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북한도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가운데 현금 수입의 기회가 급감한 노인 계층의 경제적 빈곤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식들에게 외면과 학대를 받는 노인이 늘어나는가 하면, 당국에서 주는 보조금으로는 한 달을 버티기도 힘들 뿐 아니라, 이마저도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픈 노인들을 위한 의료복지 혜택도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북한 노인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은 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경제적 빈곤에 고통받은 북 노인들
[기자]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북한도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선 요즘 북한의 일반 가정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노인 문제는 저도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걱정했던 사안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북한 내부의 취재 협조자들이 한결같이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많은 노인이 사망했다고 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RFA의 의뢰를 받아 북한 북부 지역에 사는 여성 협조자 두 명에게 최근 상황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더라고요.
노인 문제라면 지금 돈벌이가 안 되는 즉,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성이 높지 않은 노인들이 어떻게 먹고사느냐의 문제인데,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느꼈습니다. 노인들이 직장을 은퇴하고, 사회생활과 장사도 점점 못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누군가가 돌봐줘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가 도와주는 복지 제도나 의료 보호 제도가 붕괴했기 때문에 이렇게 (형편이) 어렵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가족들이 부모를 도와줘야 하지 않습니까. 제가 어떤지 물어봤더니 취재협조자 중 한 명은 "이제 가족들 누구 하나 스스로 모시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도 밖에 나가서 이삭줍기나 경비초소 근무, 또는 남의 아이를 봐주면서 조금이라도 돈 벌 수 있는 노인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하는데요. 그렇지 않으면 영양 부족 때문에 바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고, 형편이 어려운 집에 있는 노인에 대해서는 '말썽'(부담)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더라고요.
[기자] 두 취재협조자의 말이 전국의 노인 문제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의 노인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예가 될 수 있겠는데요. 대표님께서 이전에도 말씀하셨지만,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많은 노인이 숨졌다면서요?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짚어볼까요?
[이시마루 지로]코로나 대유행이 시작한 때가 2020년 1월이었지만, 북한에서 대유행한 시점은 2020년 4~5월 이후부터 가을까지였습니다. 당시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협조자들이 "특히 노인들이 많이 사망했다"고 했는데 이번에 다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코로나 대유행 당시 많이 숨졌는데, 제대로 먹지 못하고 코로나에 걸리면 금세 사망했다"고 하고요. 구체적으로 이런 이야기도 전해줬습니다. 취재협조자 한 명은 도심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데, 이전에는 아파트 앞에 보통 5~7명 정도의 노인들이 나와 대화하곤 했는데,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에는 아파트 앞에 나와 있는 노인이 1~2명밖에 안 된다는 거죠. 그 정도로 많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가 한창 유행했을 2020년 5월 이후 도심 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분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숨진 사람을 화장하러 보내야 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매일 집에서 대기해야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노인들이었죠.
그리고 추가로 들은 소식은 자식들이 먹을 것을 보장해 주지 못하니까 노인 스스로 밖에 나가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데, 그래서 구걸도 하고, 주변에 애를 봐주겠다고 하거나 퇴비를 주우러 다니고, 이삭줍기도 하는 노인도 있다고 합니다.

노인 지원금 한 달에 5~7천 원… 이마저도 돈 없어 지급 못 해
[기자]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에서 노인 정책과 혜택은 있는지 궁금한데요. 북한에도 노인 연금이란 게 있다면서요? 이런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나요?
[이시마루 지로]네. 보통 북한에서는 연금이라고 부르지 않고 보조금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공장 기업소에 오래 다닌 사람은 보조금이 좀 많지만, 가정주부로서 직장에 안 다니고 집에 있었던 여성 노인의 경우는 거의 보조금 같이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그 보조금이 2000년대 들어 많아야 북한 돈 5천 원 정도였는데, 지금도 5천~7천 원 정도가 보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돈은 옥수수 1~2kg 정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잖아요. 이걸로 한 달을 산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죠. 게다가 이 돈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월말이 되면 노인들이 보조금을 타러 동사무소에 찾아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사무소에서는 돈이 없어서 못 준다고 합니다. 결국, 보조금이 계속 밀리기도 하고, 5천~7천 원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이것도 형식적일 뿐이라고 취재협조자는 말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는데요. 지금 코로나 대유행이 끝났고, 방역 정책을 완화한 지 9개월 이상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퇴직한 노인들이 적은 돈이라도 벌 기회조차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노인들도 장사를 해서 조금씩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지금은 김정은 정권의 반시장 정책, 개인의 경제 활동을 억제하는 정책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타격을 받고 있고, 바로 그 피해가 가장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노인들에게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노인에게도 현금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제공해 줘야 하는데 북한 사회가 시장 활동을 매우 통제하고 축소하는 분위기잖아요. 그래서 북한 노인들이 점점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북한 고령화 사회를 맞아서 북한 노인 문제와 실상에 대해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