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주들도 한계상황…내년 더 악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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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올 해 경제적 어려움 속에 식량난을 맞닥뜨리면서 그 동안 비교적 잘 살았던 중산층과 일부 돈주들까지 외부에 재정적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경제활동 위축, 국내 생산과 소비 장려로 인한 이윤 감소, 외화 수입원 차단 등으로 북한의 신흥부자들인 돈주까지 어려움에 처했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했는데요.

박수영 기자가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로부터 북한 고위층들이 마주한 경제난과 향후 전망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각각 따로 진행했습니다.)

경제는 위축되는데 북한 당국은 돈 걷어가는 ‘아이러니’

<기자>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려워진 것은 명백했으나 최근에는 북한 상류층의 생활까지 힘들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먼저, 북한 돈주들까지도 외부에 손을 벌리는 상황에 놓인 원인은 뭐라고 분석하시는지요?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임을출]일단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북한의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었죠. 자력갱생과 계획경제 복원 방향으로 가다 보니까 이전에 돈주들이 자율적으로 사업(비즈니스)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지금 거의 없어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돈주들은 자율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에 종사해야만 더 많은 소득을 만들어낼 수가 있는데 지금은 외화를 포함해 모든 자원을 중앙정부에 집중시켜야 하는 상황이에요. 돈주들이 움직일 수 있는 비즈니스 공간이 많이 축소됐고, 국경 봉쇄 상황이 3년째, 내년이면 4년째에 접어드는데 이 상황이 장기화하다 보니까 돈주들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동안 모아놓은 외화나 자본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고 이게 3년째 되다 보니까 돈주들의 어려움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와 있는 거죠.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

[권태진]돈주는 직접 경제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돈을 빌려주는 즉, 자금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경제활동 위축으로 일반적인 자금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돈주로부터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이 돈을 빌리는 대신 이자를 내게 되니까 결국은 이자 수입이 감소하지 않겠습니까? 큰 돈주들은 이미 축적된 재산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작은 돈주들은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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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1일부터 3월 11일 (아래쪽)과 9월 2일부터 10월 7일까지 북한 시장 물가 정보. 북한 원화대비 달러값이 큰 폭 상승했다. /아시아프레스 제공

장기간 북·중 교역 중단에 외화 수입 ‘뚝’…교역 재개에도 돈주들 회복은 ‘글쎄’

<기자> 올해 북한 원화대비 위안화와 달러가 꾸준히 상승세입니다. 이것도 북한 부유층들이 외화를 보내달라고 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올해 외화가 계속 상승하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이렇게 원화 대비 외화값이 상승할 경우 북한 돈주들은 어떤 경제적 타격을 입는지요?

[임을출]합리적인 추측을 해보면 일단 외화 공급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외화값 특히 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는 거고요. 특히 국경 봉쇄 이후에는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졌잖아요. 밀수도 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까 외화의 가치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위안화의 가치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돈주들은 북한 원화보다는 외화를 더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더 이익을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어요. 왜냐하면 외화값이 더 올라가니까 자산 가치가 더 증가하는 측면도 있는데 문제는 뭔가 하면, 외화를 계속 보유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 외화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거죠.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는 거죠. 그러니까 외화를 많이 사용했을 거예요. 만약에 큰 돈주들이 외화를 계속 갖고 있다면 오히려 자산 가치가 늘어난 효과가 있는 거죠. 문제는 8차 당대회 이후에 외화를 포함한 모든 자원을 중앙정부에 집중시키는 정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돈주 입장에서도 외화를 사용하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고 또 필요하면 국가에 외화를 충성 자금으로 제공해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기자> 북·중 철도 무역이 재개됐습니다. 북·중 무역이 재개되면서 돈주들도 다시 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임을출]지금은 돈주 개인 무역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는 무역 중심으로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국가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돈주들은 이익을 볼 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의 돈주들은 제한적인 북·중 간의 화물 무역이 재개되더라도 당장은 큰 이익을 보기가 힘들 거예요. 그렇지만 북한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어서 북·중 간 화물 교역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활성화되면 민간 돈주들도 중국과의 교역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그때는 돈주들이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지금은 국가가 주도하는 무역 중심으로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돈주들은 당장은 북·중 교역이 재개돼도 어떤 자산 가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을 증대시킬 수 있는 환경은 아직 안 만들어졌다고 평가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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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visit the venue of Pyongyang Exhibition of Consumer Goods being held in Department Store No. 1 in Pyongyang on August 2, 2022. (Photo by KIM Won Jin / AFP) (KIM WON JIN/AFP)
지난 8월 2일 평양 제1백화점에서 열린 소비재 전시회에서 방문객들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AFP

돈주들 , 국내 생산량 감소에 협동농장에 빌려준 원금 못 받을 수도

<기자> 올해 모내기도 늦어지고 수해 피해까지 겹쳐서 생산량이 적어 올해 12월부터 내년까지 식량 사정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 있는데, 이처럼 국내 생산량이 적어지면 돈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나요?

