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 신병 모집에 여군 지원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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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군의 신병 모집 기간인 초모가 마무리된 가운데 올해는 고급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의 지원이 많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구 감소에 따라 부족한 군 병력을 채우기 위해 북한 당국이 여성들의 지원을 독려한 것도 있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후 취업이나 생활이 어려워져 차라리 ‘군대’를 택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입니다.

또 북한에서 여군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의 역할도 점점 확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요. 올해 여성의 입대 지원자가 늘어난 배경과 의미를 천소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인구 감소’, ‘생활고’ 등으로 여군 지원자 늘어

“코로나 이후 개인 경제 활동에 대한 통제 강화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차라리 자식을 군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한 고급중학교의 여자 졸업생 중 60% 정도가 군대에 간다는 학교도 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 함경북도와 양강도 등 북한 북부 지역의 취재협조자를 인용해 전한 내용입니다.

지난 3~4월, 북한 군의 신병 모집을 뜻하는 초모에서 여성의 입대가 많아졌는데, 과거에는 한 고급중학교에서 군대에 지원한 여학생은 전체 졸업생의 30%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60%에 달하는 학교도 있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의 설명입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지난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남성과 달리 여성의 입대는 지원제이며, 남성의 군복무 기간은 8년, 여성은 5년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여성의 경우 기업 또는 직장에 배치받아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입대를 자원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올해 3월 입대 조사를 하면서 나타났는데요. 양강도, 함경북도의 학교에서는 여자 졸업생 중에서 60% 정도가 군대에 간다는 학교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자발적으로 군대에 보내려고 하는 부모들이, 특히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많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군사 전문가인 김진무 전 한국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도 지난 13일 RFA에 점점 북한에서 여군에 대해서도 ‘징병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남성군 병력이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무] 과거에는 아주 소수 특혜를 받은 여성들만 군대에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이 끝나고 남자 병사가 부족하니까, 북한 병무청 같은 곳에서 학교마다 군대에 들어갈 병사들 인원을 할당하는데요. 남자 병사가 모자라는 만큼 여군을 학교마다 할당해 주는 겁니다. 그래서 지원제가 아니고 거의 징병제 비슷하게 돼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고난의 행군 때 태어났거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이들이 굉장히 감소했으니까, (병력) 약 100만 명을 채우기 위해서는 남자 병사가 상당히 부족할 것이다. 2014년 장교 출신의 탈북민을 인터뷰할 당시 (여성 병력이) 약 30~35%, (전체 병력의) 3분의 1 정도 되지 않겠냐고 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 당국에서는 여자 병력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10년 전부터 그런 경향이 많이 강해졌다고 봅니다. 여자 같은 경우는 전문학교에 진학하지 않으면 일단 자기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군대에 가서 여자 군관이 되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졸업하면 일반 사회 진출, 기업이나 직장에 배치받고 일을 하는 게 일반적인 진로였습니다. 하지만 전체 입대자 수가 많이 줄어들면서 남자의 복무 기간을 연장하고, 두 번째로 여자의 입대를 많이 추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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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orth Korean soldier stands guard next to women sweeping a wharf outside an army installation on the banks of the Yalu River near the North Korean town of Sinuiju opposite the Chinese border city of Dandong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 압록강 유역의 군부대 시설 밖에서 부두를 청소하는 여성들 옆으로 북한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다. / Reuters (David Gray/REUTERS)

여군 비중 늘면서 역할도 커져 … 남군 영역으로 확대

특히 올해 북한 군대에 지원한 여성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와 함께 극심한 생활고를 주된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의 개인 경제 활동을 통제하면서 살림살이가 더 나빠진 데다,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 뒤 일반 직장에 배치돼도 먹고살기가 여의치 않을 거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군대에서도 일반 병사에 대한 식량 공급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차라리 군대에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약 10년 동안 여군 장교로 복무한 탈북민 김단금( 비단금TV) 씨는 생활고가 군대를 지원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여성들의 입대를 독려하는 북한 당국의 방침이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성 병력의 감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여성 병력이 이를 대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단금] 생활적인 면이 어려우니까 군대에 가는 걸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선호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북한 중앙정부에서 여군에 대한 초모를 일정 부분 채우라는 지시가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 군대에서 여성의 비중이 커지면서 여군의 역할과 임무도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합니다.

[김진무] 여군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제한돼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포병, 대공 방어 체제는 다 여군입니다. 포병은 대부분 여자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여군들이 하는 보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남자 군인들이 했던 영역에 (여군이) 상당 부분 들어와 있다고 보는데, 남성 군인들을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필요에 의해 여기저기 넣을 수 있겠죠. 또 북한 돌격대에도 여자들도 많습니다. 또 여군들이 전투부대에도 갈 수 있고, 경제 지원을 나가는 부대에도 여군들이 많이 배치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당연히 여자와 남자의 체력 격차는 있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입대 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일반 건설이나 토목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는 여자들도 남자 못지않게 일하고 있고, 부대에서도 그렇게 시킵니다. 그런 식으로 남성 병력의 부족을 보충하려는 방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단금 씨도 여군이 증가한 만큼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커졌을 거라고 관측했습니다.

[김단금] 여군이 다룰 수 있는 것은 14.5mm 기관총이거든요. 기본적으로 37mm포 까지는 여성들이 다룰 수 있는 무게입니다. 포부대에 여군이 많습니다. 특수부대나 육군, 남자 부대들은 남자가 다룰 수 있는 무기가 있고, 또 여자가 다룰 수 있는 무기가 있습니다. 여군이 증가하게 되면, 그만큼 포부대를 늘린다는 거거든요.

이처럼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 등으로 북한에서 여성의 입대 지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여군들이 최소 5년의 군복무 기간 열악한 환경에서 영양실조와 각종 여성질환과 성폭력 등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입대 이후 결혼과 출산 적령기에 군복무를 하는 여성이 늘어날수록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사회적 부작용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