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명품 사랑…‘짝퉁’ 롤렉스 찬 당 간부도”

평양 대성백화점에서 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오메가 시계를 판매 중이다.
평양 대성백화점에서 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오메가 시계를 판매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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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의유명백화점에서해외명품들의디자인을도용한‘짝퉁’제품들이팔리고있는것으로확인됐습니다. 최근 (10월9일) 촬영된평양제1백화점내부모습이담긴영상물을통해서인데요, 문성희박사님, 해당영상을보셨을텐데요, 북한의대외선전매체가올린영상에외국명품을베낀제품이버젓이평양의백화점에서진열돼판매되고있는모습인데요.

문성희 :네, 영상 보았어요. 뭐 외국의 명품백화점이나 아니면 면세점과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제가 우선 많이 놀란 것은 손님들이 많이 몰려오고 있었던 모습입니다. 그것도 여성들이 많았어요. 예전에는 여성들이라도 사회주의국가의 특성인지 패션에 그리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데 제가 2000년대 들어 북한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을 때는 여성들의 패션이 해마다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의 여배우 패션을 본 딴 것으로 보이는 그런 옷을 입고 구두를 신는 젊은 북한 여성들도 자주 보았습니다. 옛날에는 좀 촌스러웠다고 할까, 그런 여성들도 적지 않았던데 2000년대에는 정말 세련된 여성들이 많아졌어요. 그것도 바지를 입은 사람, 치마를 입은 사람 등등 자기 개성에 따라 옷차림이 다양한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북한 남성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모두 같은 옷을 입는데 반해 여성들은 정말 패션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1996년에 평양특파원으로 북한에 체류하고 있었을 때의 일인데 지방에 있는 친척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젊은 여성 안내원과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바지에 셔츠, 후두코트를 입고 배낭을 메는 그런 모습이었고 저와 함께 간 여성 안내원은 샤넬 스타일 슈트를 입고 긴 머리에 트렁크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손에 가진 백도 어디 명품 같기도 했거요. 제가 지방에서 돌아와서 평양역에 도착하니까 그 여성은 저를 뒤로하고 먼저 개찰구를 나가는거에요. 그랬더니 저는 개찰구에서 역 직원에 붙잡혔어요. "공민증 내라"고 하는거에요. 제가 아무리 재일동포라고 말해도 믿지를 않는거에요. 좀 있다가 제가 안 보이는 것을 알아차린 안내원이 달려와서 설명을 해주었기에 저는 무사히 놓여나게 되었지만 당시 그 안내원은 간부 자녀였던지 1996년에 벌써 그렇게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은전시품들이자체기술과역량으로만들었다며소비품의질이개선됐다고자랑하고있는데요, 결국품질개선을위해외국명품의디자인을도용한걸로봐야할까요?

문성희 :소비품의 질과 디자인은 직접적으로는 관련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2012년에 북한에 체류할 때 평양제1백화점은 아니지만 광복거리에 있는 슈퍼에서 스포츠웨어를 사서 잠옷으로 해서 입고 있었는데 별로 질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성'이라는 상표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품질 개선을 위해 외국의 명품의 디자인을 도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산 스포츠웨어는 촌스럽다고 할까 세련된 디자인은 아니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품질 개선보다 디자인 그 자체를 본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북한 여성들의 패션 유행은 틀림없이 한국을 본 따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정보도 있겠지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한국 패션 잡지에 나온 스타일로 웨딩 드레스를 만드는 북한 가게가 나오는데 이건 신빙성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한 북한 사람도 집에서 주문을 받으면서 저고리를 만들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몰래 주문받아 옷을 만들어 파는 그런 가게는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와중에 명품 디자인을 그대로 본 딴 디자인이 나온다는 것은 어느 측면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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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 평양 제1백화점에서 열린 소비재 전시회에서 방문객들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AFP

<기자> 그런데한편으론북한국내소비자들을대상으로명품디자인을도용한가방을만들었다는건북한주민들도이런해외명품을잘알고있고수요도있다는걸로도해석할수있을듯한데요.

문성희 :모든 북한 주민들이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외에 나간 경험이 있거나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명품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명품을 파는 상점도 있습니다. 반면 2003년에 평양특파원으로 있을 때 만난 한 간부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었지만 '짝퉁'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장마당 등에서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성들 중에는 이런 가짜 명품 시계를 차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롤렉스 시계의 가치를 알고 그런 시계를 차고 있었던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그리고 제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거기 의사가 저의 시계를 보고 "이런 시계를 구하고 싶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비싼 시계는 아니지만 역시 명품 시계였어요. 명품이니까 얻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디자인이 좋아서 얻고 싶었던지 그건 알 수가 없지만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당 간부들은 오히려 그런 것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선물로 파카 원주필(볼펜)을 가져갔는데 잘 모르더군요. 그러니까 고위급 사람들이 반드시 명품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귀국자들은 재일동포들을 통해서 명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에요.

<기자> 문박사님이북한을오갈때도북한백화점에서이런외국명품을베낀‘짝퉁’이팔리고있던가요?

문성희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고급 상품만 파는 상점은 있었습니다. 거기서 팔던 명품은 수입을 한 진짜 명품이었습니다. 아마도 가짜 상품이 있다면 장마당이었을 것입니다. 통일거리시장에서 SD카드를 구한 적이 있습니다만 파나소닉이었는데 이건 중국에서 만들고 있는 진품이었습니다. 제가 평양에 체류할 때 평양제1백화점에도 갔지만 가짜 명품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신발코너에는 외국제도 있었지만 외국제는 비싼 가격이 붙어있었습니다. 일일이 확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가짜 명품이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상품전시회를 하지 않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과거에는 '하여튼 쓸 수 있다면 아무거나 괜찮다, 명품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생활의 질도 많이 달라졌고 정보도 적지 않게 들어오기 때문에 디자인도 보면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세련된 디자인이 필요하고 북한 사람들 발상만으로는 좋은 디자인을 생각할 수 없을 때에는 명품을 본 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디자인만 본 따면 좋은데 로고까지 모두 본 따게 되니까 짝퉁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샤넬 제품을 북한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일반 사람들은 명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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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린 무역박람회에서 북한 주민들이 의약품을 살펴보고 있다. / AP

<기자> 북한은김정은체제들어소비품품질개선에부쩍신경쓰고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북한이자랑한이번영상을통해드러난인민소비품의품질, 어떤걸로평가하시겠습니까?

문성희 :질은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 제가 북한을 자주 오갈 때 본 북한 제품은 그렇게 질은 좋지 않았습니다. 디자인도 세련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영상에 나온 제품들을 보니까 질이 좋아졌다고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대동강과수농장이나 평양양말공장 등 외국제 기계가 도입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질도 좋았고 포장지 같은 것도 디자인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외국 사람들이 와서 교육을 하고 그런 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북한이 자체 생산한 제품들이 이렇게 질이 좋아진 것은 큰 진전이라고 봅니다. 그만큼 북한 사람들의 눈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