는 것일 수 있는데, 그러나 국경이 완전히 개방됐다는 소식은 아직 못 듣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중국 측에서는 북한이 개방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본격적인 교역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도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고 북한에서는 위드 코로나 정책이 아니라 제로 코로나, 즉 고강도 방역 정책을 계속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망설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추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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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2023년 평양지하상점 봄철상품전시회’가 개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TV, 연합뉴스

“평양 시민 생활 수준, 많이 올라간 듯 보여”

[기자] 네. 박사님. 자유아시아방송이 최근 북한의 보릿고개 상황을 짚어보기도 했는데요. 박사님께서는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과 김정은 정권의 대책 등을 어떻게 진단하시고,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문성희] 어 려운 질문인데요 . 현재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외부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북한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단편적으로밖에 알 수 없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단편적이라는 것은 북한에 가족이 있는 해외 동포들이 그나마 가족과 약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종합하면 역시 일반 주민들의 생활 형편은 많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그래도 잘 먹고 잘 살았던 사람들마저 어렵다고 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경제 상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요. 또 김정은 총비서를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번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여기서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한편 , 주택 건설 등은 계속되고 있고요.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경공업상품 전시회 같은 것이 열리고 있는데, 이곳에 많은 사람이 몰려든 사진들이 나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람들의 생활 수준, 적어도 평양시민들의 생활 수준은 많이 올라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것을 보면 북한 경제는 아직도 버틸 만하다고 보는데, 문제는 국내총생산(GDP)이 어느 정도일지,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9년의 GDP는 미화로 163억 2천100만 달러였지만, 2020년에는 158억 4천700만 달러였습니다. 그러니까 감소하고 있는 셈이지요. 2021년 숫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것도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면 역시 북한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지금까지 언론인이자 학자인 문성희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