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기자 > 평양 보통강에 새 유람선이 운항중이라고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올 4월부터 운항중이라는 건데요, 문성희 박사님, 평양에 계실 때 유람선도 타 보셨을 텐데요, 어떻던가요?

문성희 네, 북한에서 몇 차례 유람선을 타 보았는데 가장 인상에 남아있는 것은 2011년 여름에 안내원, 운전기사와 함께 대동강에 정박한 유람선에 탄 경험입니다. 제가 탔을 때는 유람선이라고 해도 배가 운항은 안 하고 정박해 있었고 배 안에 식당이 있는데 거기서 식사를 했어요. 또 식사라고 해도 평양여관에서 마련해준 도시락을 가져가서 먹었기 때문에 배 안에서는 맥주와 콩, 탈피(명태 마른 것)와 같은 안주만을 주문했어요. 북한 식당은 거의 술이나 안주같은 것은 개인이 가져가도 괜찮습니다. 안내원은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제가 숙박하는 여관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도록 배려해줬습니다. 유람선은 탔지만 배가 안 움직였기때문에 뱃놀이의 기분을 맛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당시 대동강에서 탄 유람선은 최근에 공개된 평양 보통강 유람선에 비해 매우 컸어요. 아시는 것처럼 대동강 폭은 보통강에 비할 바 없이 넓지요. 대동강에서 가동하던 유람선의 배 맨 앞에는 용의 얼굴 모형이 붙어있었습니다. 북한의 현지 관광객들도 매우 많았습니다. 그날이 일요일이니까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는데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김정은 정권 시기부터 이런 유람선을 이용한 뱃놀이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 시기부터 일정하게 주민들을 위한 오락 시설이 도입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김정은 정권 들어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등이 생기고 온천들도 현대적으로 꾸려지기는 했지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놀이기구 등이 많이 있는 개선청년공원도 김정은 총비서의 발상으로 만들어졌다고는 들었지만. 그래도 유람선은 김정은 총비서의 발상은 아니에요. 뱃놀이 정도야 김일성 정권 시기부터 즐기는 사람은 즐기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기자> 밤에 야경을 감상하려는 관광객이 많다고 평양타임스는 보도하고 있는데요, 비용이 꽤 들듯 한데요, 어떤 사람들이 찾던가요?
문성희 2011년에 유람선을 탔을 때 꽤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즐기고 있었지만 별도로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중산층이 아니면 유람선은 못 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저도 2011년에 유람선 탔을 때 별도로 유람선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맥주와 안주 값만 냈어요. 그게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었다고 기억을 합니다. 소주는 안내원이 가지고 들어갔으니까요.
이건 추측이지만 유람선 타는 비용은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놀이장을 이용하는 비용은 그렇게 많이 안 들 것이고 또 북한이 사회주의나라이기 때문에 직장에서 집단으로 초대를 하거나 하는 그런 것도 있다고 봅니다. 그럴 경우 국가에서 비용은 부담해준다고 생각해요.
< 기자 > 젋은층에 꽤 인기가 있다면서요?
문성희 그거야 어느 나라든 뭔가 새로운 것은 젊은층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지 않겠습니까? 북한도 그 측면에서는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언급한 개선청년공원이라는 오락시설에 갔을 때도 손님들을 보면 거의 다 젊은층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그런 놀이기구를 즐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젊은이들은 거기서 정말 즐기고 있었어요. 갖가지 놀이기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 안내원한테 듣기에는 밤 세우고 놀다가 새벽에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어요. 그들을 위해 야간버스가 운행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북한에서도 젊은층이 놀이를 좋아합니다. 북한 젊은층이 매일 당의 노선 공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본 일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일반 주민들은 인터넷에는 접속하지 못하고 북한 국내에서만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 어느 해였던가 채팅이 많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물론 젊은층이 중심이었지요.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거기에 많은 대학생들이 빠져서 공부를 안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그래서 당국에서 채팅을 금지했다는 이야기를 2011년에 들었어요. 지금은 스마트폰도 북한에서 어느 정도 보급이 되었고 이런 채팅이 다시 부활됐을지도 몰라요. 북한 젊은층도 다른 세계 여러나라 젊은들과 다르지 않은 듯해요,
< 기자 > 마식령 스키장도 그렇고 비싼 놀이시설을 건설한 배경에 시장화를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 부자들의 돈을 국가가 흡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군요.
문성희 맞는 지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북한 신흥 부자들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쓸 만한 곳이 없지요. 제가 듣기에는 아침 식사부터 택배를 시키는 그런 부자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국가에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 장삿꾼들만이 돈을 벌게 되지요. 2009년 화폐교환 때도 주된 목적은 이런 북한의 신흥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국가에서 회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신흥부자들이야 저축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기가 소유하는 돈을 쓸 때가 있으면 쓰고 싶겠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놀이 같은 것을 경험하는 것도 북한의 부자들이 즐기는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가정에서는 자본주의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물론 거기에는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들도 포함되겠지요. 그런 사람들에게서 당국이 자연스럽게 돈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이런 오락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 기자 > 그런데 한편으론 북한이 올 해 벌써부터 식량 부족으로 인도, 즉 인디아 등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위락시설을 늘리는게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문성희 네, 기자님 지적대로 그런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인민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식량 부족으로 고생을 하는 그런 상황을 빨리 해결해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오락시설을 공짜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적인 부담도 클 것인데 그런 돈을 식량 해결에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란 말입니다. 여기다 이렇게 인민들이 고생을 하는데 자꾸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는가, 뭐 그런 생각도 들어요.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포기하면 주민들이 잘 살게 되는 것이라고 궁국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보통강 유람선은 그렇게 돈을 안 들이고도 운항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있던 배를 약간 개조해서 운항하고 있을 수도 있지요. 그렇게 해서 신흥 부자들로부터 돈을 흡수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리고 지금은 국경봉쇄를 하고 있고 제재 때문에 외국에서 사람들이 잘 안 들어오지만 북한 당국이 이런 오락시설을 많이 건설하는 목적은 외국인들이 관광으로 와서 북한에 외화를 떨구어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지요.
<기자>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