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지난 1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전력 공업 부문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생산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확보된 발전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고, 현재 진행 중인 발전소 건설을 잘 진행하는 것과 함께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 조∙수력 발전소까지 운영하게 되면 우리는 얼마든지 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는데요. 특히 김 총비서가 원자력발전소를 언급한 점에 눈길이 갑니다. 그가 말한 원자력발전소가 실현 가능한 사안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연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새로운 냉전 시대를 맞아 북한도 새로운 독재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는 새로운 냉전 시대 분위기 아래 북한을 고난의 행군 시대 이전의 1990년대 수준으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을 직접 하면 북한 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몇 가지 주제를 언급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하나는 전력 사정의 개선입니다. 아시다시피, 겨울에 수력발전소가 멈추면 북한에서는 하루에 몇 시간 밖에 전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 총비서는 국내 전력 사정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비추면서, 이를 위한 수단으로 원자력 발전소와 조력 발전소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언급은 민생을 위한 전력 사정의 개선보다는 핵 개발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RFA 보도에 따르면, 북한 영변에서 경수로가 시험 가동되는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북한이 지은 경수로가 국내 수요에 맞춰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건설됐는지를 고려해보면,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 미국의 핵 전문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을 취재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에 따르면, 경수로의 열 이용 설비 용량은 약 100메가와트급으로 그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규모가 작다고 합니다. 한편, 경수로는 핵무기에 사용할 수 없는 플루토늄 -240이 많이 발생되기 때문에 핵무기용 플루토늄 -239 생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올브라이트 박사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1980년대에 이미 경수로에서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올브라이트 박사는 플루토늄형 원폭이 우라늄형 원폭보다 핵무기 소형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 핵무기 소형화를 목적으로 경수로 개발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은 새로운 전력 공급을 위한 케이블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가 원자력 발전소를 언급한 것은 실현 불가능한 허위 사실로써 주민들을 현혹하는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편,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경제 부문들이 제각기 본위주의를 추구하며 정부의 행정 지시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국가 경제 사업에서 불균형과 무질서를 조성했던 때는 지났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그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과거에 도입했던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 제도의 폐지를 시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새 냉전시대'를 맞아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무조건적인 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올해 기계 공장 정비를 많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러시아로부터의 지원을 확신하는 바탕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공장과 발전소 등 기반 시설의 대부분은 구소련으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 북한은 정치적 안정이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위협할 수 있는 시장 경제를 폐지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북한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를 크게 제한하고, 국가가 통제하는 양곡판매소나 백화점 이용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주민들의 전자카드 사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경제를 관리하려는 의도의 하나로 보입니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면 정치적 안정은 확보할 수 있겠지만, 경제 발전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 발전을 희생하더라도 정치적 안정을 우선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기 전인 1990년대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김 총비서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는 백두혈통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고난의 행군 이후에 생겨난 돈주들마저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또 김 총비서는 지방 경제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현 시기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지방 경제가 초보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한심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과 정부가 더 이상 미루자는 식의 태도를 취할 어떠한 명분도, 권리도 없다"고 강조하며 분발을 촉구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이 발언은 전혀 지방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김 총비서와 그의 딸 김주애는 지난 7일 새로 완공된 닭공장을 시찰했습니다. 북한 언론은 대량으로 생산된 계란의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이는 시민들에게 생활이 개선됐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북한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계란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없습니다. 이는 닭의 수가 충분치 않은 것뿐 아니라, 생산된 계란을 신선한 상태로 여러 장소로 운반할 수 있는 콜드체인, 즉 냉장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계란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이에 필요한 콜드체인을 갖추는 데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방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겠다는 이야기는 북한의 행정권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북중 국경 지역에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북중 국경에 인접한 양강도 등의 지역에서는 한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는 이러한 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김정은 총비서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남 기구 폐지를 공식화하는가 하면, 헌법을 개정해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러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것처럼, 먼저 올 가을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는 전제 하에 한국의 영향력을 사전에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북한과 다른 나라임으로 북한 핵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를 주장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목적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내부에 쌓인 한국 문화라는 '독'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것입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 생존을 위해 한국으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생존은 가능했지만, 그 사이 북한 세대 간에 깊은 단절이 발생했습니다. 지난주 저는 과거 북한 외교관이었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는데, 북한에서는 30대 이하와 30대 이상 부모 세대 간의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30대 이하는 고난의 행군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국가의 은혜'를 전혀 모르고 자신의 힘으로만 살아왔다는 겁니다. 동시에 이들은 한국 문화에 익숙하고, 한국의 옷차림이나 말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 총비서는 새로운 냉전 시대가 시작됐다는 국제 정세를 기회로 삼아, 이러한 30대 이하 세대의 인격을 완전히 바꾸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북중 국경 지역을 봉쇄하고 탈북자나 불법 무역을 단속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작년 7월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해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한국과의 교류를 차단하고 그로 인한 영향력을 막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이번에 김 총비서가 한국을 ‘지옥’이라고 표현한 것은 조국을 모방하는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앞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자유도 거의 없어지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됩니다.
<기자> 지난 1월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시아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으로 앞으로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대만 총통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최근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새로운 냉전 시대를 적극 활용하려 하면서 이를 위해 중국과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러시아, 중국, 북한이 협력하는 상황에서 대만 유사시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복합사태'에 대비해 전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도 앞바다에서 한미일 세 나라가 참가한 해상 공동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는 중요한 훈련이지만, 북중러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한미일뿐만 아니라 대만 남쪽의 필리핀이나 미국과 동맹 관계인 호주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주한미군은 현재 미 육군 제8군의 일부로 독립된 군대이지만, 주일미군은 인도태평양 사령부에 속해 있습니다. 앞으로 주한미군을 인도태평양 사령부에 편입시키거나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통합하는 움직임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