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잇단 도발 속 미국의 인권문제 제기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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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올 들어 잇단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를 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외교 우선에서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는 미국의 북한인권특사 전격 임명과 북한인권문제 전면 제기 가능성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잇단 도발 속 미국의 대북 인권 정책 변화 가능성을 천소람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연합뉴스 TV]탄도비사일을 발사한지 사흘 만에 또다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새해 들어 벌써 7번째 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제 2의 고난의 행군’ 가능성을 언급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려온 북한. 하지만 북한 당국의 선택은 경제회복 방안과는 거리가 먼 미사일 발사였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지현아 작가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이야기하며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나선 북한 당국의 모순을 꼬집었습니다.

[지현아]고난의 행군이라는 건 북한 주민들에게 굉장히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이런 부분도 인권 박해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고난의 행군을 언급 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거죠.

바이든 대통령 취임 1년… 북한인권문제, 실질적 성과 없어

지 작가는 이런 북한 당국의 비정상적 행태는 결국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지현아]북한인권 실태는 나아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압박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인권문제를 고리로 북한을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조한범]외교에 방점을 둔 대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북미간 직접적인 접촉이나 성과는 없었습니다. 1년을 일종의 '탐색전'으로 보냈다고 볼 수 있어요. 인권을 강조했지만 북한 인권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며 압박을 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앞서 지난 해 12월,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북한인사 일부와 기관, 그리고 북한 건설 노동자들에게 학생비자를 내준 러시아 대학 등에 대북 경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제재가 미국의 사실상 유일한 압박행보 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조한범]북한에 대한 압박보다는 대화 재개에 주력했기 때문에 일부 대북제재가 단독 추가된 건 있지만 본격적으로 북한을 압박 하진 않았습니다. 이 상황을 이용해 북한은 핵실험과 ICBM발사는 안 했지만 단거리 발사체와 핵물질 생산을 증대시킴으로써 핵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 해왔습니다.

그는 인권과 북한 핵 문제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한범] 지난 1년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까지는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 시즌2'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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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President Joe Biden speaks about U.S. Special Forces operation in Northern Syria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2월 3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실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SARAH SILBIGER/REUTERS)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금이 미국 역사상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2일) RFA에 말했습니다.

코로나비루스 확산, 백신(왁찐)접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홍콩과 중국의 인권 탄압,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란의 핵문제 등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맞닥뜨렸다는 겁니다.

그는 다만 이러한 국내외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문제는 여전히 미국의 중요한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라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적극 참여한 점을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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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th Session of the U.N. General Assembly in New York City 엘만평화기구의 일와드 엘만 대표가2021년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POOL/REUTERS)

하지만 킹 전 특사는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재개와 북한인권특사 임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의원도 (3일) 2017년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는 북한인권특사 임명이 지체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체되는 임명이 인권을 위해 싸우는 노력을 약화시킨다는 겁니다. 그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이 지났지만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말’보다는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특사 임명을 촉구했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하게 바뀌는 과정에서 북한인권특사를 전격 임명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조한범]만일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대미압박에 대응해 강경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권특사를 임명한다하면 그 경우는 북한인권문제 부각(을 목적으로) 인권특사 임명이 연결이 될 수 있겠죠. 그러나 아직은 사실 바이든 정부가 상황을 파악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인권특사 문제가 당장의 시급한 문제는 아닙니다만 너무 오랫동안 공석으로 있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도 부담을 느낄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인권이 대북 외교정책의 중심에 있다면서도 북한인권특사 임명 가능성과 관련해선 여전히 말을 아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2일) RFA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포함한 외교 정책의 중심에 인권을 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인권특사 임명과 관련해 지금은 공식적으로 발표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에 관해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고 있고, 미국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국제 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북한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북한의 학대와 침해를 강조하고,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조되는 대미압박에 갈림길 놓인 바이든 행정부

[북한 관영매체]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에 실제적인 행동에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냈습니다.

올 해 들어 대미 강경노선을 강화하고, 그동안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 등을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이겠다고 선언한 북한.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며 전면 압박을 강화할지 혹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지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진단합니다.

[조한범]이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강경책을 꺼낸다고 하면 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거나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정책으로 전환할 거고요.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대미 강경책 앞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느냐,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느냐 하는 두가지 선택지에 놓여있다고 봐야겠죠.

영 김 의원은 북한이 “올해 1월에만 벌써 7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했다”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어,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논의와 협력도 하지 않으려는 북한의 태도에 미국은 “양보가 아닌 강직함, 그리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그는, “인권 지지와 함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모두를 약속하는 것이 대북 전략의 핵심 우선순위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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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좌) 미국 대통령과 안토니 블링컨 (우) 미 국무장관이 2021년 11월 1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하고있다.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에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AP (Susan Walsh/AP)

북한 인권 문제는 핵문제와 별개로 봐야

다만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인권문제 제기는 인권이 북한의 도발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권은경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권은경]북한의 안보위협 문제가 부각되면 미국이 전반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 촉각을 세우게 되고, 이에 따라 인권문제 정면 제기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닐텐데요. 하지만 인권이라는 안건이 무력도발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나 억제하기 위한 변수로 이용 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습니다.

무력도발을 하지 않으면 인권 문제를 외면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 당국에게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인권문제는 인류보편의 가치이기에 북한의 전략 변화와는 관계없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북한을 포함한 모든 인권문제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없이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과 관계없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계속 될 필요가 있습니다. 보편가치 추구 차원이여야 하지, 비핵화 협상 혹은 전략적인 판단으로 인해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과 별도로 인권문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뿐만이 아닌, 일반 주민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도 광범위한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는 북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은경 대표는 촉구했습니다.

[권은경]일반 주민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도 잔인하고 체계적인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반 인도 범죄에 해당되는데요. 이러한 문제들은 인류존엄성과 인간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로 안보문제를 다루는 전략과는 별개로 해결과 개선을 위해 항시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인권유린이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국제사회가 어떻게 접근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