[권태진]아무래도 영향을 미치겠죠. 돈주들은 시장에 참여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고, 식량을 생산하는 협동농장도 돈주로부터 자금을 빌립니다. 협동농장은 과거에는 반드시 국가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융자받아야 했는데 농장법이 바뀌면서 협동농장에서 돈주를 포함한 민간으로부터도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돼 있거든요. 그래서 협동농장에 국가가 모든 것을 다 공급해 주면 괜찮은데 특히 농자재들, 비료라든지 연료라든지 이런 것들이 국가가 충분하게 공급해 주지 않습니다. 협동농장에서 제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면 괜찮은데, 그렇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에 대개는 돈주로부터 자금을 융통합니다. 융통하고 일정한 이자를 내는데 가을에 수확하면 그 식량으로 이자를 내고 그다음에 원금도 갚아야 하죠. 대개 수확하고 나서 바로 갚으니까 바로 지금이 돈주로부터 빌린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할 시기인데 올해 작황이 그렇게 좋을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북한 당국은 국가 수매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 애를 쓰는 모습인데요. 정부는 국가 수매를 통해서 생산된 곡물 중 많은 부분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협동농장원들에게 분배하고, 또 일부는 내년 농사를 위해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돈주에게 빌린 돈을 다 갚을 수 있겠는지 굉장히 의문시되거든요. 돈주에게 빌린 원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이자도 제대로 못 갚으면 돈주로서는 자금 순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죠. 자금이 순환돼야지 돈주에게 수입이 생기는데 지금은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격이죠.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게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서 돈주들에게는 굉장히 좋지 않은 영향이 돌아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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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Sunday, Sept. 23, 2012 photo, North Korean farmers work at Migok Cooperative Farm in Sariwon, North Hwanghae Province, North Korea. Farmers would be able to keep a bigger share of their crops under proposed changes aiming to boost production by North Korea's collective farms, which have chronically struggled to provide enough food for the country's 24 million people. The signs read "Fortune of holding great leader (Kim Il Sung) as father," left, and "Fortune of holding great general (Kim Jong Il) as father." (AP Photo/Vincent Yu) (Vincent Yu/AP)
2012년 9월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미곡 협동농장에서 북한 농부들이 일하고 있다. 뒤에 있는 표지판에는 "수령복", "장군복"이라고 적혀 있다. /AP

“북한 주민들의 고급식품 소비 줄어…곡물 소비는 제자리”

<기자> 말씀하신 대로 북한 내에서 농업, 농촌, 식량 문제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는 양상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 전과 후를 비교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권태진]과거 코로나 이전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식량이 연간 30만 톤 내지 40만 톤 정도가 됐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발생 후인 2020년도 이후에 보면 연간 중국에서 수입하는 곡물이 한 10만 톤 남짓 그다음에 2021년도는 1만 톤도 안 됐어요. 한 7천 톤 정도밖에 안 되고 또 중국 세관 총서에서 나온 올해 8월까지의 통계를 보면 한 5만 5천 톤 정도 수입한 걸로 돼 있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의 수입량하고 견주면 거의 반의반 정도 즉,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결국은 작황이 안 좋으니까 자체적으로 생산한 식량도 계속 공급량이 줄어들고 수입해서 공급해야 할 식량도 많이 줄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공급량 자체가 지금 굉장히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북한 당국이 아직은 뒷받침하고 있으니까 간부들 같은 사람들은 영향을 적게 받겠지만 대다수 주민은 굉장히 충격을 많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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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Sunday Oct. 9, 2011 photo, a North Korean man drinks domestically-brewed beer at a bar inside a department store in Pyongyang, North Korea. (AP Photo/David Guttenfelder) (David Guttenfelder/ASSOCIATED PRESS)
2011년 10월 한 북한 남성이 북한 평양 백화점 안 술집에서 국산 맥주를 마시고 있다. /AP

또 주민들이 소비하는 식품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 곡물 소비는 많이 안 줄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루 활동에 필요한 칼로리를 확보하는 데 가장 싼 값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게 곡물이기 때문입니다. 곡물이라고 하면 주로 쌀이나 옥수수가 되겠죠. 이 소비는 그렇게 많이 줄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결국 사 먹을 돈이 없으니까 고기 소비도 많이 줄었고 또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식용유라든지 설탕이라든지 등등 이런 소위 주민들이 생각하는 고급 소비는 굉장히 많이 줄었습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정상 범위의 식품을 섭취한다고 하는 그룹이 한 20~30%는 됐는데 지금은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모든 주민이 식품 섭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로 파악이 되거든요. 그래서 공급 측면 또 수요 측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어려움이 점점 가중되고 있는 것이 코로나 전후의 아주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죠.

<기자>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와 권태진 GS&J 북한 동북아연구원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