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기자 > 북한 검덕광산의 경제적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보고서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가지리정보국의 최신 보고서는 검덕광산이 납과 아연 등 광물이 풍부해 경제적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이 지역은 잦은 수해를 입었던 곳 아닌가요?
문성희 네, 검덕지구에서는 자주 수해가 있었지요. 한 번은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가서 피해 상황을 요해하고 복구 사업을 지시한 바도 있는 곳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북한에서도 꽤 유명한 광산이라는 것입니다. 검덕지구는 납·아연·금·은 등 광물이 풍부해 북한에서는 이곳이 '금골', '돈산', '백금산' 등으로 불립니다. 경제적 잠재력이 상당해요. 특히 배터리·의약품·전기장비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될 수 있는 아연의 경우 "북한이 세계에서 생산을 이끄는 선두주자가 될 역량을 갖췄다"고 국가지리정보국의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잠재력이 풍부한 광산이라고 해도 자주 수해 피해가 있으면 이런 '돈산'이 쓸모 없는 곳으로 돼 버리겠지요. 실은 제 삼촌이 검덕광산에서 일을 했었다고 들은 바가 있습니다. 검덕이라고 하면 꽤 살기 어려운 곳으로도 알려져 있어서 삼촌이 일을 하던 당시에는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삼촌이 거기 갔다 온 이야기를 하기 싫어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정말 힘든 노동 현장이었던 탓이라고 봅니다.
< 기자 > 보고서는 이처럼 잠재력이 풍부한 검덕지구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도로나 철도 건설 대신 주택건설에 초점이 맞춰진 복구사업도 광산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군요.
문성희 수 년 전 김정은 총비서가 검덕지구 수해 지역을 돌아보면서 먼저 복구하라고 지시를 한 것이 주택이었습니다. 북한의 지방에 가보면 알 수 있지만 평양이나 대도시처럼 고층아파트들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골에 가면 갈수록 단층집들이 많고 그것도 전혀 개건이 안 된, 옛날부터 계속 사용해온 낡은 집들이지요. 그러니까 수해가 나면 붕괴되기 쉬운 측면도 있습니다. 1996년에 수해 지역을 취재했을 때도 붕괴된 집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사는 주택부터 복구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광산에서 일을 하는 광부들입니다. 광산에서 일하기가 정말 힘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현대적인 주택을 마련해주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주민들에게 '은혜를 배풀어준다'는 측면이 과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선적으로 복구를 해야 하는 것은 광산 자체이고 그 개발을 위한 도로나 철도 건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산이 물에 잠겼는데 그 복구부터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광산 뿐만이 아니라 거기서 일하는 광부들이 작업을 하기 쉽도록 기반시설 구축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식 표현대로라면 광산 자체도 잘 꾸려야 하지요. 광부들이 직접 갱도에 들어가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그런 환경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실제 북한에 계실 때 둘러본 광산의 실태는 어떻던가요?
문성희 북한의 광산에는 실제 못 가봐서 잘 모릅니다. 취재를 하고 싶다고 해도 그리 간단하게 허락을 안 해주니까요. 그러나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제 삼촌이 검덕 지구에 살면서 광산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삼촌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돌아가신 부모님한테서 들은 정도입니다. 제가 삼촌한테서 직접 들어본 일은 없지만 간접적으로는 매우 힘든 곳이었다고 그런 얘기를 하곤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부모님도 삼촌도 모두 돌아가셔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요.
< 기자 > 북한의 경제분야 학자나 실무 관리들은 광물자원 개발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문성희 제가 2011년에 북한의 경제학자들한테 직접 들은 강의에 의거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회과학원 리기성교수는 북한에서도 유명한 경제학자이고 해외동포나 외국인, 그리고 외국기자들이 오면 북한의 경제정책을 설명하곤 했던 학자였습니다. 리기성교수에 따르면 2011년 당시에도 북한은 석탄 개발에 매우 큰 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매장량이 많고 채굴조건이 유리한 서부지구와 북부지구 광산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안주, 순천, 덕천, 북창, 개천지구들입니다. 석탄을 많이 캐야 하는 이유는 북한에 있는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수력발전소는 자연적인 조건, 즉 물이 풍부해야 하는데 계절에 따라 수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기 생산이 안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에는 아시다시피 원자력 발전은 실험단계의 발전소가 있었던 뿐입니다. 그러니까 전력 보장을 위해서도 석탄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탄광노동자들의 노임을 많이 올렸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현지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탄광노동자의 노임은 한 달 7천원(약 4.6달러) 정도였습니다. 보통 사무원 노임이 3천원(약 2달러) 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2배 이상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것에 대해 리기성교수한테 물어봤습니다. 리 교수는 “탄광부문이 (임금이) 좀 높아졌다”고 하면서 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기계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정치적 평가와 물질적 평가를더 잘 하도록 했다”고 했어요. 정치적 평가라는 것은 훈장을 주거나 표창을 한다는 것이었고 물질적 평가라는게 노임을 올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탄광이 힘든 일이니까 얼마라고 딱 말하기 힘들지만 몇 배로 올렸다. 내가 몇 배라 할 때는 2배가 아니라는 소리”라고 했거든요.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절대 금액 자체를 가르쳐주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정확한 숫자를 말하면 전략적으로 안 되는 것인지, 막연한 답변을 할 뿐 절대 정확한 숫자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탄광 노동이 힘드니까 다른 노동자들보다 높은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했습니다.
그리고 기계화문제도 강조를 하고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이것이 얼마나 실현 되었는지 잘 알 수 없습니다. 미국 전문가 보고서에도 있듯이 보물이 있는데 그것을 캐지 못하고 있다면 아직도 기계화 수준은 낮은 단계에 머물어 있을 수 있지요. 이제 10년 전에 광산 기계화라 외치면서 아직도 제대로 실현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최근 한국 정부는 북한에 풍부한 광물자원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식량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북한으로선 구미가 당길 만한 제안 아닌가요?
문성희 그거야 구미가 당길 만한 제안이겠지요. 한국의 기술을 가지고 개발을 해준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북한에 희귀광물이 풍부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요. 이것을 개발해서 외국에 판다면 외화벌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도 수출할 수 있는 지하자원이 풍부한데 지금 경제 제재도 있고 해서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코로나가 유입됐다거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개선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을 본다면 당장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