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중산층도 “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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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9월7~8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따른 구체적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2025년 말에는 2020년보다 국내총생산액은 1.4배 이상, 인민소비품 생산은 1.3배 이상 늘어야 한다는 건데요,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문 박사님, 목표 성장률이 꽤 높네요.

문성희 네, 저도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이렇게 높은 성장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북한이 현재 처한 국내외적 상황으로 볼 때 그렇게 높은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고영도자가 국회(의회)라는 공개석상에서 밝힌 것인 만큼 뭔가 근거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그 근거가 무엇인지 지금 시점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뒤 북한 경제가 성장한 것도 사실입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를 보면 국내총생산액은 계속 늘었고 2015년에 한 번내려갔지만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매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2018년까지는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 북한의 경제가 성장한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이 기업관리를 중심으로 경제개혁정책을 실시해서 그것이 효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땐 국경 봉쇄도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물자가 여러모로 들어오고 중국 등과 경제 교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률이 늘기는 커녕 축소돼 오지 않았나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4% 축소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엔 통계를 보면 명목 국내총생산액은 2018년이 174억 8천700만 달러, 2019년이 163억 3천100만 달러, 2020년이 158억 4천700만 달러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북한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무역 액수도 떨어지고 있고 국제 제재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2021년은 2020년보다 국내총생산액이 더 떨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평양에서 잘 사는 부류에 들어가는 사람들조차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그거야 그렇지요. 돈주들도 장사를 할 수 있어야 돈이 들어오는데 지금 그런 상황이 못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자신들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 도움도 줄 수 없을 것이고. 물론 김정은 총비서는 정권을 잡은 뒤에 경제성장률이 늘어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대담한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때와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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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역에서 행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Reuters

<기자> 말씀하신 대로 목표성장률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김 위원장이 이렇게 야심찬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을 다그치고 나선 배경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문성희 그거야 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김정은 총비서가 말하듯이 "우리앞에 조성된 경제적난관은 엄혹"합니다. 즉, 북한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최고영도자가 한다는 것은 지난 시기보다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여러 번 북한을 방문한 경험으로 봐서도 이제까지 북한이 경제적인 난관이 없었던 시기는 없습니다. 특히 1960년대 중반부터 경제와 국방을 병진하는 노선을 택했을 때부터 북한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그것이 개선되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가 시정연설에서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것은 결국 경제와 국방을 병진하는 노선을 버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국방비가 경제에 주는 영향은 계속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난관은 계속되겠지요. 그러나 이런 상황을 다 고려하면서도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당 대회에서 이미 2025년에는 경제가 좋아진다고 단언했고 그를 위한 경제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경제계획 달성률이 낮으면 그 동안 고생해온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김정은 총비서는 "5개년계획이 완수되면 나라의 경제전반이 장성궤도에 올라서게 될 것"이며 의식주문제 해결에서 변화가 일어난다고 공언했다고 봅니다. 이런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야심찬 경제 성장 목표를 제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바꿔 말한다면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 개선은 없다는 게 현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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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남도 태동군의 한 탁아소에서 어린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Reuters

<기자> 이렇게 경제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북한 당국은 여전히 자립경제로 제재를 끝까지 이겨낼 거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데요,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건설, 과연 가능할까요?

문성희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실제로 북한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북한이 위기 상황에 놓이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어쨌든 북한으로선 어려움을 극복해왔다는 것이겠지요. 최근 2년간은 국경을 봉쇄하면서 말그대로 자력갱생으로 이겨내야 했는데 그래도 지금 당장 북한이 국가 운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만 자력갱생이라는 것은 결국 북한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국가의 지시에 그렇게 반발을 하지 않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것에 익숙해 살아왔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자력갱생으로 지금까지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이번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을 보니까 그런 색깔이 과거보다 농후한 것 같습니다. ‘지금 어렵다고 핵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할 수 없다’는 결심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간단하지 않다고 보고 핵 개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경제 문제를 개혁, 개방으로 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력갱생 말고는 다른 방안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은 말로는 자립을 강조하면서도 해외 쌀지원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의 올 해 식량상황, 얼마나 심각한 걸로 보시는지요?

문성희 아까도 조금 얘기했는데 현장에서는 많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인도(인디아)나 베트남(윁남) 등에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수로 농작물 피해가 심하다고 설명한 것 같은데, 그런 가능성은 충분히 있겠지요. 중국이나 러시아에 부탁을 하려고 해도 둘 다 국내사정도 있고 하기에 인도나 베트남 등에 요청을 한 것이 아닌가요. 하지만 김정남 암살 뒤 말레이시아와는 단교를 했고 동남아시아와 관계도 미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줄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고 국제기구에 기댄다고 해도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재일동포들이야 마음은 있어도 간단하게 지원을 못하는 상황이고. 그런데 지금은 재일동포들도 북한을 오가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정보가 안 들어옵니다. 그러니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