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의주 독자개발 대신 중국과 공동 추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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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기자 > 북한 당국이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북한에서 발행되는 영어 잡지인 '포린 드레이드'에 신의주 국제경제지대 관련 기사가 실렸는데요, 먼저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문성희 네, 북한 당국은 신의주 국제경제지대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둥과 마주했으며 평양과 연결된 철도, 도로와 무역항이 있어 인력과 물자가 드나들기 용이하고, 전기시설과 통신망도 구축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곳이 지리적으로 중국과 국경을 맞댄 지대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또 정보통신(IT) 산업지구와 물류지구, 무역과 금융지구, 공공서비스지구, 관광지구와 보세 항구 등을 갖춘 종합경제지대로 발전시킬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곳이 경제특구임을 선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잡지에 따르면 2018년에는 '마두산경제연합회'라는 신의주 개발을 목적으로 한 조직이 꾸려진 것 같습니다. 다만 뭔가 새로 발표됐다거나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신의주에 경제특구가 처음 생긴 것은 20년 전인 2002년 9월이었습니다. 당시는 ‘신의주특별행정구’라는 이름이었어요. 나선 다음에 북한에 설치된 특구였고 여기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것이 중국계 네델란드인인 양빈이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양빈과 만난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북한은 신의주경제특구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양빈이 중국에서 구속되는 바람에 이 사업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결국 2004년 8월에 사실상 폐지되었습니다. 그 후 김정은 정권에 들어와 2013년 11월에 신의주시의 일부 지역에 특수경제지대가 설치되었고 2014년 7월에는 신의주국제경제지대로 개칭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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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하구 황금평 경제특구 출입구가 굳게 닫힌 모습. /연합

< 기자 > 말씀하신 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인 2002년 경제특구로 지정됐지만 양빈 초대 행정장관이 중국 당국의 사법처리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사실상 개발이 무산됐는데요 직접 만나보신 북한 경제관료나 학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제가 실무자나 학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시점은 2010, 2011년 께였습니다. 당시에는 신의주 개발에 별로 진전이 없었던 시기입니다. 대신 중국과 황금평-위화도를 함께 개발하는 이야기가 진전됐었어요. 나중에 처형된 장성택 부위원장이 관여했던 사업입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합영투자위원회에 있던 한 경제 관료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신의주는 우리가 아직 특수경제지대로 선포를 안 했는데 중국측에서는 이것도 같이 하자고 했지만 그것은 아직 시기상조이고 특수경제지대로 지정하지 않아도 개발할 수 있다."고 하면서 "중국에서 신의주지대에 종이생산기지, 화학생산기지, 컴퓨터종합개발구를 건설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 관리는 "도로 등 기반시설 구축은 물론 질 좋은 전기 공급 등도 중국 기업이 나서 해결한 뒤 투자에 나서겠다고 했고, 그것은 좋은 안이기때문에 접수했다"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으로는 신의주 경제특구가 무산된 뒤 2013년에 다시 특구로 지정될 때까지 북한은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개발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제가 2002년 당시 북한에서 들었던 소문은 양빈이 체포된 배경엔 북한이 독자적으로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에 나서는 것을 중국이 탐탐치 않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의 반대로 북한에서도 신의주 특구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는 생각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 뒤 북한과 중국은 2011년에 나선과 황금평-위화도를 공동 개발하는 데 합의하는데 그 전 해인 2010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당시 중국 방문의 주된 목적이 특구의 공동개발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언론은 중국이 애초 정부 차원의 투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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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북한 군인들이 나진항에서 열린 러시아-북한 철도 개통식을 마친 후 선적 기계 근처로 행진하고 있다. /Reuters

< 기자 > 북한 내부에서도 꽤 큰 기대감을 갖고 야심차게 신의주를 포함한 경제 특구 개발에 나섰을 듯한데 실망감도 컸겠군요.

문성희 네, 실망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2002년에 북한은 경제개혁정책을 시행합니다. 가격을 시장가격에 맞게 조정하고 시장도 인정하게 되었지요. 개혁정책과 더불어 신의주 경제특구 설치라는 개방정책도 펼쳤습니다. 북한도 중국식 개혁개방을 실시해서 달라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 되었습니다. 또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일관계 정상화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 경제개혁을 추진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일본인 납치 문제 때문에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전략이 막혔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 뒤 다시 통제경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지요.

< 기자 > 최근에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의주를 직접 방문하는가 하면 신의주시 건설 총계획을 검토하기도 했는데요, 김 총비서가 신의주 개발에 공을 들이는 배경은 뭔가요?

문성희 네, 김 총비서는 2018년 7월에 신의주를 방문해서 화장품공장, 방직공장, 화학섬유공장을 잇따라 시찰하고 공장 현대화를 주문했습니다. 이게 신의주 개발을 위한 준비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그 해 11월에는 신의주시 건설 총계획을 직접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한다면 이번에 신의주 개발에 대해 북한 잡지가 새삼스럽게 보도를 하는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도 외국인들이 볼 수 있도록 영문 잡지에 게재한다는 것은 해외투자를 유치하려는 그런 의도가 있겠지요. 김정은 총비서가 신의주 개발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틀림없이 여기를 특구로 개발해서 외국 투자를 유치하자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 기자 > 그렇지만 대북제재로 해외 투자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북한의 의도대로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군요.

문성희 네, 북한이 외자를 유치하려고 해도 국제제재가 있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이렇게 투자금 회수에 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투자를 하려는 외국 기업이나 개인, 나라는 많지 않지요. 과거에는 재일동포들이 합영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었지만 그 당시는 대북 제재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재일동포들이 북한에 진출하려고 해도 일본 국내법에 걸리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해외투자를 유치하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하루 빨리 해제돼야 하는데 그게 당장은 어려우니까 북한으로서도 어찌 해야 할 지 막막하겠지요.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니까 북한에 대한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실행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 기자 > 결국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이 다시 시도된다면 결국 성공 관건은 중국의 태도라는 말씀이신데, 어떻습니까? 중국이 이번에는 적극 지원할 걸로 보시는지요?

문성희 지금 정세로 보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 대립하고 있고, 중국도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 보도만 봐도 러시아, 중국, 북한을 '권위주의국가'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유럽 나라들을 '자유주의국가' 라고 하면서 대립 관계에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도가 계속된다면 중국은 북한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동북 3성을 현대적으로 개발하자는 중국 정부의 노선과 맞으면 신의주 개발에도 북한과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중국은 북한과 이해 관계가 맞으면 협력에 나서겠지요.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앞으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