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월북 주한미군 젠킨스 , 과거 북 영화 속 단골 미군역
<기자>최근 유창한 영국식 영어로 북한을 소개하는 어린이 유튜버 ('Sary Voline [송아 SongA Vlog]')가 등장해 화제였습니다. 앞서 RFA에서 입수한 국제 영어능력 평가시험인 '토플(TOEFL)의 북한 평균 점수는 85점으로 86점인 한국과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요. 북한에서 이처럼 높은 영어 교육 수준을 유지하는 비결은 뭐라고 봐야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배제된 국가라서 외국인과 교류하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예전에 북한이 제작한 영화 안에서는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복무중 북한으로 망명한 뒤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결혼한 찰스 젠킨스 씨가 미군 병사 역할로 반복해서 출연했다고 합니다. 그건 그러니까 북한에 살고 있는 미국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망명한 미국인을 그렇게 자주 영화에 출연시켰다는 말인데요. 북한의 학교 교육에서도 외국어를 배우는 시간이 있기는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외국어를 공부하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한편 외교관이나 외화를 벌 수 있는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전적인 어학능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사람들은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결혼하고 싶은 상대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조선노동당 간부들이 결혼상대로 인기였지만 현재는 외화를 벌 수 있는 사람들의 인기가 높다는 말입니다. 이런 직업을 가지기 위해선 어학 능력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한국같이 누구나 간단하게 토플 시험에 응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실력이 있는 사람들만 토플 시험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평균점수도 상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선희 북 외무상 , 평양외대 졸업 뒤 몰타서 '특혜' 유학
<기자> 말씀하신대로 북한에서 외국어 교육을 접하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듯 한데요. 그럼 이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건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 일단 엘리트들, 예를 들면 북한 외무성에서 일하는 외교관들 중 많은 사람들이 평양 외국어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최선희 외무상이나 리용호 전 외무상, 송일호 조일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 등이 이 대학 졸업생입니다. 평양 외국어대학교는 1949년 설립됐습니다.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을 공부할 수 있는 학부와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17개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민족 어학부가 있다고 합니다. 이 학교는 5년제지만 역시 실질적인 어학능력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3-4년 정도는 해외에서 유학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북한은 항상 외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은 아프리카 등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고 생활비도 비싸지 않은 나라에서 유학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최선희 외무상은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나 허담 외무상과 사이가 좋고 자신도 제영 최영림 총리가 아버지였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지중해에 있는 몰타에서 유학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북 주민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어는 중국어
<기자> 일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외국어는 어떤 건지도 궁금해지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 지금 북한 주민들은 가장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외국어는 중국어입니다. 제가 아는 전문가들이 수년 전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평양에서 판문점으로 가는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렸다고 합니다. 그 때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휴게소에 있었고 인삼이나 북한 과자, 음료들을 구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 휴게소 판매원들은 다 젊은 여성들이었는데 모두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여러 가지 중국 제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식료품은 물론 세탁기같은 가전 제품, 공업제품까지 거의 대부분이 중국 제품입니다. 사용 설명서도 다 중국말이라서, 북한에서는 거의 한자는 쓰지 않기 때문에, 중국말을 배우지 않으면 중국 제품도 잘 쓰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주민들의 입장에선 다른 외국어는 외화를 벌기 위한 수단이지만 중국어는 외화를 벌기 위한 수단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언어라고 합니다. 일반 주민들은 전문기관에서 어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주로 중국 화교나 조선족,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비공식적으로 교습을 받거나 아니면 작은 학원이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공부하면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북 주민들 사이서 오락 수단으로 영어 매력 여전
<기자> 북한에는 중국어로 된 설명서가 많다고 하셨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제2외국어는 영어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세계 대부분의 제품 설명서는 영어로 쓰여진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반미 국가인 북한은 미국식 영어에 반감이 심하지 않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 학교에서는 영어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국제 표준말로서 영어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다만 엘리트들이라고 해도 영어를 쓸수 있는 기회가 한정돼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영국에도 북한 대사관도 있고 미국하고도 몇 차례나 외교 협상을 한 바도 있었습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외국어의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은 외화를 벌기 위한 수단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어 사용권에서 최근에 제재나 감시도 심하고 외화를 벌기 위한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외무성 내에서도 미주국은 인기가 많지 않은 그런 부서라고 저는 들은 바가 있습니다. 한편 일반 시민들은 그래도 오락 수단으로 영어의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밀리에 구한 헐리우드 영화나 미국의 음악을 즐기는 그런 사이에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북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자> 현재 영어에 대한 인기와는 달리, 1950년대 6·25전쟁 당시 북한은 영어 교육을 완전히 금지시키기도 했는데요. 과거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던 언어는 어떤 것이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당시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언어는 러시아어입니다. 한국전쟁 후 구 소련 국가나 동유럽 나라들과 협력하면서 평양등 북한 내 도시들을 재건했습니다. 발전소나 제철소 등 기반시설 건설도 구 소련이 많이 협력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반시설을 정비하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어 구사자가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구 소련의 과학아카데미나 군사아카데미에 수많은 유학생을 보냈습니다. 다만 1991년 12월에 소련이 붕괴되고 북한하고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러시아어의 필요성도 함께 떨어졌습니다. 그 때 북한에서는 일시적으로 일본어의 인기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건 1990년에 일본 가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 일행이 북한을 방문해 북일 국교정상화 추진을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재일교포 귀국자에게서 일본어를 공부하는 북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한 뒤 북일 관계가 너무 악화됐습니다. 일본도 2006년부터 북한하고 사이에 무역을 거의 금지했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이 매우 줄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