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법 개정을 통해 편의봉사, 즉 서비스업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구체화했습니다. 문 박사님, 먼저 북한에서 국가가 아닌 개인이 서비스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먼저 강조해두고 싶은 점은 법을 개정해서 서비스업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구체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에 관해 북한 당국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즉 서비스업 위반 행위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재 내용에 관해서는 앞으로 차차 공개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내용 자체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여러 부정행위에 관해서 엄격한 대처가 명기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질문하신 서비스업 운영 사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북한을 오갈 때, 특히 2011년 경에는 개인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적지 않게 들었습니다. 북한에서 유명한 한 음식점 경영자는 여성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는 정말 대규모 식당입니다. 결혼식도 할 수 있는 그런 크기의 방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전용 운전기사의 딸이 토끼요리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정말 잘 운영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한 번은 동명왕릉에 산책을 갔는데 운전기사가 자신의 딸이 가게에서 파는 토끼탕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토끼탕을 일본에서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실제로 장사가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이런 경험도 있었습니다. 안내원이 저를 포함한 재일동포에게 술 값을 대신 내 주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안내원에게 제가 술을 사 주는 경우는 있어도 안내원이 술값을 내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놀랐습니다. 듣고 보니 여동생이 미용원을 경영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북한에서는 미용원이라고 하면 창광원 형식의 종합적인 미용 서비스 업소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미용원, 이발소, 목욕탕이 모두 한 곳에 정비돼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곳을 경영하게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의 경제체제로 본다면 개인 장사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고 있는 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사기업이 인정됐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이런 가게 하나 꾸릴 수 있다면 생활은 안정이 되겠지요. 그러니까 북한에서도 서비스업이나 식당 등을 경영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는 개인 장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개인 서비스업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런 법 제정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의 개인 서비스업 인정이 시장경제 요소를 일부 공식 수용하는 움직임이었다면 이번 조치는 결국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지적인데요, 이 시점에 북한 당국이 서비스업 규제에 나선 배경, 그리고 이런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아까 실례를 몇 가지 들었는데 거기서도 알 수 있듯이 개인 서비스업은 실질적으로는 인정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국가에서는 개인장사가 어느 정도의 범위에 미칠지 통제하기가 어렵고 시장에서도 국가를 거치지 않고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 있는 지 알 수가 없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런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런 배경이 있기에 통제를 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거꾸로 말한다면 그만큼 북한 당국이 개인장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말씀하신대로 이번에 제재 조치를 취하는 큰 목적은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북한 당국이 서비스업 자체를 장악하려고 할 것이지요. 그러니까 모든 경영을 국가나 행정단위가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자기가 자금을 내서 운영하던 가게를 국가에 회수당하게 되는 그런 경우도 있었다고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지요. 언제 국가에 가게를 회수당할 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장사를 해야 하니까요.
또 하나는 그만큼 당국에 자금이 안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까 개인 장사꾼들이 버는 돈을 국가가 조금이라도 가져가기 위해서는 이런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세금을 징수하는 것인데 북한이 ‘세금이 없는 나라’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그러니까 세금으로 징수하는 방법도 어려운 것이겠지요.
<기자> 그런가 하면 북한 당국은 당 간부들에게 청렴결백한 생활을 주문하고 나섰는데요, 북한 내 간부들 사이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 행위가 만연한 듯합니다. 실제 북한에서 경험해 보시니까 어떻던가요?
문성희 :제가 평양특파원으로 있을 때 어떤 취재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술 이나 담배 등을 담당 당 일꾼한테 가져가서 부탁을 한 적은 있습니다. 그리고 담당 당 일꾼들은 지국에 자주 오는데 그때 맥주 등을 대접한 적은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은 그 정도입니다. 이런 정도야 사실 그다지 큰 뇌물에 들어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한 번 세관원에게 담배 한 박스를 주고 짐 검사를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었던 경우는 있었습니다. 별로 의식해서 한 일은 아니지만 혹시나 하면 현금이 아니더라도 담배 등을 가져가면 뒤를 보아줄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뒤를 보아주고 받는 담배가 뇌물로 좋은 점은 시장에서 되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사달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북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 대가로 자기가 저에게 뭔가 해준다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서 저 한테 사달라는 그런 정도였지요. 그러나 그렇게까지 해서 저 한테 돈을 쓰게 하는 그런 태도가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그 사람들도 자기 노임으로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이런 태도는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아도 생활해갈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성희 :네, 제 생각도 같습니다. 북한 일반 주민들은 이제까지도 열심히 절약을 해서 살아왔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사람을 그렇게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간부들이야 잘 모르겠고 이른바 돈주라고 하는 사람들이나 좀 돈을 가진 사람들은 절약도 하지 않고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일반 주민들은 정말 건국이래 허리를 펴고 산 적이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으로는 더 이상 일반 주민들에게 어떻게 절약을 강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2년에는 북한 주민들 안에서 '이렇게 어려운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되는가' 라는 하소연까지 들었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은 최근 들어 이 외에도 양곡과 의약품의 유통비리 척결을 주문하는 등 부쩍 법질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불만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문성희 : 2003년에 북한이 경제개혁정책을 실시한 뒤 시장에서 곡물을 팔수 있게 됐습니다. 곡물 공급이 없어지니까 많은 곡물이 시장에서 거래됐습니다. 농민들은 그 쪽이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좋았지요. 그러나 2005년에 양곡전매제라는 제도를 실시해서 곡물을 시장에서 못 팔게 했습니다. 국가가 곡물을 통제한 것이지요. 그렇게 됐다고 해서 쌀 가격이 당장 내려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장에서 곡물을 팔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책이 계속 왔다갔다하는 행태를 보인 거지요. 제 생각으로서는 양곡과 의약품 유통비리 척결을 위해 법질서 강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도 조만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그렇게 해서 엄격한 정책을 실시하다가 갑자이 유연한 정책으로 변경하고 다시 엄격한 정책으로 돌아간다는 움직임을 되풀이해왔습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