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로 경제통제 강화…김정은식 개혁 실패”

12일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소집됐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장면. 김정은 총비서가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12일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소집됐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장면. 김정은 총비서가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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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기자 >지난달 북한과 중국 간 무역 총액이 1억 달러를 약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박사님,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북중 무역액이 약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군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문성희 네, 중국 해관총서가 공개한 올해 4월 북한의 대중 무역 총액은 1억 234만 달러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천 59만 달러보다 약 3배 늘어난 셈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무역 총액은 1억 달러를 약간 넘고 있고, 지난해에 비하면 약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회복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2019년 4월 북한의 대중 무역 총액을 보면 2억 4천 146만 달러, 올해 4월에 비해 2배의 숫자입니다. 앞서 2016년 4월에는 4억 3천 647만 달러, 2017년 4월에는 3억 8천 743만 달러를 각각 기록하고 있는데 이 숫자와 비교하면 올해 4월의 무역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좀 어렵다고 봅니다.

< 기자 >말씀하신대로 북한 내 코로나 발생과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 국경지역 도시에서도 최근 코로나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중 간 무역액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문성희 우선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을 보면 검사 태세가 불명확하고 발열자가 바로 코로나 감염자일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달도 채 안돼 인구의 10%가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의 의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결코 적은 인원수가 아니지요. 또 중국 단둥시가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도시를 전면 봉쇄함으로써 1월부터 재개되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도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록 의약품 긴급수송을 위해 지난 주 화물열차가 2차례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운행 재개는 기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어렵게 시작한 화물열차 운행이었던데 이게 다시 중단상태가 이어지게 되면 생필품 수송 등 걸리는 문제가 많아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무역액이 회복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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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현 방역위기 실태를 분석하면서 인민생활을 안정시킬 것을 주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박정천(왼쪽), 김덕훈 당 정치국 상무위원(오른쪽)이 일어서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받아 적고 있다. /연합

< 기자 >이렇게 코로나 비루스로 북한의 경제적 고립이 더 심화하면서 '김정은표 경제정책'도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요.

문성희 네,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에는 여러가지 경제개혁, 개방 정책들이 실시되었습니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하고 기업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지요. 이렇게 되자 잘 되는 기업과 잘 안 되는 기업들이 생기기도 했지만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임금도 올라가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했지요. 시장 의존도도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협동농장에서도 포전책임담당제가 실시됨으로써 중국의 농업개혁정책과 같은 방식으로 가족끼리 한 포전을 책임지게 하였고 그로 인해 모두가 열심히 일을 하게 되고 그만큼 곡물생산량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또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전국에 경제특구가 설치되었습니다. 지난 시기에는 나선, 신의주, 개성, 금강산 등 중국 국경이나 남북 경계선 인근에만 설치된 경제특구가 평양시를 비롯하여 국내 곳곳에 만들어진 것은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2020년 2월부터 코로나 방지를 위한 국경봉쇄가 실시되자 경제적인 고립이 심화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년 4개월 동안 북한의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액마저도 많이 감소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되자 김정은 총비서의 개혁정책도 후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개혁을 실시할 때도 그렇지만 일정하게 경제개혁을 성공시키자면 자본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북한은 국제적인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더더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럴 때에 경제개혁을 할 여유라고 할까, 힘은 없지요.

< 기자 >자력갱생을 다시 내세우면서 김 총비서가 집권 초 지향했던 분권화와 시장화가 점차 퇴조하고 중앙집권적 통제가 강조되고 있는 듯합니다.

문성희 네, 아까도 말했듯이 개혁정책을 실시할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옛날식으로 통제경제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할까요. 왜냐면 국가가 통제를 하지 않고서는 국가에 돈이 안 들어오게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북한돈의 가치도 떨어지지요. 고난의 행군시기에 가장 심각했던 것은 국가가 경제를 관리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북한은 사회주의경제에서 가장 상징라고 할 수 있는 공급 시스템을 지켜왔는데 고난의 행군시기에 식량이나 옷, 생필품 같은 것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집에 있는 것을 거리에 나가서 팔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국가에서 뭐가 충분히 있고 뭐가 부족한가하는 것도 모르게 되지요. 계획경제라는 것은 주문경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주민들이 모자란 것을 신고하고 그에 맞게 그 물자를 공장 등에서 생산을 한 뒤 그것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질서가 없어지면 그만큼 국가에서 파악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북한은 그런 측면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에 시장을 아예 인정한 것도 오히려 시장을 국가가 운영을 하면 경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국가가 인정하는 시장이 아니라 암거래 등이 횡행하면 경제 동향을 파악 못하게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최근에는 통제를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봅니다.

< 기자 >북한 주민들로선 김 위원장 집권 뒤 반짝 개선됐던 생활수준이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어 불만이 클 듯합니다.

문성희 네, 한때 북한에서 굉장히 세련된 여대생이 출연하는 유트브가 나왔습니다. 여대생 자체도 세련되고 있었지만 그가 다니는 상점도 서양 여러 나라들과 다름 없는 물건들이 진열되고 있었고 이탈리안 식당에서 와인과 파스타를 즐기는 남녀가 등장하는 등 "야, 북한 사람들의 생활도 많이 달라졌구나"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북한을 오갈 때도 몇몇 당 간부들은 "우리 사람들의 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아침식사라면 빵과 커피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생활수준을 한 번 올리면 그것을 내리는 것은 여간 힘들지 않다고 봅니다. 몰랐으면 그래도 이제 그런 '사치스러운' 생활을 알 게 되면 계속 그런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에 많이 개선됐던 것으로 보이는 생활수준이 떨어지게 되면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